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뿌리재단 2025 정기총회
홍선
공익 활동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공동체 유지의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공익 '활동가'는 여전히 불안정한 처우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관악뿌리재단은 공익 활동가가 처한 현실, 더 나아가 지역의 공익 활동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한국 사회와 정책 환경의 다변화에 따라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마주하게 되는 공익 활동의 현장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20대 대학생 시절 자원활동가로 달동네에서 주민을 만나던 필자만 하더라도, 지금은 풀뿌리 시민사회,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등 더 폭넓은 영역과 함께 연결되어 있고, 여기에서 만나는 동료 활동가들의 고용 형태 역시 이들이 소속된 조직의 형태나 형편에 따라 다양해졌다.
특히, 지역공동체 운동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이 많아졌다. 중간지원조직 등의 공공 예산 투입이 많아졌고, 청년 활동가를 길러내는 등 공공영역에서 정책 사업이 가지는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공익 활동 단체들의 자립과 공익 활동가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한두 명의 활동가가 모든 사업과 조직 운영까지 책임지는 현실 속에서, 지속적인 자원 확보라는 과제는 개별 단체·조직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관악뿌리재단은 이러한 고민을 배경으로 태어났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활동가와 조직·단체들은 '서울시 관악구'라는 지역성을 공통점으로 모여 앉아 지역 공익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지역재단'은 지역사회에서 성장한 선후배 활동가와 이들이 축적한 사회적 자본 등을 연결하여 다음 세대의 활동에 필요한 디딤돌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이렇게 관악뿌리재단은 공익 활동하기 좋은 지역사회, 이웃과 세상을 돌보는 공익 활동가와 단체를 돕는 조직을 표방하며 2020년 6월 29일 문을 열었다.
관악뿌리재단은 지역사회 공익 활동의 자립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하는 것을 목적으로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매년 창립일에 이루어지는 활동을 보면 이러한 재단의 활동 방향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 관악자명점과 함께하는 기부 행사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을 그해에 선정한 공익 단체에 마중물 기금의 성격으로 지원한다. 지금까지 관악기후행동, 작은도서관, 지역청년 연구활동지원 등에 쓰였다.
공익 활동가 개개인에 대한 지지와 응원 역시 관악뿌리재단의 중요한 사업이다. 공익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와 사명감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 활동가들은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로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관악뿌리재단은 공익 활동의 유지와 확산에 활동가 개개인에 대한 안전망 구축과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관악뿌리재단은 이를 위해 지역 내 활동가 개개인에 대해 사회적 협동조합 '동행'의 조합원 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년간 100명을 조합원 가입을 지원하며 활동가들을 위한 안전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하였다.
더 나아가 관악뿌리재단 자체적으로 활동가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사업도 운영한다. 활동가 치과 진료, 마음건강검진, 청년 및 중장년활동가 쉼과 재충전 사업 등의 사업이 있다. 특히 2024년 처음 시도한 활동가 마음건강검진 사업은 30명의 활동가가 참여하였고, 심리정서적으로 소진도가 높은 공익 활동가들에게 만족도가 높았다.
"활동가의 급여로는 심리 상담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요. 필요하고 좋다는 건 알지만 선뜻 경험하기 힘들었는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게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마음 건강검진을 받은 느낌이에요." - 마음건강검진사업 참여자
공익 활동과 청년의 만남

▲ 관악뿌리재단에서 함께 연결된 청년들
홍선
다음 세대 공익 활동의 지속성을 고민하던 관악뿌리재단은 공익 활동과 청년의 만남에 주목했다. 특히 관악구는 서울시에서 전체 인구 비중 중 20~39세 청년 인구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2024년 기준 전체 인구의 40%를 넘었다.
