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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10.10 19:44수정 2025.10.10 22:05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학병원 안 편의점 필자가 대학병원 안 편의점에 들어가고 있다.
조현대
비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편의점'은 시각장애인에겐 참으로 불편한 곳이다. 시각장애인 혼자서 편의점에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편의점에 들어가는 일은 둘째치더라도 원하는 물품을 고르는 것부터 난관이다. 라면, 커피, 음료수, 과자, 삼각김밥 등 거의 모든 제품에 시각장애인이 식별할 수 있는 점자가 부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일부 컵라면 제품엔 점자가 생겼다곤 하나 말 그대로 '일부' 제품이지 전체 품목은 아니다. 순한맛 라면을 먹고 싶은 사람에게 식별 점자가 없으니, 매운맛을 먹으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 기분을 시각장애인들은 매번 편의점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고 있다.
필자는 현재 몸이 아파 한 대학 병원에 입원해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다 시원한 사이다를 한잔 마시고 싶어 편의점에 방문했는데 혼자서 사이다를 구매하다 온갖 진을 다 뺐다. 가까스로 편의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먹고 싶은 사이다를 구매하긴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찝찝하다. 내가 원할 때 구매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호의'로만 구매할 수 있어서다. 특히 편의점에 다른 손님들이 많을 때 이 '호의'는 쉽게 거절되기 마련이다.

▲편의점 내 물품진열대 필자가 편의점 안 물품 진열대에서 음료수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조현대

▲점자로는 확인 불가능한 사이다 브랜드 필자가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통해 사이다 제품(나랑드사이다, 칠성사이다)들의 점자를 확인해봤으나 두 점자 모두 '음료'라고 적혀져 있고 어떤 제품인지는 설명돼 있지 않았다.
조현대
한 번은 필자가 좋아하는 '△△우동'을 먹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다행히 다른 손님들이 많지 않아 직원에게 조리를 부탁했는데, 재고 조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혼자서는 뜨거운 물을 용기에 부을 수 없어 제품을 들고 집에 갔고, 결국 3시간이나 지난 후에야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우동을 먹을 수 있었다.
이같은 불편한 편의점 이용 사례는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주변 시각장애인 지인들도 매번 겪고 있는 중이다.
용인에 사는 지인 A씨는 우유와 아침햇살을 좋아해 편의점에서 왕왕 구매하곤 하는데 편의점에서 진열장을 찾고 물품을 고르는 데만 30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안산에 사는 후배 B씨도 이런 상황이 불편해 활동지원사가 있을 때 미리 품목을 한꺼번에 구매한다. 문제는 미리 제품을 구매하다 보니 유통기한을 쉽게 놓친다는 것이다. 편리하게 이용하라고 만든 곳이 시각장애인에겐 언제나 불편하게만 느껴지고 있다.

▲비닐에 덮인 점자 필자가 컵라면에 적힌 점자를 읽어내고 있다. 다른 라면들과 달리 점자가 있긴 했으나 비닐로 감싸져 있어 정확히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조현대
이제라도 편의점 브랜드를 운영 중인 대기업들은 시각장애인들이 편의점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직원 교육과 매뉴얼 정비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편의점에 방문했을 시의 응대법을 마련하면 좋겠다. 그리고 각 제조업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마련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바코드라도 마련해 시각장애인이 상품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대안이 만들어졌다 해도 편의점이 할 일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휠체어 사용이 필수적인 지체장애인이나 수어로 대화를 하는 청각장애인 등-이 편의점 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의 편의점이 비장애인에게만 편한 곳이 아닌 장애인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도 편한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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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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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찾고 고르는 데만 30분... 우리에겐 편의점 아닌 '불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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