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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세계적 채식주의 활동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이것"

영국 채식주의자 에드 윈터스가 본 한국인의 밥상과 비건 실천

등록 2025.10.08 12:03수정 2025.10.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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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인플루언서 에드 윈터스 윈터스는 지난 9월 13일부터 한국에 방문해 비거니즘을 전국에서 설파하고 다녔다.
▲비건 인플루언서 에드 윈터스 윈터스는 지난 9월 13일부터 한국에 방문해 비거니즘을 전국에서 설파하고 다녔다. 에드윈터스 인스타그램

"비건 불고기요. 쌀밥과 함께 먹는 요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불고기의 풍미가 제 입맛에 딱 맞아요. 두부, 버섯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어서 여러 맛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영국의 세계적인 채식주의 활동가 에드 윈터스가 지난 5일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비건 불고기'를 꼽았다. 채식주의자인데 불고기라니? 이 의외의 답변 속에는 한국 음식 문화와 채식의 친화성에 대한 그의 통찰이 담겨 있다.

윈터스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에서 비건이 '급진적'이거나 '외국 문화'로 여겨지는 현상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채식주의는 하나의 스펙트럼이다

비거니즘은 채식의 여러 단계 중에서도 동물성 식품을 전적으로 먹지 않고 동물로 된 옷을 비롯한 제품까지도 지양하는 단계이다. 이외의 단계로는 식품에서만 채식을 지향하는 베지테리언, 생선을 제외한 육류만 소비하는 페스코테리언 등이 존재한다.

윈터스는 이 중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비건 인플루언서이다. 그는 <비건 프로파간다>를 비롯한 비거니즘과 관련된 저서를 작성하였으며, 인스타그램에서 58만 명이 넘는 팔로워에게 비거니즘의 장점과 당위성에 대해 전파했다.

윈터스는 지난 9월 13일부터 한국 다수의 교육기관에서 강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윈터스가 이태원 제로웨이스트샵 강연한 현장에 방문해 취재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삼겹살 구워먹는 사회'에서 채식주의는 가능할까).


에드 윈터스의 저서들 윈터스는 <비건 프로파간다>를 비롯한 비거니즘 관련 저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에드 윈터스의 저서들 윈터스는 <비건 프로파간다>를 비롯한 비거니즘 관련 저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임정우

"한국 문화는 본래 채식에 친숙합니다"

"비건을 '외국' 문화로 보는 시각이 흥미롭습니다. 두부는 비건인 동시에 한식의 주재료이기도 하잖아요."


윈터스는 오히려 치킨, 소고기, 유제품이 서양 문화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를 제시했다. 조선시대에는 오랫동안 농사를 위해 소 도축을 평민들에게 금지하는 우금령(소 도축 금지법)이 존재했다. 이 법이 아니더라도, 평소 평민들의 식단은 육식이 아닌 채식 식단이 주가 됐을 것이다.

윈터스는 그에 비해 한국의 유제품 산업은 프랑스 신부가 소떼를 들여온 것에서 영향을 받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뉴질랜드를 방문한 후 본격화됐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 돼지 농업 역시 아일랜드 신부 패트릭 제임스 맥글린치가 요크셔 돼지 한 마리를 가져온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산업들은 외국인이 시작했을 뿐 아니라 서양 종교도 함께 전파했어요. 반면 식물 기반 식단은 불교, 유교 등 아시아 전통 문화와 수세기 동안 함께 해왔습니다."

그는 최근 수십 년간 한국의 육류 소비가 급증한 것 역시,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한국 음식 문화의 본질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음식은 역사적으로 서양보다 식물 중심이었고 동물성 제품을 덜 사용했다는 것이다.

공동식사 문화 속 비건의 자리

한국 강연에서 비거니즘을 설파하는 윈터스 윈터스는 이태원을 비롯한 다수의 한국 교육기관을 돌며 강연을 했다.
▲한국 강연에서 비거니즘을 설파하는 윈터스 윈터스는 이태원을 비롯한 다수의 한국 교육기관을 돌며 강연을 했다. 임정우

한국의 공동식사 문화는 '모두가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유교적 집단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비건은 이 문화 속에서 어떻게 자리할 수 있을까? 윈터스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한국 음식 문화에서 주목할 점은 많은 음식이 식물 중심이라는 겁니다. 저도 한국에서 공동식사를 여러 번 했는데, 모든 음식이 비건은 아니었지만 충분한 식물성 음식이 있어서 함께 식사할 수 있었어요."

