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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도 취미 삼은 '이것'... 장비빨은 금물, 이렇게 시작하세요

[탐조를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경쟁·성과 벗어나 '공존' 배우는 시간... '잘하고 싶은 마음' 내려놔야

등록 2025.10.11 18:15수정 2025.10.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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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 16일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에서 어린이들이 고니, 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를 구경하고 있다.
2020년 1월 16일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에서 어린이들이 고니, 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맑은 아침 공원을 산책하다가, 천변을 걷던 어느 순간, 삶을 살아가는 일상의 찰나, 하늘을 가로지르는 작은 날갯짓을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저건 무슨 새지?' 이러한 순간적인 호기심에서 '탐조'가 시작된다.

탐조는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이다. 이미 외국에선 대중적인 취미 활동으로 자리잡았고, 국내 역시 전국 곳곳에 탐조인들이 있다. 최근들어 배우 김태리와 소설가 정세랑 등 유명인들이 취미가 '탐조'라고 밝히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처음은 늘 힘들다. 탐조 역시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어떤 새를 어떻게 관찰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탐조는 경쟁이나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 취미이자 활동이므로, 즐거움과 배움을 동시에 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은 새 한 마리의 존재에 마음을 기울이고, 그 생태와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탐조인의 길을 걷는 것이다.

때떄로, 반복하며, 익히고, 느끼기

탐조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 不亦說호)"라는 공자의 말을 꼽고 싶다.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고 반복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 즉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반복하며 배움과 즐거움을 함께 느끼는 경험이 바로 탐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종 구분이 어렵고, 소리와 행동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도, 반복해서 관찰하며 익혀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되고, 자연과 연결되는 기쁨으로 이어진다.

탐조의 매력은 단순히 새를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계절의 흐름을 읽으며, 나아가 환경과 생태계를 이해하게 된다. 날갯짓 하나에도 다양한 의미가 숨어 있다. 철새의 이동, 번식기의 둥지 활동, 어린 새의 첫 비행까지, 그 모든 장면은 인간의 시선으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할 자연의 신비를 보여준다.


새를 처음 관찰할 때는 무엇보다 새를 놀라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근접한 존재로 다가갈수록 새에게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 새들과 사람의 거리가 유난히 먼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자연을 잘 보전한 국가일수록 새들과 사람의 거리가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아파트단지 안에서 탐조하는 모습(자료사진)
아파트단지 안에서 탐조하는 모습(자료사진) 이주영

새를 볼 땐 쌍안경으로 충분히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것이 좋다. 멀리서 바라보더라도 새의 무늬와 행동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으며, 그렇게 관찰하는 과정에서 눈과 귀가 자연스럽게 트이게 된다. 쌍안경과 망원경으로 보는 새들은 평상시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청각적 관찰은 시각적 관찰과 다르게 더 힘들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박새류나 참새류 등의 소리는 알아두면 향후에 큰 도움이 된다. 새들은 소리로 먼저 존재를 알리기 때문에, 아침 햇살 속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훨씬 더 쉽게 새를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채기 어렵지만, 반복적으로 듣고 기록하다 보면 차차 구분이 가능해지고, 숲을 걷는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어떤 종이 있는지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관찰한 새를 기록하는 습관 역시 매우 중요하다. 간단한 노트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위치·시간·종·날씨·행동 등을 기록하면, 초보 탐조인이라도 계절별 패턴과 철새 이동 경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쌓인 작은 기록은 나중에 학술 연구나 서식지 보호 활동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록은 단순한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자연을 보존하고 이해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장비빨' 욕심은 일단 거두시길

탐조를 시작하려면 어떤 장비가 필요할까? 초보자라면 장비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장비 또한 단순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고가의 쌍안경이나 망원렌즈를 구매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쌍안경과 스마트폰, 간단한 도감을 준비하면 충분하다. 경험이 쌓일수록 필요에 따라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되며, 장비보다는 관찰과 경험이 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쌍안경, 망원경, 도감도 탐조를 하다 보면 변화하게 되는데, 이 또한 개인의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래된 쌍안경이나 망원경을 보관하는 탐조인이 많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잘나와 쌍안경 없이 탐조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또한 멀리 가야 새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관찰하는 것도 초보자가 놓치기 쉬운 중요한 습관이다. 계절, 시간대, 날씨에 따라 새의 출현은 달라진다. 오늘 볼 수 없었던 새가 내일 나타날 수도 있다. 반복 관찰을 통해 철새의 이동 패턴과 습성을 이해하게 되면, 관찰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탐조는 이렇게 '관찰→기록→반복'의 과정을 통해 점점 더 풍부한 경험으로 발전하는 활동이다. 장소는 집앞의 작은 숲이나 하천, 공원 그 어디도 좋다. 새들이 없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탐조가 익숙해지면 집 주변에 탐조할 곳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하고 깨달을 것이다.

 필드스코프로 탐조를 하는 모습
필드스코프로 탐조를 하는 모습 이경호

탐조를 위한 최적의 시간은 언제일까?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이 시간대에는 새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먹이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씨에도 새들은 먹이를 찾아다니거나 젖지 않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관찰이 쉬울 수 있다.

