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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노동의 결과가 죽음이 되지 않기를"

청소년이 노동건강권 교육을 만날 기회

등록 2025.10.14 10:38수정 2025.10.1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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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1년 10월 6일 전남 여수시 한 요트 정박장에서 잠수작업 실습중이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회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6일 전남 여수시 한 요트 정박장에서 잠수작업 실습중이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회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권우성

이재명 대통령(당시 경기도지사)이 4년 전 본인의 SNS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그는 당시 여수의 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계획에 없던 잠수작업을 수행하다 발생한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당시 필자가 느낀 경기도의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은 다른 지자체와는 사뭇 달랐다. 먼저 교육 주관기관부터 교육청이 아닌 도청이었다. 일반적으로 교육청에서는 민주시민교육 관련 부서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과 관련한 제안에 향후 업무 추진에 참고하겠다는 식의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적극성 측면에서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와 산하 기관인 평생교육진흥원은 실무 담당자부터 고위직까지도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느꼈었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반대로 가르치려 해서는 안되는 것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한 통찰이 있었다.

필자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에 대해 동일한 내용을 여러 지자체에 제안했지만, 담당자마다 받아들이는 온도가 매우 달랐다. 이를 통해 당시 느꼈던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지자체 단위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다니는 학교 소재지에 따라서, 좀 더 명확히는 교육청 수장의 성향에 따라서 교육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려웠다.

중앙정부 차원의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결국 지역적으로 고른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어떤 내용에 대해 다룰 지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 설정과 양질의 교육 콘텐츠 개발, 우수한 강사 양성 및 등록 체계 관리 등도 일부 지역행정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지속되긴 버겁다.

더욱이 교육의 우려점 중 하나로 꼽히는 "강사의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교육이 이용되는 상황"을 막고 중립성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는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표준화와 체계화가 필요하며 사회적 대화 기구 등을 통해 각계 입장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산발적인 지자체 조례 제정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도 경기도지사 시절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교육기본법과 근로기준법에 노동인권 교육의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교육부 및 고용노동부 소관 법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에 관한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를 담당할 정부 조직도 없는 상황이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주제가 '노동'이다 보니 교육부에서는 적극성을 보이기 어렵고,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아니라 하여 미온적으로 다루다 보니 현재까지 두 부처에서 협업을 추진했던 사례는 없었다. 날로 복잡해지는 노동환경 속에서 단일 중앙부처의 노력만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일터를 조성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이 필요한 또 하나의 대목이다.


한편 노동건강권 교육에서는 비단 재래식 안전사고 만을 다루지 않는다. 사고 재해 못지않게 질병 재해도 간과해선 안되며, 신체건강 못지않게 정신건강 역시 중요함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주 52시간이나 주 4.5일제처럼 노동 시간을 규율하려는 취지는 무엇인지, 과로로 인해 유발 가능한 건강 문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와 업무 스트레스 및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도 다룬다.

게다가 기존 안전수칙, 응급 상황 시 대처요령, 산재보험에 대한 이론적 소개와 같은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실제 이슈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역지사지 관점과 공감, 배려와 존중의 중요성에 대해 느낄 수 있게 한다.

권리감수성 향상을 위한 노동 건강권 교육

그런 의미에서 노동 건강권 교육은 노동 인권 교육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기존 노동인권 교육이 임금, 근로계약서, 노동 3권 등 노동과 관련한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권리에 대해 다뤄왔다면, 노동자 건강권 교육은 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혹자는 사업장에 입사 이후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통해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노동 건강권 교육은 일방적 지식전달 보다는 '권리 감수성 향상'이 핵심 목표다. 사업장에서 시행되는 안전보건교육은 주로 기술적, 이론적 측면의 지식 전달이나 해당 사업장의 개별적 특성에 대한 소개와 적응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흔한데, 온라인, 집체식, 사업장 내 공간 등과 같은 한계 때문에 '권리'를 다루는 '토론식 수업'이 이루어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입사 이후보다는 청소년과 청년이 취업을 위해 뛰어다니기 전 시기에 노동 건강권에 대해 인지하고 권리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일터의 안전보건 환경과 정책 기조를 사후적 처벌과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핵심은 위험성 평가이고 위험성 평가의 기본은 노동자들의 참여다. 수동적인 참여가 아닌 주체적이고 실질적인 참여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노동 건강권을 비롯한 노동 인권에 관한 의식과 감수성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입니다.
#산업재해시민 #김용균재단 #박승권 #노동인권교육 #노동건강권교육
댓글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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