그는 비건과 유교가 상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둘 다 도덕성, 덕, 연민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비건은 단지 그 연민을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이며, 공동식사가 오히려 동물을 보호함으로써 우리의 미덕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다만 실천적으로는 사전 소통이 핵심이다.

"공동식사는 왜 소통이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비건이라는 걸 미리 알려야 식물성 음식을 준비할 기회가 생깁니다. 음식 준비하는 사람에게 미리 물어보는 것, 이게 사회적 고립을 막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비건 전문점 vs. 비건 옵션

 윈터스는 비건 전문식당보다는 현실적으로 기존 식당에 비건 옵션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윈터스는 비건 전문식당보다는 현실적으로 기존 식당에 비건 옵션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정우

윈터스는 한국에서 비건 전문 식당보다 일반 식당의 비건 옵션 확대가 더 시급하다고 봤다.

"이상적으로는 둘 다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비건이 비건이 아닌 친구,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는 점에서, 일반 식당의 비건 옵션이 필수적입니다. 이게 비건 생활을 더 쉽게 하고 사회적 고립을 줄여줍니다."

비건이 아닌 사람들을 비건 전문점에 데려가기는 어렵고, 매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일반 식당의 비건 옵션은 식물성 음식을 정상화하고, 비건이 아닌 사람들 눈에도 더 흔하고 받아들여질 만한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물론 비건 식당의 가치도 있다. 커뮤니티 구축에 중요하고, 비건들이 교차 오염 걱정 없이 편안히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근성과 편의성 측면에서는 기존 식당의 옵션 확대가 우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일각에서는 비거니즘이 서구권 문화이기 때문에 한국과는 맞지 않고, 한식은 언제나 고기를 전통적으로 소비해왔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윈터스는 역사적 맥락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비건 논쟁의 핵심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필요에 의해 동물육을 소비했던 사람들을 부도덕하다고 보지 않는다. 단지, 현대 사회에서 식물성 대체 식품이 있음에도 육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채식을 권유할 뿐이다.

"비거니즘의 주장은 '동물 제품을 먹는 게 항상 부도덕했다'는 게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비건으로 살 수 있으니, 도덕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겁니다."

나라마다 농업 환경과 동물과의 관계,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차이가 식량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하는 도덕적 긴급성을 바꾸지는 않는다.

윈터스는 "역사를 보면 농업과 식량 생산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왔습니다.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변화 자체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우리도 계속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 끼씩, 하루하루

 영국의 비건 활동가 에드 윈터스는 인터뷰에서 "비건은 한국 전통에서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뿌리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의 비건 활동가 에드 윈터스는 인터뷰에서 "비건은 한국 전통에서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뿌리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임정우

비건에 관심 있지만 주저하는 한국인들에게 윈터스는 세 가지 조언을 건넸다.

먼저 배우기다. 왜 사람들이 비건이 되는지 시간을 내서 알아보라는 것이다. 동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항생제 남용, 전염병 확산, 만성질환 위험을 조사해보라고 권했다.

다음은 실험하기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엄청난 양이 이미 비건에 적합합니다. 대부분의 식사는 식물로 만들어지고, 한두 가지 재료만 바꾸면 비건이 돼요. 식단을 완전히 뒤집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정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마지막은 실천하기다.

"평생의 약속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 끼씩, 하루하루 가세요. 비건 생활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쉬워집니다. 새로운 일상이 되니까요."

윈터스는 영국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도 비건은 예전엔 극단적으로 여겨졌지만, 점점 정상화되면서 태도가 천천히 바뀌고 있다. 한국도 비건 옵션이 늘어날수록 식물성 식단이 덜 급진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비건이 급진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관점에 대한 해결책은 비건들이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회 내에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본보기를 보이는 것입니다."

뿌리로 돌아가는 길

인터뷰를 마치며 윈터스는 한국 음식 문화의 가능성을 다시 강조했다.

"한국 음식의 많은 부분이 식물 중심이고, 두부가 이미 한국 사회의 주식입니다. 비건은 한국 전통에서 멀리 떨어진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 뿌리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비건 불고기를 사랑하는 영국인 활동가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비건은 낯선 외국 문화가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택이며, 그 변화는 찐 쌀밥 위에 올린 비건 불고기 한 접시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건 #비거니즘 #채식주의 #채식주의자 #에드윈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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