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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판사의 사형폐지론 논쟁

[현대사의 논쟁과 쟁점 24] 가톨릭 신부와 사법부 판사에 의한 사형폐지를 둘러싸고 논쟁

등록 2025.10.10 15:13수정 2025.10.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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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서울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1962년 말과 1963년 초 가톨릭 신부와 사법부 판사에 의한 사형폐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었다. 신부와 판사가 그 주역이라는 이례성에서 관심을 모았다.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의 사형확인 조치로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이 1961년 12월 21일 교수형으로 집행된 지 1년여 만이다. 군정기에 있었던 일이지만 조용수의 사형은 국민들 마음에 응어리로 남았다.

<경향신문> 사장을 지낸 윤형중이 1962년 12월호 <동아춘추>에 '처형대의 진실'을 기고하자 판사 권순영이 같은 책 1963년 1월호에 '윤신부의 소론을 반박하다'는 반론, 동지 1963년 2월호에 윤형중의 '권판사의 반박을 반박한다', 동지 4월호에 권순영의 '편집장에게' 쓴 공개서한으로 진행되었다.

사형제도는 당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었으나 지금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법원은 1963년 사형제도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정부 이래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형법이나 군형법에는 여전히 사형의 죄목, 특히 내란죄와 외환죄의 경우 최고형이 사형과 무기형이다.

일반적으로 사형폐지론의 논거에는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존재이며, 오판의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사형 존치론의 경우 공공복지와 치안질서 유지, 범죄 억지력 등이 제시된다.

윤형중의 '처형대의 진실'의 주요 부분이다.

다른 죄는 몰라도 고의적 살인범을 사형에 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나는 보는 바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정의가 파괴되면 그것이 보복되어야 한다. 이것은 자연법이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불의하게 죽이는 것은 정의를 파손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가해자를 죽임으로써 보복하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2. 예전에는 사사로이 원수를 갚았다. 아버지가 살해를 당하면 그 아들은 가해자를 죽임으로써 아버지 원수를 갚았다. 이것이 자식의 본분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대로 나가면 사회의 질서가 크게 어지러워지므로 복수는 국가가 맡기로 하고서 사사로이 원수 갚음을 금했다. 고로 고의적 살인범을 그대로 살려줌은 국가가 위탁받은 복수를 실행치 않음이 된다.

3. 살인범을 사형에 처함은 또한 살인죄의 예방도 된다. 미운 사람을 죽일지라도 여하간 자기는 죽지 않으리라는 자신이 있으면 안된다.

4. 살인범을 사형에 처하지 않고 제명대로 살도록 버려 둔다면 상당한 이유도 없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함도 된다. 살인범이 많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한 권순영의 '윤 신부의 소론을 반박한다'의 마지막 대목이다.

내 생각으로는 종교는 일단 사형이 확정된 사람에게 신앙심은 갖게 하여 마음 편하게 할 것이다. 사형제도 자체의 존재가치를 주창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사형제도의 비판은 형사학자나 법률가만이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20세기의 형사제도의 개선과 과학자는 법률가보다 사회학자 심리학자 정신의학자의 힘에 의하여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법률전문가 아닌 사람의 비판을 환영하며 또 그것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3백년 동안 형벌학을 과학화시켜 사형의 수를 감소시키고, 점차 이 세계에서 사형제도 자체를 폐지시키려고 하고 있는 이 마당에 역사의 조류를 역류시키어 사형을 주창한다는 것은 재고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는 주사를 안놓아 주며, 약도 될 수 있는대로 쓰지 않고, 생명체의 자치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내과의사의 말을 들으면, 최근에 항생물질약품의 효과를 과신하는 폐결핵환자들이 정양요법과 영양요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아져서 전문의의 지시를 듣지 않기 때문에 병이 잘 안 낮는다고 한다.

법률가는 또 자신의 법률분쟁에 대해서 법적해결 방법을 쓰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의사는 약의 효과를 과신하지 않으며, 법률가는 법률의 효과를 과신하지 않는다.

판사는 사형이 없어지기를 바라며, 재판과 하등 관련이 없는 신부는 사형을 강력히 주창하는 것은 흥미있는 대조라고 하겠다.


윤형중은 다시 반박했다. '권 판사의 반박을 반박한다'의 앞 부분이다.

그런데 '재판과 하등의 관련이 없는 신부'란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이 서방이나 김 서방의 행형에 관한 문제라면 재판에 관련이 없는 나로서는 구태여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는 사형 자체의 가부에 관한 문제이다. 그러면 반드시 어떤 재판에 관련되어야만 말할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어떤 재판에?... 국민은 누구나 다 발언할 수 있는 문제라고 나는 보는 바이다.

우리 국법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죄목을 한 번 훑어보았다. 어떤 것은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모두 나보다 몇 배로 나은 분들이 전후좌우를 두루 살피고서 제정하였을 터이니 그대로 밀어 두는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 나는 '고의적 살인범'을 조심스럽게 골라내어 여기에는 사형이 많음직도 한 이 때 국법이 결정한 바를 내 어찌 '부당'하다고 선언할 수 있느냐? "나는 보는 바이다"라는 말은 나의 배후에 신부당이나 신자단이 없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거늘 마치 사형폐지론에 대립되는 사형주장론을 내가 전폭적으로 들고 나선 듯 "사형을 강력히 주창한다"고 표현한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사(文士)와 달리 법관은 말 마디마디를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데...

권순영은 재반론 대신 잡지사 편집장에게 "논쟁이 본론(초첨)을 떠나 인신공격으로 빠지는 예를 보아왔기에, 나와 윤 신부와의 논쟁도 또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고 적이 염려스러워..." 논쟁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현대사의 논쟁과 쟁점]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현대사 #대사논쟁 #현대사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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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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