그 첫걸음으로 2021년 지역사회 기부 캠페인을 통해 청년 공익 활동 활성화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2022년에 청년 세대 공익 활동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다. 청년 공익 활동가들이 기금 위원회를 구성하여 3년째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의 공익 활동을 응원하고, 서로 만나고 지지가 될 수 있는 만남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관악구에 청년이 많다 하는데 좀 지내다가 가는 사람이 많잖아요. 흘러가는 느낌이잖아요. 이걸 붙잡아줄 구심점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많은 시민단체들, 옛날 마을 같은 데는 있지만, 그런 걸 다루는 곳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모른단 말이에요." - 청년 공익 활동 인식조사 참여자1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되고... 프로그램으로 경험을 키워가는 그런 사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 청년 공익 활동 인식조사 참여자2
청년들이 밀집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듯 공익 활동 현장에서도 청년들이 자신의 관심과 이해에 기반해서 활동하는 단체와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다. 청년기금위원회는 청년 활동가의 쉼과 재충전 사업, 청년 밥상 사업을 통해 청년 활동가들을 발굴하고, 만남을 연결하고, 서로 지지·응원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관악에 와서 많은 선배 활동가분들에게 도움도 받고, 조언도 많이 듣고, 청년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도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중략) 조금 더 바라는 부분은 활동가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활발하게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공간은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모임이 되기도 하겠죠." - 청년 공익 활동가 C
"새로 지역에 유입되는 청년들을 챙기는 것도 좋지만, 이미 새로 유입된 청년들과 함께 흘러갈 수 있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환경과 지원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략) 저희는 단지 그들이 어울리고 성장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주기만 할 뿐, 그 '이후'의 문제들은 다 같이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청년 공익활동가 D
지역의 문제와 공익 활동

▲ 침수피해 주민지원 활동 중인 모습
홍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지역재단은 취약 계층의 이웃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가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2년 8월, 기록적 폭우로 인해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했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고, 4800세대의 주거 취약 계층 주민들이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관악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은 2022년 8월 16일, '신속하고 충분한 피해 보상과 근본적 대책 수립'을 바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당장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기 위한 지역사회 모금을 진행했다. 관악뿌리재단은 모금 플랫폼으로 협력하여 기금을 모아 수해를 입은 주민들의 긴급 집수리를 지원했다.
'침수 피해 주민지원'은 주민들 삶의 문제에 밀착해 있는 지역 활동가와 공익 활동 단체들이 가진 신속한 문제 해결력과 강점을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지역 공동체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은 앞으로 지역 문제의 주요한 의제가 되고 있고, 공익 활동 주체들과 함께해야 할 활동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후 위기, 돌봄 등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기와 지역사회 이슈는 주민들의 기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민간 차원의 공익 활동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을 위한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공익 활동 현장은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와 이슈를 다룬다. 공공 정책과 예산이 공익 활동 단체의 다양한 지역 사업과 결합할 때 지역문제 해결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 재단 운동을 펼치는 재단들이 있다. 천안의 풀뿌리희망재단, 부천희망재단, 안산희망재단, 성남이로운재단 등 전국에 12개의 지역 재단이 한국지역재단협의회를 구성해서 함께하고 있다. 매년 지역공동체활성화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지역 공익 활동의 지원 조직으로 민간 자원을 조직하는 지역 재단의 역할과 공공 정책과의 연결을 통해 지원 정책을 발전시킬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제안한다. 현재 논의하고 있는 고향사랑 기부제, 공익활동지원센터, 기부 금품법 등이 우리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든다.
2017년 106명이 965만 원을 모아 만든 관악뿌리기금은 현재 정기 후원 180여 명, 연간 예산 약 1억 8000만 원으로 지역의 공익 활동의 기반을 구석구석 돌보고 있다. '지역 주민의 1%가 참여하는 공익 활동'이라는 우리의 꿈과는 별개로, 민간 차원의 지역재단 실험으로 공익 활동의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을 온전히 마련하는 것은 아직 한계를 가진다.
관악뿌리재단은 지역 내 공익 활동의 안정적인 확산을 위해 조례 제정 등의 운동을 진행 중이다. 추진 중인 조례에는 지자체의 공익 활동 지원 의무를 명시하고, 지역 공익 활동가들을 위한 기금, 인건비 지원 등의 정책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역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지지 없이는 지원 정책도 제도도 바로 서지 못한다. 앞으로 우리 관악에서, 우리 사회에서 공익 활동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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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는 왜 가난해야 하지? 관악구 청년들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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