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불법 소각 쓰레기 불법 소각중인 모습
주보람
"불이야~"
처음엔 정말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소란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인상을 찌푸리며 창문을 닫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명절이 지났으니 지인들로부터 받은 선물 포장을 태우느라 한동안 매캐한 연기가 이집 저집 가리지 않고 피어오를 것이 불 보듯 뻔했다.
5년 전 우리 부부는 공기 좋은 곳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싶어서 귀촌을 선택했다. 하지만 처음 귀촌을 해서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질 나쁜 공기'였다.
까만 밤, 논에서 큰불이 났다. 누구 논인지는 모르지만 애써 키운 곡식이 몽땅 타버리면 그 농부님의 시름이 깊겠다 싶어 얼른 119에 전화를 해서 급박한 화재 상황을 신고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보릿짚을 태우려고 일부러 불을 낸 것이었다. 물론 불법이고, 적발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과태료 부과는 소방청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화재진압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 후로도 매년 6월이면 논 여기저기에서 전부 불길이 치솟았고, 매캐한 연기로 인해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나의 올곧은 시민의식이 괜히 바쁜 소방관들에게 폐가 되는 것 같아 신고를 그만두었다.
아이들이 바꾼 마을, 사라진 보릿짚 연기
대신 아이들이 나섰다. 청소년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제를 제기했고, 그 의견이 받아들여져 이제는 시에서 보릿짚을 전량 무료로 수거해 준다. 덕분에 매년 6월마다 되풀이되던 '보릿짚 악몽'도 사라졌다. 가족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선 아이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기특하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저녁이면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 때문이다. 단순히 종이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 각종 생활 쓰레기까지 함께 소각되면서 1급 발암물질이 배출된다. 이 연기는 단순한 악취를 넘어, 목이 따갑고 눈이 시릴 때도 있다.
쓰레기 불법 소각은 폐기물관리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명확한 처벌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웃 사이에서 이를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불법 소각이 공무원들이 퇴근한 늦은 밤에 이루어진다는 점도 단속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엄마,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자기들이 살 세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을 그렇게 함부로 망가뜨릴 수 있어요?"

▲쓰레기 불법 소각 쓰레기 불법 소각
주보람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의 말에 나는 남편과 함께 시청을 찾았다. 쓰레기 불법 소각 문제에 관해 말씀 드렸고, 다음 날 동네 전봇대마다 '쓰레기 불법 소각 근절' 포스터가 부착됐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분들 입장에서는 평생 해오던 방식대로 살아가고 계신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제도가 바뀌었으니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제도 개선만큼이나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청년들에게 청년농업이나 귀촌을 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지역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세대 간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적어도 나는 내 아이들이 '공기를 돈 주고 사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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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비로소 주보람으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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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연기 속 귀촌 생활, 아이들의 분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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