▲ 도로변 보호난간에 부착된 현수막과 깃발들
강창석
문명의 발달로 삶과 생활은 편해지는 만큼 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기반시설이나 뒤처리 시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나 주위에 가까이 두기에는 불편하다고 보통은 혐오시설, 위험시설, 공해성 산업시설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설들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어서 원인행위를 만드는 곳, 처리할 물량이 많은 곳에 들어서는 게 최적이다.
그러면 대부분 도시지역이다. 그러나 도시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선 적당한 넓이의 부지를 선택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농촌이다. 일단은 넓은 부지가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농촌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시설이 들어오게 되는 과정이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을 말하는 건지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마을의 가치(토지나 주택)를 떨어뜨리는지는 검증된 바는 없다. 단지 마을에서 그렇게 느끼고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설령 본인이 이용하고 있을지라도 이런 시설이 내가 사는 주위에 들어오는 것은 일단 거부한다. 어떤 경우는 이런 시설의 성격 자체보다도 이러한 평범하지 않는 시설이 우리 마을에 들어오면서 사전에 마을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절차적인 문제 때문에 반대하는 때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런 시설들은 지금의 마을 모습과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 시설들인 경우가 많다. 조상들로부터는 물려받았고, 후손들에게는 잠시 빌려 쓰고 있는 현재의 마을,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음에 마을의 고민과 갈등은 깊어진다. 이런 일이 생기면 마을의 이장은 현수막 붙이랴, 언론 대응하랴, 행정에 모여가서 시위하랴 안 그래도 바쁘다는 이장들이 더 바빠진다. 본인이 이장할 때 이런 시설이 들어왔다고 마을 역사에 영원히 남는 일이다.
사실 마을이 반대한다고 해서 이런 시설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시설의 성질에 따라서 여러 가지 조건이 있고 제한도 받겠지만 사업주가 소정의 절차를 받고 행정에서 허가(인가, 승인, 신고) 받으면 마을에서 딱히 막을 방법은 없다. 사전에 마을의 협의나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업이 아니라면 행정에서는 법규나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손을 털어버린다. 그러기에 마을은 할 수 없이 타협해야 한다. 업체와의 협상이다. 업체는 마을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마을은 업체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묵인한다. 마을은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발점이다.
농촌 마을의 주업은 농업이다. 하늘과 땅이 열린 논과 밭 임야가 주민들의 생업 터이자 직장이다. 농민들은 그곳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계를 한다. 길가에 밤새 켜있는 가로등, 말끔히 포장된 도로를 쉴 새 없이 오가는 자동차의 매연은 농민의 주 생업인 농작물의 작황과 품질에 나쁜 영향을 준다.
새로 들어오는 공해성 시설에서 나오는 분진이나 먼지도 마찬가지다. 온 마을이 회색빛 분진 가루로 덮인 농촌 마을을 생각해 보라. 이곳에서도 농부는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과연 이 회색빛 분진 가루가 가득 쌓인 농작물을 보고도 사 먹을 사람이 있겠는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문명의 이기를 앞세운 편리함에 들어오는 시설,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고 이로운 건지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장소가 최적의 장소인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주거지역에 적합하지 않은 혐오(?) 시설, 위험시설, 공해성 산업 시설, 위락레저시설, 숙박시설들이 제주 섬 전 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설 수 있게 지금과 같이 방치하는 것이 맞는 일일지도 궁금하다. 제주의 최대 경쟁력인 쾌적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마주치게 되는 마을의 장소성을 파괴하는 이질적인 시설물들은 내가 있는 곳이 과연 제주인지를 자문하게 한다.
제주라는 섬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제주의 맛은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한 2000년을 전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원래 제주는 자연과 어울리는 휴식이 내재적 상품 가치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국제적 시설을 갖춘 국제자유도시를 만든다고 제주섬 전체를 쑥대밭처럼 개발이라는 삽질을 했다. 가는 곳마다 공사하다가 만 회색빛 괴물, 문이 굳게 닫힌 빛바랜 흉물 건축물들이 버려져 있다. 그런 현상 앞에서 마을의 시민들은 아픔을 느끼는데 행정이라는 냉혈한은 아직도 이유와 원인을 모르는 모양이다.
괴테는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고 했다. 그 말은 '가장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제주 고유의 특성을 가진 것들이 세계인들에게 이색적으로 보이면 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고 그게 바로 세계적인 게 된다는 의미다. 이제 우리도 가장 제주다운 것을 찾고 보전해야 한다. 그것만이 지속 가능한 제주, 영원한 동경의 대상인 제주를 만들 수 있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하루빨리 제주의 정체성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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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미디어인 마을 방송을 운영하면서 지역 일간지의 도민기자를 하고 있는 제주 토박이 수필가입니다. 제주의 문제와 지역 현안을 현장의 시각에서 제시하면서 소통과 정보공유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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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시달리는 마을, 제주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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