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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10.08 17:26수정 2025.10.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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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한옥마을
이혁진
지난 7일 충남 논산에 사는 사돈이 자녀들이 있는 서울로 '역귀성' 했다. 선산의 벌초와 성묘는 연휴 전에 막내 형제와 마쳤다. 사돈은 이번에 서울에 온 김에 아이들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멋진 '1박 2일 가족 이벤트'를 계획했다.
숙소는 자녀들 집이 아니라 '은평 한옥마을'로 정했다. 요즘 역귀성도 흔한 명절 풍경이지만 형제들과 결혼한 조카들 포함해 총 20여 명이 모였다. 여기에는 얼마 전 결혼한 우리 집 둘째 아들 부부도 있다.
한옥마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인근 '북한산 둘레길'을 둘러보는 일정도 짰다. 몇 끼를 함께 하고 차를 마시며 옹기종기 복작거리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 북한산을 배경으로 달맞이 구경하는 가족들도 상상했다.
추석을 맞아 한옥마을 가족모임이라니 부럽다. 사실 명절이 되면 뭔가 색다른 시간을 찾으려고 나름 고민했었다. 그러나 생각은 많아도 제대로 실천한 것은 거의 없다.

▲ 은평한옥마을회관
이혁진
처음 아들로부터 사돈의 나들이 계획을 전해 듣고 무릎을 쳤다. 특히 자녀들의 바쁜 일상을 배려하면서도 아름다운 추석을 선물하려는 어른의 자상함이 돋보였다.
사돈은 자녀들과 조카들이 모두 결혼해 가정을 이루면서 서로 서먹한 사이가 되자, 그 거리감을 좁히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사돈은 이전에도 해마다 혹은 2년에 한 번 가족모임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 뜻에 동참한 자녀들도 대견하다.
행복한 집안은 어른들의 배려가 돋보여
필자 역시 가족을 중시하지만 사돈에 비하면 부끄럽다. 둘째 아들이 이번 모임에서 처가 어른의 가족사랑과 유대를 직접 보면서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 사위가 처갓집에서 좋은 풍습을 배우고 익힌 셈이다.
요즘 결혼한 자녀들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서로 뿔뿔이 지내는 것이 도리어 편하다는 세태이다. 추석이라는 명절과 가족의 의미는 점차 퇴색되고 있다.
주변에서 보면 자녀가 결혼하고 예전보다 더 가까이 지내는 집안이 있는가 하면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족이 늘면서 행복한 집안은 어른들이 많은 걸 양보하고 배려하는 등 뭔가 다르다.
가족 간의 화목은 그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가능하다. 사실 나도 몇 안 되는 가족들 모임을 추진하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여러 사정을 두루 감안해 이번 추석 이벤트를 마련한 사돈은 자식부터 배려하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사돈은 이번에 자녀들에게 평생 간직할 추석을 선물한 것이다.

▲ 지난해 4월 사돈이 안내한 논산의 명재고택
이혁진

▲ 지난해 4월 사돈이 안내한 논산 명재고택
이혁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축복이자 아름다운 추억
이태 전 사돈의 배려로 논산과 부여, 공주 등을 여행한 적이 있다. 아들의 결혼 후 서울에 사는 내가 탐방하는 형식으로 갔는데 사돈은 하나부터 열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안내했다.
사돈의 자상함과 섬세함 덕분에 든든했다. 사돈끼리의 어색함도 일거에 해소했다. 이번 1박 2일 서울 추석모임도 사돈의 따듯한 가족 사랑으로 잘 마무리됐을 것이다.
아내가 인정할지 모르지만 나는 처가댁을 자주 챙기는 편이었다. 본가보다 처가의 안부를 걱정했다. 휴가 때면 아이들과 시골 처가에서 보냈다. 내가 늘 아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아내의 집안을 배려하라는 것이다.
다행히 아들은 부전자전인지 처가에 최선을 다하고 잘하고 있다는 평판이다. 부모로선 이만한 칭찬이 없다. 장성하고 결혼한 자녀들의 화합은 어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사돈은 그런 지혜가 탁월한 분이다.
사돈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축복이며, 아름다운 추억은 누군가 기억 속에 남는 흔적이라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돈은 그 순간을 삶의 보람으로 느꼈을 것이다.
이번 추석여행을 통해 둘째 아들은 처가에서 값진 체험과 가족의 힘을 확인했을 것이다. 부모들이 결혼한 자녀에게 가장 바라는 덕목은 다른 게 없다. 가족의 소중함을 늘 간직하는 것이다.
이번 사돈의 추석 가족 모임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들 내외 편에 추석 모임 간식거리로 조그만 떡꾸러미를 보냈다. 약소함에도 사돈은 감사를 표했다. 사돈가정에 건강과 만복이 깃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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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이 연 '역귀성 추석 파티', 평생 추억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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