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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지 않을 거예요" 추석 연휴에 택한 알바, 예상이 빗나갔다

8년 만에 '제천 국제 한방천연물산업 엑스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가을

등록 2025.10.06 16:52수정 2025.10.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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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쪽에 있는 조경 조리개에서 쏟아지는 꽃이 아름다워 출근길 아침에 한컷.
▲정문쪽에 있는 조경 조리개에서 쏟아지는 꽃이 아름다워 출근길 아침에 한컷. 전미경

"엄마, 이번엔 엑스포에서 알바를 하게 돼서 미리 못 들어가고 추석날 들어가게 될 것 같아. 채용조건이 추석연휴에도 일해야 된대."

연휴를 앞두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알렸더니 엄마는 괜찮다며 알겠다고 했다. 올 추석은 엄마를 돕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보통 연휴 때는 미리 들어가 일손을 거들었는데, 일손 대신 돈을 벌기로 하니 낯설고 어색하기는 했지만 엑스포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추석 연휴에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지금 충북 제천시는 바쁘다. 제천 시민보다 외지인이 더 많고, 썰렁했던 엑스포 공원은 활기를 띤다. 이유는 8년 만에 엑스포 공원에서 열리는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때문이다. 덕분에 나도 바빠졌다. 당근마켓에는 엑스포에서 일할 아르바이트 구인광고가 실시간 올라온다. 그중 나도 두 개를 잡았고 현재는 동시에 두 군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 곳은 한 달 내내 주말만 일하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평일 가능한 날짜에 하면 된다. 사람 구하기 힘들다 보니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생겼고 골라서 갈 수 있을 만큼 알바 자리가 넘쳐나고 있다. 한 업체는 숙소와 교통비를 지급하겠다는 파격조건도 내걸었다. 말 그대로 제천 국제 한방 엑스포 특수를 노리는 '워킹 아르바이트생'이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되면 신분증과 통장사본을 요구하는데 신분증은 왠지 꺼림칙하게 느껴져, 일이 시작되면 보내겠다며 보류했다. 그러니 신분증을 보내지 않으면 근무확정을 할 수 없다며 재차 연락이 왔다. 자신들도 인원을 확보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나름의 안전책으로 운전면허번호는 가린 채 신분증을 보냈다.

나중에 교육받을 때 지원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분증'에 대한 생각만큼은 대부분 나 같은 반응을 보였던 모양이다. 시청과 해당 회사 확인 전화까지 해봤다며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인 사람도 있었는데,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는 취업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었다고 한다. 단기근무자들에게 신분증 요구는 언제나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엄청난 인파


내가 주말마다 일할 곳은 매표소다. 인원은 총 40여 명 정도, 2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평일조와 주말조가 연휴 없이 각각 20명씩 나뉘어 운영되는데 정문 출입구에 15명, 후문 출입구에 5명. 나는 후문 출입구에 배정받았다. 3명은 발권, 2명은 지역화폐 교환 담당인데, 나는 지역 화폐교환을 맡게 되었다.

서울에서 온 매니저님은 " 사람들 별로 많지 않을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라고 말하길래 내가 "아니에요, 사람들 많이 올 거예요. 그리고 정문보다 후문에 사람들이 더 많아요"라며 8년 전 경험을 이야기했다. 매니저님은 '설마, 이 작은 도시에'라며 의아해했고 젊은 아르바이트 직원들도 자신들은 '제천 토박이지만 한 번도 구경 온 적 없고, 있는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며 볼 것도 없는데 누가 오냐며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볼 것이 없지만, 볼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볼 것이 많은 법이다. 매일 구경하고 가는 어른들도 봤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매표소일. 개장인 19일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주춤주춤 내렸지만 사람들이 하나둘 몰리기 시작하더니 개막식이 열리는 일요일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예상대로 후문은 정문보다 2~3배 입장객이 많았다. 정문은 타 지역에서 오는 관광단체가 주로 입장하고 후문은 개인과 순환버스가 하차하는 곳이다. 순환버스는 제천 전역과 제천역에서 시내를 거쳐 매 십 분마다 엑스포 행사장까지 무료로 운행한다.

