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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골목에서 시작된 실험, 1억 매출의 비즈니스가 되다

[청년이 지역에서 산다는 것: 공주편③] 이병성 '다이얼팩토리' 대표

등록 2025.11.10 09:09수정 2025.12.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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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우연히 발견한 페이스북 포스팅 하나가 기자의 발걸음을 충남 공주로 향하게 했다. '제민컴퍼니즈 시즌5'라는 마을의 작은 포럼 소식이었는데 "보조사업과 지원사업 없이 자발적인 참여와 지원으로 이루어집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을 강하게 울렸다.

지역의 토론회 대부분이 정부 기관, 중간지원조직 주도, 혹은 지원사업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자발적이고 내발적인 움직임이라니. 수년간 찾아 헤매던 '지역에서 창업자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공주 원도심 창업자들의 서사는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미 4년 반 전에 인터뷰 기획을 시도했으나 복잡한 서사를 쉽게 풀어낼 수 없어 수년간 만남과 인연을 이어오기만 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공주 원도심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삶을 꾸려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펼쳐내려고 한다.[기자말]
충남 공주산성시장 인근의 작은 골목. 이곳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다소 생소한 업태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이병성 대표를 지난 9월 만났다. 서울에서 설계 회사를 다니던 그는 6년 전 충남 공주로 이주했다.

"공주에 많은 사람들이 왔지만, 각자 온 이유는 다 달라요. 누구는 마을이 예뻐서, 누구는 하고 싶은 업종이 여기에 없어서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서 왔죠. 저는 동료들만 보고 왔어요. 이곳 예술가들, 대학 교수님들과 함께 커뮤니티 디자인 기반 교육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말하는 동료는 '퍼즐랩'으로 함께 뭉쳤던 권오상, 서동민 대표를 뜻한다. 이들의 인연은 서울에서의 독서모임에서 시작됐다. 2018년 한옥 게스트하우스 봉황재를 개소한 권오상 대표의 초대로 가족 여행차 공주를 방문했다가 인연이 닿았고, 이듬해 독서모임 동료였던 서동민 대표가 귀촌해 반죽동에 가가책방을 열면서 본격적인 협업이 시작됐다.

커뮤니티 러닝 클럽으로 시작한 넥스트로컬

 운영중인 와플학당에서 만난 '다이얼팩토리' 이병성 대표
운영중인 와플학당에서 만난 '다이얼팩토리' 이병성 대표 매거진S

이병성 대표의 공주 정착은 2019년 1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참여로 본격화되었고 같은 해 9월 권오상 대표를 중심으로 퍼즐랩을 창업하며 협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그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에도 지원한 상태였다.

"퍼즐랩을 공동 창업했지만, 저는 월급을 받거나 수익 모델을 공유하는 입장은 아니었어요. 자립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했고, '커뮤니티 디자인' 측면에서 사업 모델 검증도 필요했죠."

그는 넥스트로컬에 지원할 때 팀명을 '커뮤니티 러닝 클럽'으로 정했다. 학습하는 러닝이 아닌, 성장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권오상 대표와 함께 만든 코워킹 스페이스 '업스테어스'가 있었지만, 본격적인 교육과 사회적 실험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 모델이었다.


"교육 공간이지만 학원은 아니에요. 지역에서 필요한 성장을 커뮤니티 기반으로 한다는 가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어요. 공간 운영 수익, 참가비, 회비 같은 것들로 수익 모델을 구성했죠."

2019년 10월,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12월에는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주에 창업할 공간을 계약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와플학당'이다.


독서모임에서 시작된 커뮤니티 디자인

 와플학당은 커뮤니티디자인과 각종 워크숍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와플학당은 커뮤니티디자인과 각종 워크숍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이얼팩토리 제공

그가 추구하는 '커뮤니티 디자인'의 시작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교육 혁신가들과 함께한 독서모임에서 비롯됐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교육과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디자인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활용하는 창의적인 전략)을 공부했어요. 그러던 중 어떤 선생님이 야마자키 료의 <커뮤니티 디자인> 책을 추천해 주셨어요. '병성씨가 하려는 게 이거랑 비슷해요'라고 하면서요."

와플학당에서 그가 실행한 일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지역 전문가들의 관심사와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티 이벤트 만들기였다. 건축가와 건축 워크숍을 진행하며, 마을 안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기회를 제공했다.

두 번째는 외지 청년들이 마을에 와서 자신의 커뮤니티나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었다. 마을을 탐험하며 자기 자리를 찾거나 자신의 콘텐츠와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프로그램화했다.

이런 활동을 1년 반 정도 이어간 끝에 2021년에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사업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권오상 대표가 했던 마을스테이(마을호텔)와 제가 해온 커뮤니티 디자인 프로그램을 결합해 '청년마을' 사업에 도전했어요. 그게 성공하면서 청년마을 '자유도'라는 테마 안에서 더 확장할 수 있었어요."

돈 못 받던 창작자들에게 적정 페이를

공주에서의 생활 속에서 이병성 대표의 역할은 점차 명확해졌다. 특히 지역 화가, 창작자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이 적정한 보수를 받고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가게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만든다고 해도 잘 만들어야 사람들이 오잖아요? 지역에 청년 화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전문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일러스트를 할 줄 알아 함께 작업하게 됐어요. 그런데 사정을 들어보니 화가분들이 디자인 비용을 못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지역 사회 사업에서는 디자인 비용이 명확히 책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 대표는 일반적인 디자인 시세를 조사하고, "이런 경우 최소 30만 원은 받더라"며 창작자들에게 적정 페이를 제시했다.

"어떻게든 30만 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디자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적정 비용과 기준을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계속했어요."

