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터스는 비건 전문식당보다는 현실적으로 기존 식당에 비건 옵션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정우
윈터스는 한국에서 비건 전문 식당보다 일반 식당의 비건 옵션 확대가 더 시급하다고 봤다.
"이상적으로는 둘 다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비건이 비건이 아닌 친구,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는 점에서, 일반 식당의 비건 옵션이 필수적입니다. 이게 비건 생활을 더 쉽게 하고 사회적 고립을 줄여줍니다."
비건이 아닌 사람들을 비건 전문점에 데려가기는 어렵고, 매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일반 식당의 비건 옵션은 식물성 음식을 정상화하고, 비건이 아닌 사람들 눈에도 더 흔하고 받아들여질 만한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물론 비건 식당의 가치도 있다. 커뮤니티 구축에 중요하고, 비건들이 교차 오염 걱정 없이 편안히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근성과 편의성 측면에서는 기존 식당의 옵션 확대가 우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일각에서는 비거니즘이 서구권 문화이기 때문에 한국과는 맞지 않고, 한식은 언제나 고기를 전통적으로 소비해왔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윈터스는 역사적 맥락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비건 논쟁의 핵심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필요에 의해 동물육을 소비했던 사람들을 부도덕하다고 보지 않는다. 단지, 현대 사회에서 식물성 대체 식품이 있음에도 육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채식을 권유할 뿐이다.
"비거니즘의 주장은 '동물 제품을 먹는 게 항상 부도덕했다'는 게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비건으로 살 수 있으니, 도덕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겁니다."
나라마다 농업 환경과 동물과의 관계,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차이가 식량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하는 도덕적 긴급성을 바꾸지는 않는다.
윈터스는 "역사를 보면 농업과 식량 생산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왔습니다.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변화 자체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우리도 계속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 끼씩, 하루하루

▲ 영국의 비건 활동가 에드 윈터스는 인터뷰에서 "비건은 한국 전통에서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뿌리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임정우
비건에 관심 있지만 주저하는 한국인들에게 윈터스는 세 가지 조언을 건넸다.
먼저 배우기다. 왜 사람들이 비건이 되는지 시간을 내서 알아보라는 것이다. 동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항생제 남용, 전염병 확산, 만성질환 위험을 조사해보라고 권했다.
다음은 실험하기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엄청난 양이 이미 비건에 적합합니다. 대부분의 식사는 식물로 만들어지고, 한두 가지 재료만 바꾸면 비건이 돼요. 식단을 완전히 뒤집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정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마지막은 실천하기다.
"평생의 약속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 끼씩, 하루하루 가세요. 비건 생활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쉬워집니다. 새로운 일상이 되니까요."
윈터스는 영국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도 비건은 예전엔 극단적으로 여겨졌지만, 점점 정상화되면서 태도가 천천히 바뀌고 있다. 한국도 비건 옵션이 늘어날수록 식물성 식단이 덜 급진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비건이 급진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관점에 대한 해결책은 비건들이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회 내에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본보기를 보이는 것입니다."
뿌리로 돌아가는 길
인터뷰를 마치며 윈터스는 한국 음식 문화의 가능성을 다시 강조했다.
"한국 음식의 많은 부분이 식물 중심이고, 두부가 이미 한국 사회의 주식입니다. 비건은 한국 전통에서 멀리 떨어진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 뿌리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비건 불고기를 사랑하는 영국인 활동가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비건은 낯선 외국 문화가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택이며, 그 변화는 찐 쌀밥 위에 올린 비건 불고기 한 접시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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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세계적 채식주의 활동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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