매표 직원들은 생각보다 많은 관람객에 연신 놀라워했다. 나 역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제천은 조용하고 작은 도시기에 축제라고 해도 그냥 지역 주민들과 관람객 몇 팀 정도겠지 했는데 주말마다 매표소 앞은 시끌벅적했다. 단체로 온 어르신들, 손을 꼭 잡은 가족들, 한껏 차려입은 커플들, 카메라를 든 유튜버까지... 아, 지상파 방송국에서도 나왔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심지어 유명 트로트 가수가 오는 날은 매표소 개장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와서 진을 치는 사람들이 많다. 응원봉을 들고 단체티를 입은 중년의 팬들도 보인다. 이런 날은 죽음이다. 각오해야 한다.

'이 정도면 성공한 축제 아닌가?'

매표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행복하다. 덩달아 나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가끔은 사람들의 짧은 대화소리가 들릴 때도 있는데, 입장료를 서로 내겠다는 사람도 있고, 비싸다는 사람도 있고, 표를 갖고 있는 일행을 놓쳐 다시 표를 끊는 사람도 있다. 매표창구를 톡톡 두드리며 빨리 좀 시작해 달라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 약해질 때도 있지만 정해진 시간이 있기에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무슨 일인지 화를 내는 사람도 보이는데 즐거운 날에는 웃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매표소라는 좁은 창구 안에 앉아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장면이 작은 틀속에 지나간다.

제천의 가을이 궁금하다면 지금이 적기

후문 출입구 퇴근무렵 한컷
▲후문 출입구 퇴근무렵 한컷 전미경

요즘 대부분의 축제는 화려하지만 국제한방엑스포는 '사람'과 '건강'이 중점에 있다. 무료시음 되는 한방차와 다양한 한방 진료 체험은 인기가 많다. 대기줄이 긴 걸 보면 단순히 구경하는 걸 넘어 뭔가 얻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게 느껴진다. 다양한 행사와 체험으로 한방이라는 주제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아이들 체험구역과 놀이터도 있다. 나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제기차기 행사에 참여했는데 제기차기 성공 기념으로 둥굴레 한 봉지를 받았다. 가을빛 물든 정원을 산책하다 보면 곳곳에서 열리는 버스킹 공연도 가을의 낭만을 더하고 있다.

행사장 내 먹거리도 비교적 저렴하다. 일반가게와 비슷한 수준인데 분식 오천 원, 불고기백반 등은 일만 원, 약채락 특식 뷔페는 이만 원이다. 행사장 곳곳마다 마련된 공간에서 소풍 온 듯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축제장은 모두가 행복하고 행복해야만 하는 곳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엑스포 공원 자체가 굽이굽이 천을 끼고 있어 아름다운 가을 산책으로도 손색 없는 곳이다. 제천의 가을이 궁금하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싶다.

엑스포 개장시간은 매일 아침 10시지만 우리는 9시에 출근한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해 공원을 가로질러 근무지로 향하다 보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처럼 단기 아르바이트로 온 사람들, 행사 관계자들, 자원봉사자들... 각자의 역할이 다르지만, 우리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이 큰 축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축제는 훨씬 더 빨리 시작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매표 업무는 단순해 보이지만, 매 순간 실수가 없어야 하고, 사람들과 마주하는 일이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방문객이 많다 보니, 천천히 설명드리고 도와드려야 해서 일이 많다. 그래도 그 과정 속에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면 힘이 난다. 첫 주말 이틀간의 근무는 쉴 틈 없이 지나가고 과하게 예민했다. 그러나 두 번째 주말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퇴근 무렵, 매표소 앞은 한결 조용하지만 축제의 온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행사장 안에서 들려오는 공연 소리, 웃으며 인증사진을 찍는 가족들, 풍선 인형을 받아 든 아이의 환호성... 어느새 나도 이 축제의 일부분이 되어 있음을 실감한다. 다음 주말에도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때는 조금 더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그리고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작은 창구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늘 이랬으면 좋겠다. 단기간의 특수가 아닌 언제나 일자리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역동적인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울긋불긋 색깔정원이 예쁜 엑스포 공원에서 나는 지금 제천의 가을을 제대로 느끼는 중이다.

제천 한방 엑스포는 매년 열리지만, 국제 한방 엑스포는 2010년, 2017년, 그리고 올해 <2025년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국제 엑스포는 매번 다른 주제로 열려야 하기에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우연히도 매 7년 만에 열리는 국제행사지만 바라건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닌 다음에도 열렸으면 한다. 그래서 그때도 지금처럼 아르바이트가 넘쳐났으면 좋겠다.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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