다이얼팩토리 이병성대표3 그간의 독서, 학습, 커뮤니티 활동 경험이 '커뮤니티 디자인'을 비즈니스화 하는데 주효했다.
▲다이얼팩토리 이병성대표3 그간의 독서, 학습, 커뮤니티 활동 경험이 '커뮤니티 디자인'을 비즈니스화 하는데 주효했다. 다이얼팩토리 제공

이런 그의 활동을 보고 공주를 방문해 이 대표와 장시간 인터뷰했던 조희정 더가능연구소 박사는 이병성 대표를 '관계 안내소'로 정의했다. 단순히 사람을 연결하는 중개인이 아니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역할이라는 의미다.

"기존 공동체에서는 '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니까 내가 대장이야'혹은 '연결해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겨야지'라는 방식이 흔했어요. 저는 그런 구조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동료로서 필요한 일을 부탁하고, 적정 페이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이얼팩토리와 제민컴퍼니즈의 탄생

청년마을 사업이 끝난 후, 이병성 대표는 본격적인 브랜드화와 비즈니스 모델 정립에 나섰다. 청년마을이 그의 개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에 '커뮤니티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모델을 구상해야 했다.

다이얼팩토리는 '다이얼로그(dialogue, 대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브랜드를 만든 후, 그는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을 유료화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창업자와 지역 소상공인들을 연결하는 창업자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의 '제민컴퍼니즈'다.

"저 스스로 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지역 커뮤니티를 꾸준히 만들어왔고, 각 비즈니스를 위한 견고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려 노력했어요."

그간의 노력 덕분에 공주 원도심에서는 더 이상 외부 청년 유입에 집중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마을 내 커뮤니티의 성장과 안정화를 돕는 '커뮤니티 리딩'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업 영역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처음에는 교육과 커뮤니티 형성에 집중했지만, 지역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실제 '커뮤니티 디자인' 영역까지 확장됐다.

점차 공간 조성이나 창업과 별개로 이를 채우고 운영하는 수단으로서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고, 점차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시작했다.

 2025년 6월 신세계백화점 강점점에서 진행된 넥스트로컬 팝업에서 선보인 굿즈. 제민천 원도심의 스토리를 제품화한 건데, 그 과정 또한 제민컴퍼니즈 활동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2025년 6월 신세계백화점 강점점에서 진행된 넥스트로컬 팝업에서 선보인 굿즈. 제민천 원도심의 스토리를 제품화한 건데, 그 과정 또한 제민컴퍼니즈 활동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매거진S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을 유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제 수익 모델의 시작이었어요. 그러면서 지역 주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와 요청도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강사비를 받으며 지역 주민 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돕게 됐고, 제주도나 평택 등 외부 지역에서도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과 공동체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수익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2024년에는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강사비와 디자인 용역이 주 수입원이지만, 점차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이 제 전문성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저 자신도 수혜를 본 거죠. 동료들과 만나고, 이를 기업처럼 운영할 수 있는 만들어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복제가 아닌 각자의 커뮤니티 리더 양성

최근 이병성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마을 스토리를 담은 굿즈와 디자인 제품 개발이다.

"공주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교육 도시예요. 교육이나 성장에 대한 테마는 앞으로도 가져갈 계획이지만, 교육 프로그램 자체를 상품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교육과 컨설팅을 넘어서는 걸 하고 싶었어요."

그는 마을의 이야기를 디자인 제품으로 상품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교육 커리큘럼과 교육 상품을 운영하는 동시에 디자인 상품 제작에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이런 제품이 교육 워크숍과 결합되어, 마을 스토리가 담긴 도구를 가지고 워크숍이나 마을 탐험을 할 때 보드게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이에요."

굿즈 역시 공주 지역의 작가들과 협업해 제작됐으며, 2025년 6월 중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진행되는 '넥스트로컬' 팝업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다이얼팩토리 이병성대표4 팝업스토어에서 굿즈를 소개하고 있는 이병성 대표.
▲다이얼팩토리 이병성대표4 팝업스토어에서 굿즈를 소개하고 있는 이병성 대표. 매거진S

이 대표는 자신과 같은 커뮤니티 디자이너를 양성하기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할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 목표는 커뮤니티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지속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배우는 것입니다. 각자가 커뮤니티 리더 혹은 커뮤니티 빌더가 되기를 바라는 거죠."

그는 '트레바리(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처럼 대규모 커뮤니티 플랫폼 모델을 지향하지 않는다. 클럽장들을 배치해 플랫폼 안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하는 구조보다는, 구성원 각자가 스스로 자기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기를 바란다.

"설계 회사가 설계자 양성소는 아니잖아요. 설계 기준을 알려주고, 그 기준에 맞춰서 설계·시공·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저는 커뮤니티 디자인도 그런 역할로 잡고 체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역할을 하려면,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공주에서의 경험을 분석해 다른 지역이나 필요한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와 방식들을 정리하고 있다.

공주에서 시작된 이병성 대표의 커뮤니티 디자인 실험은 이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와플학당'에서 시작해 '청년마을' 사업을 거쳐 '다이얼팩토리'와 '제민컴퍼니즈'로 이어진 그의 여정은 단순한 창업을 넘어, 지역사회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지속가능한 협업 구조를 만드는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지역의 '관계 안내소'로서 사람과 사람을 잇고, 함께 성장할 기반을 만들어가는 조용한 혁신은 계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잡지 매거진S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독립잡지 「매거진S」에도 실립니다.
#로컬노믹스 #공주 #제민천 #로컬크리에이터 #원도심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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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식객입니다. 먹고사니즘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담은 독립잡지 <매거진S>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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