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0.08 10:48수정 2025.10.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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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 해운대 풍경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함께 불쇼를 관람했다.
본인
오랜만에 시댁 식구들이 모였다. 각지에 흩어져 사는 4남매가 고향인 부산에서 만나게 되었다. 시부모님은 코로나19 시기에 1년 간격으로 두 분 다 돌아가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어쩐지 모여야 한다는 힘이 약해졌다. 워낙 평소에 교류가 없기도 하고, 사는 곳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 것 같다.
시부모님 두 분이 편찮으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늘 밀양 배냇골의 한 펜션에서 모였다. 1박 2일 일정으로 온가족이 모여 점심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세 끼를 함께 먹고 헤어지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제사도 사라졌고(장손이신 아버님 생전의 크나큰 결심이었다), 다른 친척분들을 맞이하지 않아도 되니, 며느리로서는 한결 가벼워진 명절이었다.
올해는 해운대의 게스트 하우스 한 층을 통째로 빌렸다. 루프탑에서 바비큐를 해 먹고, 근황을 끝도 없이 나누고, 새벽까지 보드 게임을 하며 배꼽을 잡았다. 그간의 소원했던 시간이 거짓말인 것처럼 우리는 너무도 친근하고 정다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게 가족이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밀양의 시원한 계곡도 좋았지만, 해운대 바다가 코앞이라 기대감에 가슴이 벌렁댔다. 그런데 아쉽게도 연휴 내내 날씨가 흐렸다. 흐린 날의 바다는 회색이었다. 맑은 날 하늘빛을 담은 바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발가락에 닿는 모래알의 느낌은 여전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과 불쇼를 함께 관람했다. 공연자가 "모두 행복한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하고 인사할 때는 마치 그곳에 모인 이들이 한데 어울려 추석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거리와 해변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찾아갔던 기장 앞바다 연화리도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고, 귀경길에 들렀던 문경새재 도립공원 역시 사람들로 붐볐다.
가족이 고향에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던 추석의 의미가 이미 달라지고 있다. 집에서 기름 냄새 가득하게 잔뜩 요리해 먹던 시절은 이제 정말 어린 날의 추억이 되고 말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에 가족 및 단체 여행객이 전체 여행 수요의 60%에 달해, 연간 평균치인 35%를 크게 웃돌았다고 한다. 이제 '명절 연휴 = 여행'이라는 공식이 생긴 듯하다. 가족과의 만남이라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더라도, 그 장소가 여행지로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우리 가족도 그 흐름 속에 있는 셈이다. 고모부가 구워주신 바비큐를 먹고, 아주버님이 깎아주신 과일을 먹는 명절. 동서 간에 웃음꽃이 피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연신 감탄을 나누는 명절.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근심을 내려놓고 그저 즐겁게 웃음을 터뜨리는 명절. 이제 나에게 명절은 두통의 원인이 아닌, 즐겁게 가족애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많은 가족들이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이곳을 찾았다.
본인
이번 명절 연휴가 유독 길어서 우리는 아직도 남은 날의 계획을 짜는 중이다. 먼 해외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 들를 만한 곳을 틈틈이 검색하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하루의 시간, 부산을 떠나기 전 어디를 한번 들를 것인지 우리는 아직도 의견을 조율 중이다. 아마도 우리 가족은 수많은 사람들의 후기를 살피게 될 것이다. 부산을 다녀간 이들, 또는 부산에 살고 있는 이들의 경험담을 근거로 후회없는 여행의 막바지를 장식하고 싶다.
조금은 달라진 명절의 풍경. 이전보다 삭막해졌다며 염려의 빛을 내비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 싶다. 가족이 함께 웃고, 따뜻한 시간을 나누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제대로 된 몸과 마음의 휴식을 가졌을 때, 다시금 돌아간 일상에서 더 잘 살아낼 힘을 비축하게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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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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