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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차로에 교복 입은 애들이..." 다급한 신고, 이거 진짜 위험합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픽시 자전거... 브레이크 없는 자유의 결말은 사고일 가능성 높아

등록 2025.10.08 19:29수정 2025.10.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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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 자전거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브레이크 없는 '자유'는 통제가 없는 '위험'이 된다.
▲픽시 자전거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브레이크 없는 '자유'는 통제가 없는 '위험'이 된다. 박승일

"서울경찰청 긴급 신고 112입니다."
"지금 버스전용차로로 교복을 입은 학생 4명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위험해 보여요."

"버스전용차로로 주행 중이라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여기는 송파대로 잠실역에서 성남 쪽으로 가는 방향입니다."

"청소년들이 타고 있는 자전거가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인가요?"
"정확히 보이지는 않는데 마치 곡예 운전하듯 서로 장난치며 가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9월 24일 저녁 9시께였다. '코드 2', '위험 방지' 신고가 접수되었다. 순찰차의 경광등을 끄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학생들이 순찰차를 보고 놀라서 더욱 위험하게 달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차창을 반쯤 내리고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신고 장소 주변을 두 번이나 왕복했지만 청소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오토바이나 킥보드의 무리한 단속에 반대하는 편이다. 물론 단속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한 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처벌보다 예방 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처벌보다 말 한마디의 효과'가 더 클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단속보다는 대화를 택하는 편이다. 다만 자기 잘못을 부인하거나 거짓말을 할 때는 예외다. 그땐 반드시 단속한다.

동료 중에는 나와 생각이 다른 경찰관도 분명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차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누군가는 단속으로 질서를 지키고, 또 누군가는 대화로 예방한다고 본다. 그 균형이 있어야 현장은 더욱 조화롭기 때문이다. 나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이번 신고를 출동할 때도 동료에게 말했다. "아이들을 발견하더라도 무리하게 추격하지는 말자". 야간에 버스전용차로는 시야도 좁고, 순간의 판단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성인도 위험한 곳을, 청소년들이 장난삼아 달리고 있다는 건 너무도 아찔했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계도가 필요했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위험한 픽시 자전거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픽시 자전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변속기와 브레이크가 없는 이 자전거는 본래 경기용으로 만들어졌다. 페달을 밟으면 바퀴가 앞으로 가고 멈출 때는 브레이크가 없어 페달을 역방향으로 밟거나 스키딩(뒷바퀴를 미끄러트려 감속) 하는 방법으로 정지해야 한다. 도로 위에서 이런 행동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운전자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골목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를 운전하던 중학생이 제동하지 못해 에어컨 실외기와 충돌했다. 결국 치료 중에 안타깝게 숨졌다. 그만큼 위험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찰에서도 적극적으로 예방 활동 중이다. 특히, 중고등학교를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일일교사로 나서 교육하고 있지만 일탈 행동은 줄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는 '자전거'가 아니라 '차'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도로 운행 중에 스키딩, 풋 제동 등 위험한 방법으로 제동하는 픽시 자전거는 다른 차나 보행자에게 위협적이다.

도로교통법 제48조(안전운전 및 친환경 경제운전의 의무) 제1항,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차 또는 노면전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직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 또는 노면전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자전거'란 사람의 힘으로 페달이나 손 페달을 사용하여 움직이는 구동장치와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가 있는 바퀴가 둘 이상인 차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동장치가 있어야 자전거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브레이크가 없으면 일반 도로 위에서 달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부모들의 무관심도 문제다. 자녀에 대한 보호와 교육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픽시 자전거 본래는 브레이크가 없었지만 최근 부착했다. 앞쪽에 있는 학생들과 한참 대화했다.
▲픽시 자전거 본래는 브레이크가 없었지만 최근 부착했다. 앞쪽에 있는 학생들과 한참 대화했다. 박승일

우리 모두가 그들의 안전벨트가 되어줘야

"이 자전거, 학생 거예요?"
"맞는데, 왜 그러세요?"

"이 자전거 브랜드가 픽시 자전거가 많던데... 앞바퀴에 브레이크를 나중에 부착했네요."
"네, 얼마 전에 아빠가 자전거 판매장에 가서 달아줬어요."

"다행이네요. 요즘 학생들이 왜 그렇게 픽시 자전거를 타는 거죠?"
"멋이죠. 픽시가 본래는 경기장 안에서만 탈 수 있게 만든 건데, 우린 선수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밖에서 타는 거죠."

"주변에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 타는 친구들 많아요?"
"이게 비싸거든요. 그래서 픽시 아닌 자전거도 브레이크를 없애고 타는 애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하도 안 된다고 어른들이 많이 해서 다시 브레이크를 달고 있어요."

"위험하니 그렇죠. 어른들이 왜 그렇게 못 하게 하는 것 같아요?"
"픽시를 타다 학생들이 많이 다치고 도로에서 달리다 보면 차들도 위험해서 그런 거겠죠."

"잘 알고 있네요. 친구들한테도 그렇게 말해줘요. 진짜 위험해서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전 이제 절대 안 타요. 안 그러면 아빠가 자전거 팔아버린다고 했거든요."

지구대 바로 뒤편에는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공원이 있다. 며칠 전 그곳에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을 만났다. 픽시 자전거에 대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청소년기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좋고 나쁜 건 따지지 않는다.

청소년기는 판단보다 충동이 앞선다. 멋을 좇지만, 그 멋이 위험인지 모른다. 나도 그때 그랬다. 청소년들은 가끔 '멋'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할 때가 있다. 픽시 자전거를 타는 것도 그 '멋'의 잘못된 연장선에 있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스릴은, 단 한 번의 순간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과 맞바꾼 자유일지 모른다. 진짜 멋은 위험을 아는 용기이고, 스스로 멈출 줄 아는 판단이다.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속도를 내는 것은 쉬워도, 멈출 줄 아는 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부모와 어른들 역시 '그 나이 땐 다 그렇지'라며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자전거의 브레이크처럼, 어른의 한마디가 아이들의 안전한 삶을 지켜줄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건 제동장치가 없는 자전거가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게 이끌어주는 관심과 대화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안전벨트가 되어 줬으면 한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박승일의 경찰관이 바라본세상에서) 금요일 연재에도 실립니다.
#박승일 #서울경찰청 #자전거 #112 #송파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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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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