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소멸 위기' 앞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을 진영논리로 막아서야

등록 2025.10.13 17:30수정 2025.10.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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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에서 추석 전에 일제히 게시된 농어촌 기본소득 촉구 현수막 부여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신청 중이다.
▲부여군에서 추석 전에 일제히 게시된 농어촌 기본소득 촉구 현수막 부여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신청 중이다. 오창경

추석 명절 연휴 시작과 동시에 부여군 곳곳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란 공모로 인구 감소 지역 중 6개 군을 선정해 모든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연 180만원)을 2년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다. 부여군에서는 이 정책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이미 군청에 TF 팀을 꾸리고 군민 공청회도 개최했다.

충남에서는 부여를 비롯해 서천, 예산, 청양군 등이 시범 사업 참여 의사를 보이며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다. 위의 지역들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로서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절실하고 절박한 대안으로 이 정책을 환영하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란 의미는 얼핏 보면 정부의 선심성 복지 정책이라고 하기 쉽다. 하지만 그 근본과 깊이를 파헤쳐보면 지금 지방 시대에 꼭 필요한 정책이다.

한국 전쟁 이후 지난 70 년 동안 우리나라는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국민 소득 증가와 문화, 복지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 그러는 동안 우리나라 내부에서는 지역 간 불균형, 인구 감소, 지역 소멸 위기가 닥쳐버렸다. 느려도 균형 발전에 힘을 싣지 않고 경제 성장에만 집중했던 결과이다. 경제 활성화가 모든 분야의 발전을 다 견인할 줄 알았더니 저성장의 시대가 도래하자 어떤 극약 처방도 듣지 않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위주의 정책에서 밀려나 있는 지역의 성장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지역은 성장 동력이 없다. 가장 밑바닥에서 성장을 바쳐 줄 인적 자원의 배출처인 초등학교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동시에 공동체 활성화의 중심이 될 문화를 누리고 소비할 주체의 세대교체는 이루어지지 않고 노령화를 지나 소멸에 접어들었다. 이런 불균형의 원인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이해관계와 지역 이기주의, 무관심 속에 책임을 서로 떠넘겨 왔을 뿐이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그까짓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으로는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에게 묻는다. 그러면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난 70년 동안 수도권 위주의 정책과 경제 활성화에만 밀어줬던 정책에 대한 보상과 지방 우대 정책의 시작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촌과 농민 문제는 소득 격차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2000년대 초반 시민 단체와 학계에서 농촌 인구 급감과 농산물 가격 불안정으로 인한 소득 구조 불안정, 복지 사각지대 증가, 공동체 기능 약화의 위기에 있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자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2009년에는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가 출범했지만 현실적인 기반이 약했다. 이후 현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 시장 시절이었던 2016년~2017년에 '청년배당'을 시행해서 실험과 전례를 남겼다. 2018년 이후 청년 기본소득, 지역화폐형 기본소득, 농어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었다.


위와 같은 정책적인 실험과 사례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도시의 삶을 청산하고 시골에서 농사를 비롯한 자영업과 프리랜서 등 닥치는 대로 일자리 노마드로 팍팍하게 살아가는 나의 견해는 이렇다.

농촌에서 여성 농업인이나 여성 삶의 질은 복지와 문화의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다. 농촌에서 여성 농민의 삶의 질과 지위가 달라진 계기는 요양보호사 제도였다. 그 직업군에 여성 농민들이 대거 진출한 뒤로 그들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도시에서는 그 인건비가 기본 생계를 위한 액수밖에 되지 않지만 농촌에서는 소비와 저축이 가능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농촌 여성들에게 정기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남편과 가족에게 종속된 생활이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지역에서 소비 활성화의 주역이 된 것이다. 정기적인 수입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런 사례는 공식 통계에 없는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내 이웃의 여성들이 '요양보호사' 라는 전문 직업과 관련 직업군에 포함되면서 달라진 변화이다. 확실히 식당에서는 결제하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자동차를 소유하는 여성의 증가는 물론 문화 행사의 전면에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지위가 달라졌다. 정기적인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여유를 확보한 효과는 이렇게 나타났다.

부여군 구룡면에서 게시한 농어촌 기본 소득 현수막 부여군의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진영 논리의 벽에 막혀 있다.
▲부여군 구룡면에서 게시한 농어촌 기본 소득 현수막 부여군의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진영 논리의 벽에 막혀 있다. 오창경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지역으로서 부여군은 선택과 기회의 폭이 점점 줄어드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은 더 필요합니다. 그들에게 지역화폐 기본소득으로 소비와 참여의 기회를 넓혀서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민생과 직결된 문제에 우리 선출직 의원들이 더 민감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여군에서는 지난 9월29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에 관한 정책 연구 공청회를 주도했던 부여군 의회 민병희 의원과 노승호 의원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노령인구, 장애인 등)를 위해 이런 정책이 더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충남에서는 도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부여군에서는 내부에서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갈등부터 일으키고 있다. 이날 주민공청회에서 부여군 박정현 부여군수는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김태흠 도지사와 국민의 힘 군의원들을 향해 민생과 지역 소멸 위기 앞에서는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리지 말자고 열변을 토했다.

기본소득 소요 예산은 국비 40%+도비 30%+군비 30%로 구성되는데, 김태흠 도지사는 도비 30% 부담을 언급하지 않고 부여군 국민의 힘 의원들은 군비 30% 마련이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만 하고 있다.

내가 부여군민으로 살면서 70세 이상 농민들에게 가장 많은 들었던 자랑 담긴 이야기는 농사만 지어서 셋 이상 자녀들을 얼마나 어렵고 힘들게 대학에 보내고 수도권에서 자립하게 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지방의 노령인구들이 흔히 간직하고 있는 이 스토리에서 경제 발전에 기여는 했으나 지역 소멸을 초래한 결과를 볼 수 있다. 국민에게 이런 인식을 형성하게 한 것은 정부 정책의 결과이다. 지역과 서울의 격차 없는 균형 발전 정책을 추구했더라면 현재의 이런 극약 처방이 필요했을까?

지난 2022년 현 충남 도지사가 집권하면서 1년에 20만 원 짜리 여성행복바우처를 삭감해버렸다. 그 바우처로 35만 원가량의 다초점 렌즈 안경을 맞췄던 나는 그 이후 안경원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가욋돈이 생겨야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곳에도 소비하게 된다.

이 사례에 대한 보상과 해법을 전제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이해해야 설득력이 있다. 부여군은 이미 '굿뜨래페이' 라는 지역화폐 사용이 군민들 사이에 정착한 지역이다. 지난 민생회복 지원금으로도 지역 상권 이용 횟수 증가도 검증되었다.

선출직 의원들이 표를 위해 남발했던 삭감해도 될 군 예산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 귀농귀촌 정책과 농민에게 한정된 지원 제도의 범위도 세심하게 살펴보라. 부여군 다수당인 국민의 힘 의원들은 숫자와 포퓰리즘 논리로만 기본소득을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앙집중식 정책에 지방의 국민이 희생하고 협조했던 보상 차원의 국가 예산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이제는 지방 우대 정책을 요구할 시기이다. 정기적인 소득의 힘이 부여군민들의 가욋돈의 여유와 지역 경제 활성화가 정서적 만족감으로 이어져야 군민이 행복해진다.

부여군의 각 단체에서 내건 현수막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대응 정책으로 부여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지구 선정 공모에 뛰어들었다.
▲부여군의 각 단체에서 내건 현수막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대응 정책으로 부여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지구 선정 공모에 뛰어들었다. 오창경


#농어촌기본소득 #부여군 #인구감소 #지방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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