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로컬창업기 서로맑음스튜디오 이상준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자신의 로컬창업기를 웹툰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서로맑음스튜디오 이상준 대표 SNS
서로맑음 스튜디오, 우연한 시작
공주의 회사도 재정난을 겪었다. 이 대표는 1년 만인 2024년 1월 퇴사하게 됐다. 실직급여를 신청하고 고민하던 중, 공주에서 열린 청년마을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여기서 만난 인연을 통해 홈페이지 제작 의뢰를 받게 됐다.
"경남 하동의 '다른파도'에서 자기네가 운영하는 '지리산 트레일 컨퍼런스' 홈페이지를 개발해줄 수 있냐고 문의해 왔어요. 경주의 청년마을을 운영하는 '마카모디'도 소개해주셨는데, 마카모디가 맡은 '울산 워케이션센터' 홈페이지까지 두 건을 동시에 의뢰받게 됐어요."
이 대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에 주저하지 않았다. 서울 생활 중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있었고, 무엇보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직급여에 미련을 두지 않고, 본격적인 1인 기업 '서로맑음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이후 공주의 다른 창작자들이 하나둘 합류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서로맑음 스튜디오라는 이름은 그의 이름 한자에서 따왔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에 '상준'이가 세 명이나 있었다. 자신만의 특별함을 원했던 그는 엄마에게 자신의 이름이 지닌 의미를 물어봤다.
"어머니가 '서로 상(相)'자에 '맑을 준'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서로맑음'이라는 닉네임으로 포트폴리오를 올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맑을 준'이라는 한자는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어머니의 착각에서 나온 해프닝이었지만, 어디에도 없는 특별하고 좋은 느낌의 업체명이 탄생했다. 다행히 첫 프로젝트인 지리산 트레일 컨퍼런스 홈페이지는 큰 성과를 거뒀다.
"원래 목표한 모집인원이 100명 정도이었는데 3000명 넘게 찾아왔대요. 홈페이지의 기능성과 효과적인 홍보 덕분에 오히려 참가자가 너무 많아 운영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서로맑음 스튜디오의 세일즈 포인트를 디자인과 개발을 동시에 한다는 올인원 서비스로 판단할 수 있지만, 그의 일을 깊게 들여다보면 그것과 다른 휴머니티, 의뢰인을 대하는 태도가 핵심이 되고 있다. 프로젝트 의뢰인을 대하는 업무 철학은 서울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경험한 첫 외주 작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맡았던 것은 한 마을 예술창작소의 홈페이지 제작이었다.
"당시 담당자로 60대 여성분이 오셨는데, 홈페이지에 대한 이해도가 하나도 없으셨어요. 그래도 끝까지 열심히 설명드렸죠.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운영할 방법도 알고 계셔야 하고, 나중에 다른 업체에 맡기더라도 관련 지식을 갖고 계셔야 한다고요."
힘들었지만, 프로젝트가 끝난 후 그분이 남긴 한마디가 그의 업무 태도를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
"'나를 바보 취급 안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까지 다른 개발자들한테는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당했다면서요. 그때 지금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향 공주에서 서로맑음 스튜디오를 시작한 이상준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밀착형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역 고객들은 밀착 소통을 원해요. 중간중간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시거든요. 그래서 프로젝트를 해나가면서 경남 하동, 전북 김제, 충남 아산 등 고객이 있는 지역을 직접 방문합니다."
삶의 균형을 찾아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구 10만 수준의 공주에서 IT 개발 수요는 제한적이다.
"공주의 정보통신업 사업자는 사업자 전체의 2% 정도뿐인데, 그마저도 장비나 설비 유지보수 업체가 대부분이에요."
실제로 그의 매출은 공주 외 지역이 80%, 공주 내에서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건수로만 보면 공주가 많아요. 그러나 공주 외 지역에서 들어오는 일은 매출 규모가 크고, 공주는 건수만 많고 매출은 적어요. 이 균형을 맞추는 게 현재 저에게 주어진 과제예요."
이 때문에 공주 내 수요 창출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레퍼런스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피어나다'라는 청년 예술인 공연에서 포스터 디자인을 맡았는데, 시범적으로 홈페이지도 만들어 홍보했어요. 이런 걸 보여드리니 '이런 것도 있구나', '이렇게도 가능하구나'를 알게 해드리고 있어요. 때가 되면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 서울과 같은 큰 시장성은 없지만, 로컬에서의 창업은 삶의 균형을 고려할 수 있어 만족할 수 있다.
서로맑음스튜디오 이상준
2024년 12월, 이상준 대표는 공주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했다. 아내도 사진작가로, 부부 모두 프리랜서로 살아가며 나름의 워라밸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내는 주로 주말에 행사 촬영을 하고, 저는 주중에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정리해 주말에서 주초에 개발 업무가 집중돼요. 덕분에 수요일~목요일 정도는 함께 쉴 수 있고, 평일이라 거리에 사람이 없을 때 강아지 산책도 하기에 편하죠. 이런 삶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경제적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올해는 계약이 없어서 매출이 많이 줄었어요. 다시 서울이나 대전으로 가야 하나 고민도 했어요."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최근 읽었던 일본의 작은 창업 관련 서적들에서 힌트를 얻었다.
"좋은 생활을 만들고, 그 생활에서 남는 잉여를 파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저희 스튜디오 크루들도 그런 얘기를 해요. 큰 계약보다는 우리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지, 좋은 삶을 살고 그 안에서 잉여를 남기자고요."
매출 목표도 과감히 없앴다.
"무분별한 확장을 하다가 망한 에이전시들의 사례를 알거든요. 저 또한 더 큰 계약에 오는 스트레스를 알다 보니 이제는 삶의 질을 우선합니다."
공주쥐가 그려내는 미래
인터뷰를 마칠 즈음 이상준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제가 공주의 유일한 개발자로 알고 있는데, 제발 다른 개발자들이 있으면 연락을 줬으면 좋겠어요. 한데 모였으면 좋겠거든요."
공주시청년센터 2층 비즈니스 공간에서 혼자 작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가능성도 보았다.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그가 그린 '공주쥐' 캐릭터처럼 영리하고 재빠르게, 지방에서도 청년이 잘 먹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그려지길 말이다.

▲ 자칭 공주쥐로 자신을 표현하는 공주 IT창업자의 이야기는 매우 솔직담백했다. 동료를 찾는 그의 모습에서 청년이 지역에서 먹고 사는 방법이 충분히 존재함을 기대할 수 있었다.
서로맑음스튜디오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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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도 IT 창업 가능할까? 서울 탈출한 개발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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