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 보험수리비 갈등... 전문가들 '현행법 개정 필요'

국회 '자동차 정비 보험 수리비 분쟁, 피해사례와 계선방안은?' 토론회... 무슨 얘기 나왔나

등록 2025.10.15 14:24수정 2025.10.1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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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 후 보험수리를 둘러싼 갈등이라고 하면, 대개 사고 당사자 간 과실 비율 다툼이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는 분쟁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러한 다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보험 가입자는 사고 발생 시 스마트폰 앱 몇 번의 터치만으로 손쉽게 접수하고 수리를 받는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편에서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들 간의 갈등은 해마다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정비 보험 수리비 분쟁, 피해사례와 개선 방안' 토론회는 자동차보험 수리비 감액 문제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보험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청구액을 삭감하고, 정비업체는 이에 항의조차 못 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토론회서 드러난 구조적 불공정

자동차 보험수리비 개선 토론회 9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동차정비 보험 수리비 분쟁과 관련하여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자동차 보험수리비 개선 토론회 9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동차정비 보험 수리비 분쟁과 관련하여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권성훈

보험사가 제조사 필수 공정을 임의 배제하고, 2018년 기준 고수로 현재 물가와 임금 인상을 미반영, 수리 대금 미지급 문제 발생이 여전함. - 이한나 대표 (금호공업사)

2025년 3월 이후 20년간 유지했던 청구 기준을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폐기 후 수리비 청구액의 45%를 근거도 없이 삭감 통보, 수리비에 대한 지불보증 없이 수리만 강제. - 김용호 회장 (한국GM 협의회)

정비업체 70% 이상이 평균 10% 이상 감액 경험, 87.6%가 불공정 거래 겪으며 표준약정서 필요성 95.4% 동의 - 손성원 실장 (중소기업중앙회)

불투명한 AOS(자동차 수리비 산출 온라인서비스) 기준과 손해사정사 독립성 부재로 저가 수리 유도, 자동차사고수리 표준위원회 설립 및 공적 기준 마련 필요. - 하성용 교수 (중부대/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업체 수리 후 손해사정 구조와 보험사 소속 손해사정사로 공정성 훼손, 국토부 고시로 정비요금 공표 및 독립 분쟁조정 기구 필요. - 자문위원 권정순 변호사

한편, 손해보험협회 측은 보험업계 입장에서 손해율 관리를 위한 수리 비용 '과다 청구' 억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부 업체의 과도한 청구 사례를 지적했다. 다만 "투명한 기준 마련"과 "업계 간 협의 강화" 필요성은 인정했다.


이러한 불투명한 삭감 구조는 정비업체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연맹 대표는 소비자 역시 손해사정 내역 비공개로 수리 여부와 폐차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손해사정 내역 공개와 수리비 확정 보증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이 논란에 대해 한때 자동차 정비업체를 직접 경영했고, 정비 기능장으로 오랫동안 자동차 보험수리 거래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사단법인 수리·용역수탁사업자협의회 정책위원인 고안수 박사는 아래와 같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현재 자동차 정비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보험개발원이 독점적으로 만든 불투명한 표준작업시간을 강제로 적용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험개발원은 손해보험협회 중심으로 보험사들이 공동출연해 설립한 기관이라 구조적으로 보험사 편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런 기관이 핵심 데이터인 자동차 수리의 '요소작업시간'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현장 실측은 형식적으로만 진행하고, 결국 정비업체들은 늘 불리한 게임판에서 공임 현실화를 가로막히고 있는 상황이에요.

물론 보험 수리 산정 기준을 정비 사업자들이 정해야 한다는 일부 정비업체의 태도도 과하죠. 정비 사업자가 손보사를 신뢰하지 않듯, 손보사도 정비업계를 신뢰하지 않으니, 정비 사업자들 또한 사회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주장을 내야 합니다. 즉, 이해 당사자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중립 기관에서 객관적인 산정 기준을 만들도록 노력해야죠."

관행 방치→저신용 사회불필요한 비용 발생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보험사와 정비업계 전반의 '저신용 구조'가 낳은 문제로 진단한다. 문제는 이런 저신용 구조가 쌍방 간 갈등을 넘어 사회적 비용 손실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2023년 일본에서 발생한 BM(빅모터) 사건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줬다. 300여 개 지점을 운영하던 대형 정비체인에서 약 6만5000건의 고의 손상·과잉수리가 드러나며 업계 전체의 신뢰 붕괴 직전까지 몰리며 '레몬시장' 위기를 맞았다. 레몬시장이란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으로 저품질이 고품질을 몰아내어 시장 전반의 품질이 하락하는 현상을 뜻한다.

일본 사회는 이 사건 이후 대오각성해 공임 현실화, 정보 공개 강화 등 제도적 변화를 단행했다. 일본 '공정위'는 정비업체 단체와 보험사 단체의 협상에 위법성이 없음을 명확히 했고, 일본 '국토교통성'은 자동차 보험수리 업체가 적절한 가격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차체정비사업자에 의한 사고차량 수리의 적절한 가격 협상 촉진을 위한 지침'까지 마련해 배포했다. 그리고 최근, 양 단체 협상에서 평균 18.8% 공임 인상도 이뤄졌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수리비를 산정하며 정보 비대칭 구조에 따른 저신뢰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 구조가 유지되면 정비업계는 저가 부품 사용, 품질 저하, 폐업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소비자 피해로 직결된다.

구조적 해결책 필요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을 요구했다. 선 손해사정 제도, 지급보증 제도, 분쟁조정 제도화, 표준작업시간 주기적 갱신, 손해사정 내역 제공 의무화, 공적 기구 설립 등이 핵심이다.

민병덕 의원은 "사후 삭감 관행이 분쟁을 구조화하고 있다"며 수리비 산정체계의 전면 개선을 요구했다. 김남근 의원은 "보험수리비 분쟁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회문제"라며 "보험사 중심의 비공정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수리 #자동차사고 #카센터 #자동차수리 #자동차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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