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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초등학교 행사에 한복 입고 김밥 들고 갔더니... 상상이상

한복입은 아들과 함께한 컬쳐데이, 김밥으로 전한 한류 이야기

등록 2025.10.09 14:59수정 2025.10.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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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분들은 모두 공감할 테지만 머나먼 타지에서 맞이하는 고국의 명절은 늘 마음 한편이 허전하고 그립다. 유난히 올해 추석 연휴가 길기도 했지만 한국과 동떨어진 곳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아이 학교에서 열린 '컬처데이(Culture Day)' 덕분에 추석 명절이 조금은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각 나라의 문화, 음식을 소개하는 '컬처데이'인 만큼 아들도 평소 입는 학교 유니폼이 아닌 '한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이 어느 나라의 전통 의상보다 빛났다. 등굣길에 친구들이 몰려들며 엄지척과 함께 "네가 입은 게 뭐야?"라고 묻자, 아들은 수줍지만 자랑스럽게 말했다. "It's Hanbok." 그 순간, 아이는 한국의 홍보대사가 된 듯했다. 한국을 소개하는 대표 음식으로는 '김밥'을 준비했다.


 영국 초등학교 컬처데이에 준비한 김밥, 아내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영국 초등학교 컬처데이에 준비한 김밥, 아내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이택민

모든 수업을 마치고 학교 강당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메이카의 저크 치킨, 이탈리아의 파스타, 인도의 커리, 그리고 우리나라의 김밥까지, 테이블마다 각국의 음식 냄새와 이야기들이 뒤섞이며, 아이들의 호기심이 활짝 피어났다. 아내가 전날부터 열심히 준비한 김밥이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었다.

처음엔 "스시(Sushi)?"라고 묻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 애니메이션의 인기로 김밥을 알아보는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루미가 먹던 그거야!"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이 낯선 영국 땅에서 김밥을 설명해주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 셈이다. 김밥의 홍보를 위해 <케데헌>에서 루미가 김밥 먹는 장면을 옆에 살포시 띄워놨다.

 케데헌 인기를 실감하며 김밥홍보
케데헌 인기를 실감하며 김밥홍보 이택민

김밥은 금세 동이 났다. 달걀지단과 시금치, 당근, 단무지가 어우러진 한 입 크기의 김밥이 언어와 문화를 넘어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어떤 아이는 "이건 건강한 음식 같아!"라며 엄지를 세웠고, 어떤 부모는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다가왔다. 김밥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이야기로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추석 명절에 비록 온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송편을 빚지는 못했지만, 영국의 학교 강당 한가운데서 김밥을 나누며 우리 문화의 따뜻함을 전할 수 있었던 뜻깊은 하루였다.

그날 저녁, 남겨둔 김밥으로 저녁을 먹는데 아들이 말했다. "아빠, 오늘 내 한복이 제일 멋있고, 김밥이 제일 인기 많았어." 그 한마디에 낯선 나라에서의 하루가 특별해졌고, 한류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오늘만큼은 우리 가족이 '한류 전도사'이자 'K-푸드 알리미'가 되었다.
#영국 #런던 #컬처데이 #케이팝데몬헌터스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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