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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119 부르고, 배곯고...'독거 중증장애인' 우리의 추석은 이렇습니다

등록 2025.10.08 19:01수정 2025.10.0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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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여느 추석보다 유난히 공휴일이 길었다. 많게는 열이틀, 짧게는 아흐레. 그야말로 직장인들에겐 황금연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활동지원사가 없는 독거 중증 장애인들에게 추석 연휴는 재앙 같은 날들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홀로 사는 60대 중증 장애인 A씨는 열흘간 활동 지원사 없이 연휴를 보내고 있다. 활동지원사는 지난 2일까지만 근무했고 연휴 전까지 대체 인력을 구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실패해 홀로 방치된 것이다.


기자에게 전화를 건 A씨는 추석 당일에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우동, 김밥 등으로 아침 식사를 때우고 점심은 죽집에서 먹었다고 한다. 그는 죽을 싫어함에도 가게들이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었다며 저녁은 빵으로 달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가 지나고도 한주 내내 비슷한 식사를 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기자의 후배이자 중증 장애인 B씨도 올 추석이 너무나 힘들다고 말한다. B씨는 추석 당일 배가 급작스레 아파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사흘 치 약을 받았다. 활동지원사가 있었다면 그나마 덜 고생했겠지만, 이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119를 부르고 병원에 접수를 하는 것 모두가 B씨 혼자의 몫이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 중인 기자의 지인이자 독거 중증 장애인 C씨도 추석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는 평소 위장이 좋지 않아 맵고 짠 음식을 먹지 않는데 가사를 돕는 활동지원사가 떠난 연휴 기간엔 맞춤형 식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해서다. 하는 수 없이 입원을 문의했지만 보호자가 없어 연휴 초반은 집에서 쓰린 배를 움켜줘야만 했다. 그럼에도 배가 점점 아파지자 그는 하는 수 없이 사정 끝에 입원한 병원에서 나머지 연휴를 보낸다고 한다.

이처럼 누군가에겐 황금 연휴일지도 모르는 열흘이 중증 장애인에겐 재난 이상으로 다가온다. 언제 어떤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정부 당국과 활동지원 인력을 제공하는 센터에서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이 몇 명인지조차 모른다.

특히 활동인력을 주관하는 자립센터는 기존 인력이 연휴 기간 없을 시 대체 인력을 찾아야 하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다. 기관에는 독거 중증 장애인들이 돌보는 것이 오로지 수수료를 받기 위한 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씁쓸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다음 명절부터라도 독거 중증 장애인들이 배곯고, 혼자 119를 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장애인 활동 중개기관이 명절 전 중증 장애인들을 담당하는 활동 지원사들의 근무 가능 유무를 파악해 공백을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와 정부 당국도 센터가 파악한 인력에 맞는 서비스와 재정을 지원해야만 한다.

이같은 기본적이고도 상식적인 대안을 기자는 여러 해 동안 제기해왔지만 여전히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부디 오는 설날엔 지인들로부터 명절 연휴가 행복하다는 소식을 꼭 전해 받고 싶다.
#중증장애인 #추석연휴 #장애인 #복지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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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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