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시댁 가는 것이 설레는 사람? 바로 저예요

놓쳐버린 24번의 명절...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등록 2025.10.07 18:33수정 2026.01.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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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추석 명절에 시댁 식구들이 광주에 있는 둘째 시동생 집에서 모였다.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놀이도 하며 보내다가 며느리끼리만 해외여행을 다녀오자는 발칙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추석 모임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에, 아들은 명절 수송 버스를 타러 우리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다. 그게 건강했을 때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의젓하며 늠름했던 아들은 그렇게 포항으로 떠났다. 한 달쯤 후에 아들은 캠퍼스 내에서 자전거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들은 인지 능력이 없는 중증 환자로 병상에 누워 있다.


그 이후, 우리에겐 명절이 사라졌다. 명절에는 간병 독박을 써야 했다. 아들을 돌보던 간병사나 활동지원사가 명절을 쉬러 떠난 자리를 우리 부부가 메꿔야 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24번의 명절을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울산에 살고 있는 셋째 시동생이 추석 연휴를 맞아 서울에 올라온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 살고 있는 작은 시댁에 함께 가기로 했다. 그 작은 아버지는 우리 시아버지와는 배 다른 형제다. 그래도 작은어머니가 우리 형제들에게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을 늘 안고 살았다.

아들을 돌보는 활동지원사들이 올해 추석 연휴에는 자리를 비우지 않아서 작은 시댁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룰룰랄라 하는 맘으로 집을 나섰다. 마음이 설렜다. 여행 가는 기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잃어버린 추억을 소환하는 기분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명절 음식 차림 작은 시댁에서 산해진미를 차린 명절 상을 받았다.
▲명절 음식 차림 작은 시댁에서 산해진미를 차린 명절 상을 받았다. 차상순

마침내 작은 시댁에 도착했다. 아, 그런데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사촌 동서(작은댁 며느리)가 상 다리가 휠 정도로 산해진미를 차려 놓았다. 그 동서는 아직 어린 30대인데 명절 음식을 제대로 준비했다는 게 신기했다. 며칠 전부터 음식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갖가지 음식을 장만한 정성이 음식 먹거리 속에 배어 있는 것 같았다. 격하게 우리를 환영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도착하니 작은어머니가 힘껏 안아주시며 말씀하셨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걱정 내려놓고 천천히 맛있게 먹어. 오랜만에 명절을 쇠는 거지?"


내 남편은 작은어머니에게는 시댁 장조카다. 작은어머니는 시간을 내어 우리의 신접 살이 집을 얻어주셨다. 그해 김장 김치를 앙증맞은 장독에 담아서 가지고 오셨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소중한 사랑인지 제대로 모르고 지냈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흉내도 낼 수조차 없어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나의 브런치 글, 시월드 플렉스에서 발췌)

작은 어머니는 또 한 번 우리에게 멋진 사랑을 보여주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명절 #작은시댁 #비 #산해진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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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영어 교사로 정년 퇴임 함. 사고로 중증 환자가 된 90년생 아들을 돌보는 간병 일지와 소소한 일상, 디카시, 트롯 Vlog, 엔젤넘버시, AI 노래 창작 등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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