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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서열 해소, 이제는 약속을 지킬 때

    [주장] 교육개혁 본령,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해야

    등록 2025.10.13 11:00수정 2025.10.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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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7.31.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 전환 기자회견, 국정기획위 앞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킬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2025.7.31.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 전환 기자회견, 국정기획위 앞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킬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손명선

    우리 교육정책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가장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가 있었다. "공정한 교육기회"를 세우려는 쪽과 "고교 선택권 보장"을 주장하는 쪽의 충돌은 국민들에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피로감을 줄 정도였다. 그러나 2025년 지금, 우리는 그 오랜 논쟁의 결론이 허망하게 사라진 자리에 서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내세웠던 '고교서열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의 개혁 기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이었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기치 아래 교육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약속이었으나 왜 그것을 3년이나 지난 다음 정권으로 넘겼는지는 의아해할 일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직후 시행령을 다시 개정해 이들 학교의 존치를 공식화했고, 교육 개혁의 상징이었던 정책은 정권 교체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평준화의 역사, 그리고 다시 찾아온 서열화

    1974년, 박정희 정부는 과열된 입시경쟁과 명문고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교평준화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서울의 경기고, 경복고 등 일부 명문고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중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극심했고, 이는 사교육 팽창과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평준화는 추첨 배정을 통해 학교 간 격차를 줄이고,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이었다. 공교육의 평등성은 일정 부분 회복되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신자유주의는 교육을 "공공재"가 아닌 "선택 가능한 상품"으로 재정의했고, 학교를 경쟁시키고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시장 논리가 사회 전반에 침투하면서 교육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육 수요자 중심'이라는 말로 포장된 학교 선택권 강화는 실제로는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

    외국어고, 과학고가 생기고, 2000년대 들어 자사고가 등장하면서 고교 체제는 다시 서열화의 길로 들어섰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확대는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리의 산물이었다. 결국 평준화로 억눌렀던 서열이 '다양성'과 '수월성'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자사고의 면학분위기, 그늘에 선 일반고


    "우리 아이는 공부 분위기가 좋은 자사고에 보내고 싶어요."

    이 말은 오늘날 수많은 학부모가 공유하는 바람이자, 자사고 존치 논리를 떠받치는 가장 흔한 이유다. 실제로 자사고나 외고에는 학업 의지가 높은 학생이 모이고, 교사도 비교적 안정된 여건에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이른바 '면학분위기'가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특권 구조의 산물이다.


    자사고는 입학 단계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높은 등록금과 풍부한 재정으로 우수한 환경을 만든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유사한 학생들이 모이면, 학습 분위기가 안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일반고는 지역 격차와 사회적 다양성을 그대로 안은 채, 상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균형을 잃는다. 결국 '자사고의 면학분위기'는 '일반고의 황폐화'를 전제로 성립하는 상대적 번영의 구조다.

    자사고, 외고를 존치하자는 사람들은 다양성을 주장하며 이 문제를 '개인의 선택'으로 포장한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자사고로 가면 된다"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이는 공교육의 근본 정신 ― 모든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 ― 을 부정하는 것이다.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좋은 학교를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를 좋은 학교로 만드는 것이다. 자사고의 성공 요인을 흡수해 일반고에 확산시키는 것, 그것이 진짜 면학분위기의 민주화다. '면학분위기'라는 말은 언뜻 중립적이지만, 그 안에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숨어 있다. 공부할 의지가 있는 학생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교육개혁의 본령이다.

    절대평가로 가는 교육정책, 고교서열화와는 함께 갈 수 없다

    고교서열화를 해소해야할 또 하나의 이유는 절대평가 실시에 있다. 절대평가는 학생의 학업 성취를 일정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제도다. 상대평가가 학생 간의 서열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면, 절대평가는 기준 달성 중심의 학습 문화를 지향한다. 이 점에서 절대평가는 경쟁교육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그대로 두고 있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대학은 같은 등급이라도 자사고, 외고 학생들을 선호하게 된다. 같은 점수라도 학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것이다.

    평가제도를 바꾸려면 학교 구조도 함께 바꾸어야 한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유지되는 한, 절대평가의 취지는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교육의 공정성과 신뢰를 세우기 위해서는 고교서열 해소와 절대평가 전환이 함께 가야 한다. 절대평가는 평등한 교육 구조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서열화된 학교 위에서 절대평가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고교서열 해소를 다시 추진하자

    2025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시행령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개정할 수 있다. 국회의 동의도, 복잡한 입법 절차도 필요 없다. 의지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문제는 '학교 유형의 다양성'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출발선부터 다른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구조적 불평등의 상징이다. 이들 학교가 우수한 학생과 자원을 독점하는 동안, 일반고는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지켜왔는가.

    대통령과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그리고 시·도교육청이 함께 협력해 고교체제의 근본 개혁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고교서열 해소를 재추진하자.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폐지하자.
    그것이 평등한 교육의 출발이며, 진짜 개혁의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언론창에도 실립니다.
    #고교서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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