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밥조 문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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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다 보면 다양한 호불호의 캐릭터를 마주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까닭에 밥조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함께 하다 보면 점심시간을 통해 자기계발 시간이나 휴식 시간으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고, 불필요한 대화에 시간을 빼앗기거나 감정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단점도 있다. 업무상 관계가 식탁으로 이어져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혼밥'이 가능하고 편하다면 굳이 모여 밥을 먹는 불편한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있을까? 서로 식사 습관이 다른 이들이 모여 먹다 보면 빨리 먹는 사람들 쪽에 식사 시간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천천히 먹는 사람들은 덜 먹거나 급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혼자 원하는 음식을 먹으며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상상의 나래로 빠질 수도 없다. 여럿이 모인 밥조는 식당이나 메뉴 선택권도 제한받는다.
아직 여러 공·사 조직에는 이런 밥조가 꽤 유지되고 있다. 한참 전에는 불편해도 속내를 꾹꾹 눌러대던 사람들이 이제는 숨기지 않는다. 이런 관행이 꼭 불편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점심시간마저 계속 마주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상황이 껄끄러울 수도 있다. 최근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구내식당에서는 '혼밥용'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별도로 팔고 있다. 오전 11시쯤 길게 늘어서서 간편식을 구입하는 직원들을 보면 모여 밥 먹는 상황이 한두 사람의 사소한 불평은 아닌 듯했다.
밥조를 둘러싼 논쟁은 '회식문화 논쟁'과 더불어 조직 내 관계 설정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공동체 문화의 속성이 강한 사회에서 자라난 사람들일수록 함께하는 모습에 익숙하다. 아직도 혼자 밥 먹는 상황이나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남아있다. 밥을 모여 먹을 것인지 아닌지가 옳고 그름의 대상은 아니지만 개별 취향이나 선택을 제약하는 문제점은 있다. 생각해보면 '밥'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간의 관계'가 문제 아니었을까.
인간관계의 적정선은 어디일까
최근 주위를 보면 밥조의 고충을 얘기했던 직원처럼 갈수록 '함께 일하고 같이 밥 먹는 일이 어렵다'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의 인간관계가 옳았고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에는 불편한 상황을 말하지 못하고 거부하지 못했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런 표현마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사의 경계가 불분명했던 시절.
후배이기 때문에 직급이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까닭일 터다. 당시에는 조직 부적응자나 불평 불만자, 눈치코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혔을 확률이 아주 높다. 서로 갈등 상황에서 밥을 먹고 하룻밤 술 마시며 풀었다는 얘기는 '라떼의 전설'로 회자된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관계는 이래저래 어려운 문제다.
명절 밥상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대학 새내기 큰아들이 한마디를 보탰다. 가장 먼저 부딪친 장벽은 역시 동기나 선배들과의 관계 설정이었다고. 아들의 말을 빌자면, 같은 과에 소위 'N수생' 비율이 많아 호칭과 관계가 문제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같은 학번끼리나 다른 학년 사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돌아보면, 이 문제는 비단 올해 대학 새내기만의 문제가 아닌 한때 새내기였던 모든 기성세대들의 고민이었다. 친구도, 이성 교제도, 선후배들과의 만남도 모두 관계(설정)의 문제다. 경계선 설정이 잘못되거나 틀어지면 양자의 관계는 관계 의존부터 관계 중독, 외톨이나 독불장군이라는 다양한 형태로 변할 수도 있다. 대학에서 다양한 차원의 인간관계를 경험하는 아들에게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도 이유 없이 잘할 필요도 없다. 상대방들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과하면 문제다. 우리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서 관계의 친밀도를 고려하지 않고 소비하는 것은 낭비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고갈하는 인간관계는 피해야 한다. 애정 공동체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밥조도 적당히 내가 불편하지 않을 때 의미를 갖는다. 어쩌면 가족들은 '운명적인 밥조'에 속할 텐데, 아무쪼록 추석 명절 밥상 위에 모종의 불편함이 올라와 있지 않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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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구별을 여행하는 행복 탐험가. 부모의 삶과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꿈꾸고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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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기' 어려운 직장인들, 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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