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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반포 579돌, 이제 토막 한자를 버려야 한다

[주장] 한글날 경축식 책자와 자막에도 쓰여

등록 2025.10.09 15:46수정 2025.10.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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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579돌을 맞았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9년이 흘렀건만, 우리는 여전히 한글의 온전한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글날 경축식 자막과 홍보물에조차 '前', '故'와 같은 토막 한자가 버젓이 등장한다. 한글을 기념하는 날에 한글 대신 한자를 쓰는 이 현상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토막 한자가 쓰인 579돌 한글날 경축식 안내지 표지와 행사장 자막
▲토막 한자가 쓰인 579돌 한글날 경축식 안내지 표지와 행사장 자막 행안부, 김슬옹

국호도, 대통령 이름도 한자로 쓰는 언론


<한국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문화일보> 등 대부분의 중앙 언론은 여전히 '韓', '文', '美', '中', '與', '野', '李' 같은 토막 한자를 고집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韓'으로, 대통령 이름을 '李'로 표기하는 이들 언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인가.

특히 충격적인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마저 한글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라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국가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담은 상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이 대한민국의 공용문자인 한글로 나라 이름조차 쓰지 않는다면, 이것은 명백한 국어기본법 위반이며 국민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게으른 글쓰기의 전형

필자가 <오마이뉴스> 앞선 기사(2021.10.19. 토막 한자 못 버리는 언론들, 게으른 글쓰기의 전형)에서 지적했듯이, 토막 한자는 "가장 게으른 언론 글쓰기 전형"이다. 언론은 짧은 제목을 위해 한자의 효율성을 운운하지만, 이는 독자를 배제하는 독선적 태도일 뿐이다. '野 이재명', '前교육장', '만취女', '문케어發' 같은 표현들은 온전한 한자어도 아니고 적절한 약어도 아닌, 기자들의 자의적 편의를 위한 기형적 표기일 뿐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佛蘭西(불란서)'처럼 이미 사어가 된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정작 문법은 틀리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무책임한 글쓰기가 언론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소외받는 사람들

토막 한자 사용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사람을 소외시킨다는 점이다. 한자를 모르는 젊은 세대, 한국어를 새로 배우는 외국인,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에게 이런 토막 한자는 소통의 장벽이자 고통이다. 대한민국을 이중 문자를 사용하는 문자 후진국으로 모는 행위이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다. 특히 언론의 언어는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의 편의를 위해 다수를 배제하는 토막 한자를 고집한다면, 이는 언론의 공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한글 전용의 역사적 당위성

한글 전용은 세종대왕 때부터 시작된 우리의 오랜 염원이다. 세종은 <월인천강지곡>에서 한글을 한자보다 세 배 크게 앞세워 표기했고, 고종은 1894년 한글을 주류 공식문자로 선포했다.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은 최초의 한글 전용 신문이었다.

북한은 1947년부터 한글 전용을 시행했고, 남한도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이후 본격적인 한글 전용 시대를 열었다. 2005년 국어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공문서의 한글 전용이 법제화되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언론이 이 법을 무시하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유독 보수 언론에서 토막 한자 사용이 잦은 것은 한자가 주는 권위적 이미지에 대한 집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이런 구시대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여기저기서 강조했듯이 언어는 인권이고 배려이며 소통이다. 토막 한자를 버리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글로 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특히 공공성을 지닌 언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글 반포 579돌을 맞은 지금, 우리 언론은 토막 한자라는 구습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을 '한국'으로, 대통령 이름을 대한민국 공용 문자 한글로 표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길이며, 모든 국민과 함께하는 언론이 되는 첫걸음이다.
#한글날 #한글전용 #토막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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