국내의 경우 가을부터 봄까지가 여름보다는 시기적으로 더 좋다. 여름 숲이 무성해지면서 새들이 있더라도 눈으로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름은 번식하는 새들을 찾아 자세히 관찰하고 새끼들을 키우는 어미새들의 노고를 담을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다만 이 과정은 오랜 경험과 시간, 노동력이 필요한 고난도 탐조에 해당한다.

탐조는 즐거움과 책임이 함께 따라야 하는 활동이다. 새와 서식지를 보호하는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 번식기에는 둥지에 접근하지 않고,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거나 재생하지 않으며,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작은 규칙 하나가 새와 자연을 보호하는 데 큰 힘이 된다.

탐조는 혼자하기 보다는 경험자와 함께 배우는 것이 좋다. 지역 탐조 모임이나 워크숍,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면 관찰 노하우를 배우고, 초보자가 놓치기 쉬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대학생이라면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에 누구나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페이스북 등을 찾아보면 이런 온라인 모임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다.

사진을 찍는 것도 관찰의 한 방법이지만, 사진 자체에 몰두하면 새를 놀라게 하거나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다. 눈으로 먼저 관찰하고, 필요하면 사진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날씨와 안전 또한 필수로 고려해야 한다. 탐조는 자연 속 활동이므로 물, 간식, 방풍·방수 옷 등 기본적인 준비가 필요하며, 사유지 출입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면서 배우는 마음가짐이다. 작은 새 한 마리 관찰과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탐조, 취미 그 이상

탐조의 역사는 오래됐다. 영국에서는 19세기 산업화 속에서 도시인들이 자연을 즐기기 위해 망원경을 들고 들판으로 나가면서 시작됐다. 영국을 위시한 유럽이 탐조문화의 원산이다. 때문에 탐조인을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존 제임스 오듀본의 정밀한 새 그림과 관찰 기록이 사람들을 자연으로 이끌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버드카운트라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며 철새 이동과 생태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과 아시아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교육과 연계해 탐조 문화가 발전했고, 철새 보호와 자연 교육이 함께 이뤄졌다. 호주와 아프리카에서는 관광과 생태 보호가 결합한 탐조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은 관찰·기록·공유·보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화적·과학적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문화를 반영해 할리우드에선 <더 빅 이어>라는 탐조 영화도 나왔다.

 영화 <더 빅 이어> 포스터
영화 <더 빅 이어> 포스터 20세기폭스

한국에서도 최근 탐조 문화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SNS와 스마트폰 앱을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고, 지역 단체들이 주관하는 초급자 워크숍과 탐조 행사가 늘어나면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도심 공원에서 시작해 하천, 갯벌, 철새 도래지까지, 초보 탐조인들이 관찰할 수 있는 장소가 다양하다. 또한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의 기록이 연구와 정책에 활용되는 경험도 가능하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연과 인간, 지역 사회와 생태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문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초보 탐조인들은 흔히 '오늘은 아무것도 못 봤다'고 낙심하거나, 사진만 남기고 관찰은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탐조에서 중요한 것은 조급함을 버리고 관찰과 배움을 즐기는 마음가짐이다. 작은 새 한 마리를 눈으로 보고, 소리와 행동을 이해하며, 계절별 변화를 느끼은 과정 자체가 충분한 배움이자 즐거움이다. 경험이 쌓이면 종 구분과 행동 분석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고, 관찰하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계절별로 탐조 전략을 세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봄에는 번식기 새들의 둥지 활동과 소리 관찰, 여름에는 어린 새 관찰과 하천·습지 탐조, 가을에는 철새 이동과 단풍 속 새 관찰, 겨울에는 도심 공원이나 호수, 강에서 겨울철새 관찰이 적절하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새의 특징과 장소를 이해하면 초보자도 쉽게 새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도요새와 국내 월동을 하는 새들이 오는 계절로 본격적인 탐조를 할 수 있는 시기다.

탐조는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교육과 보전, 사회적 가치까지 담고 있다. 아이들은 자연을 배우는 과정에서 생태 감각이 발달한다. 철새 명소는 관광과 지역 경제에도 기여한다. 탐조는 관찰에서 시작해 기록·공유·보전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지닌 활동으로, 개인의 즐거움이 사회적 보전 활동과 연결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탐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연과 연결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작은 새 한 마리에서 시작된 호기심은 관찰 기록, 시민 과학, 환경 보호로 이어진다. 초보 탐조인이라도 걱정하지 말자. 관찰하고 기록하며 반복하고 즐기는 과정만으로 충분하다. 하늘을 나는 작은 친구들을 관찰하다 보면 당신도 모르게 생태학자, 시민 과학자, 환경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오늘 보이지 않는 새가 내일 나타날지도 모른다. 탐조의 매력은 바로 기다림 속에 있다.

추천 앱과 도감으로는 eBird, Merlin Bird ID, 한국탐조연합 자료, <한국의 새> 도감이 있으며, 관찰 장소로는 한강, 금강, 낙동강, 순천만 등 철새 도래지, 도심 공원이 적합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새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과 늘 존재하는 것을 안다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탐조하면서 <화살표 새 도감>을 찾아보는 모습(자료사진)
탐조하면서 <화살표 새 도감>을 찾아보는 모습(자료사진) 이주영
덧붙이는 글 필자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탐조 #버드워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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