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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여기는 취업 이야기 안 해서 좋아요'라고 해요"

[청년이 지역에서 산다는 것: 공주편④] 이다현 공주시청년센터 센터장이 말하는 지역 청년 정책의 현실

등록 2025.11.12 10:41수정 2025.12.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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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우연히 발견한 페이스북 포스팅 하나가 기자의 발걸음을 충남 공주로 향하게 했다. '제민컴퍼니즈 시즌5'라는 마을의 작은 포럼 소식이었는데 "보조사업과 지원사업 없이 자발적인 참여와 지원으로 이루어집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을 강하게 울렸다.

지역의 토론회 대부분이 정부 기관, 중간지원조직 주도, 혹은 지원사업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자발적이고 내발적인 움직임이라니. 수년간 찾아 헤매던 '지역에서 창업자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공주 원도심 창업자들의 서사는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미 4년 반 전에 인터뷰 기획을 시도했으나 복잡한 서사를 쉽게 풀어낼 수 없어 수년간 만남과 인연을 이어오기만 했다.

2025년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번 연재에서는 공주 원도심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삶을 꾸려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펼쳐내려고 한다.[기자말]
인터뷰를 시작하자, 이다현 충남 공주시청년센터 센터장은 자신을 '학습된 지역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보냈고, 대학은 서울에서 다녔다. 서울에서 10여 년간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던 그는 평생교육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껴 공주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며, 2011년부터 공주와 인연을 맺게 됐다.

처음에는 서울에 거주하며 공주를 오갔지만, 2011년 말에는 아예 공주로 이사했다. 주민등록을 옮기며 그는 공주 사람, 충남 도민이 되었다. 공주에 산 지 15년이 되어 충분히 지역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지역은 여전히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다현 센터장이 공주에 큰 애정을 갖고 생활하는 이유는 공주대에서 경험한 여러 연구 덕분이다. 이전까지 대도시에서만 살았던 그에게 '지역'은 새로운 개념이었다.

"제가 소속된 연구실이 지역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꼭 공주만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세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삶의 자세가 연구 활동을 통해 만들어졌어요."

 공주시청년센터 로비에서 만난 이다현 센터장.
공주시청년센터 로비에서 만난 이다현 센터장. 매거진S

청년 이슈에 관심을 갖기까지

2013년, 연구활동의 일환으로 대전의 청년 커뮤니티 '벌집'을 방문해 이태호 대표를 만난 후, 그는 그 취지에 공감하며 후원을 시작했다. 이 만남을 계기로 청년 활동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청년 이슈에 대한 감각도 커졌다. 현재 벌집은 주식회사 윙윙과 주식회사 어궁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서로가 후원자이자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다.

2017년에는 충남 평생교육진흥원 연구 공모에 '청년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제안해 선정됐다. 이를 통해 서울의 무중력지대 등 여러 청년 공간을 방문하며 청년들의 자발적 학습 모델을 발견했다. 이후 그는 충남 도내 여러 지자체 청년정책 수립 연구에 참여했고, 4년간 충남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청년을 위한 평생교육을 한다면 기존 방식 속에 청년의 자리를 내주는 게 아니라 이들을 위한 새로운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다양한 삶의 방식, 취향, 욕구가 충족되는 방식으로 청년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평생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죠."

2022년까지 그는 공주대학교 지방교육정책개발원에서 교육부 위탁 '미래교육지구' 사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공주시에 청년센터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구책임자 교수님이 '공주시에 청년센터가 생기는데 한번 도전해볼래?'라고 물으셨어요. 이후 공모사업에 기획운영안을 제출했고 선정됐죠."

하지만 본격적인 운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2년 3월 2일 운영자로 선정됐지만 공주시와의 계약은 6월에야 이루어졌다. 대학에 사직서를 내고 일에 착수했지만, 공식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두 달 동안 기다려야 했다. 대신 그는 그 시간 동안 다른 지역 청년센터를 방문하며 자문을 구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준비 작업을 이어갔다.

공간 활성화도 고민이었다. 새로 만들어진 공간은 멋지고 좋았지만, 공주의 청년들이 대중교통으로 오기 힘든 위치였고,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도 문제였다. 개소 초기에는 센터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청년센터의 존재와 필요성을 알리는 게 당시 저의 과제였어요. 사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전국 청년센터장들의 공통 과제이기도 해요."

공주시청년센터 개소 후 주변의 인식은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일부는 "젊은 아이들이 알아서 먹고 살아야지"라며 공격적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나온 청년 정책도 많은데 뭐가 더 필요하냐"며 회의적이었다.

 공주시청년센터 전경
공주시청년센터 전경 매거진S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공간 만들기

"처음에는 센터를 알리기 위해 청년들이 흥미를 느낄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어요. 비누 만들기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이요."

공식 개소 후 3개월 후, 공주시청년센터에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공주시청년센터가 공주시 최초로 할로윈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 행사는 공주에 사는 청년(공주대학교 독일학과 재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며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행사'로 만들어졌다.

"'센터가 제공할 수 있는 건 강사료 정도의 예산뿐이지만, 할로윈을 기획해 봐. 번거로운 행정업무는 우리가 다 할게'라고 했어요. 공주의 전통적 의미를 담아 'K핼러윈'이라는 한국풍 행사로 진행했는데, 그날 600명이 넘는 청년과 지역주민들이 방문했어요."

행사 이후 청년센터는 지역 청년들이 자신들의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 때도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공주시청년센터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며 공간을 활용했다.

"청년들이 '우리 또래 희생자를 추모하고 싶은데 행정에서는 계획이 없다고 해 여기서라도 하려고 왔다'고 하더군요. 청년들의 자발적인 활동인데, 청년센터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2023년에는 문화예술 청년들을 위해 '자리하다'와 '피어나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료 공연을 기획했다.

"문화예술 청년들이 '지역에서 먹고살고 싶은데 너무 힘들다, 우리도 낱낱이 활동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조직화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들과 함께 '자리하다' 공연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이 과정에서 지역 청년들의 경험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공모 사업비를 활용해 청년들을 제주도 '해녀의 부엌'에 학습여행을 보냈다.

"지역에서 수익을 내는 문화예술 콘텐츠 사례인 '해녀의 부엌'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놀라웠어요. 여러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것보다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의 시야를 넓혀준 것이 실질적인 성과였어요."

이 무렵 청년센터 2층에는 청년 사업자를 위한 공유 오피스가 만들어졌다. 탄생 배경도 극적이다. 어느 날 공주시장님이 청년센터를 방문했는데, 청년 한 명이 회의실에서 나오는 시장님을 붙잡고 '청년들을 위한 오피스가 필요합니다'라고 건의해 만들어지게 됐다.(물론 이 청년은 시장님이 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렸다가 건의했다고 한다.)

 센터 로비 한쪽 공간에는 그간 진행했던 청년 프로그램들을 아카이빙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센터 로비 한쪽 공간에는 그간 진행했던 청년 프로그램들을 아카이빙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매거진S

왜 '지역 청년 정책이 없다'고 말하는가

"청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왜 청년 지원에는 소극적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 정책이 정말 청년을 지지하고 있나요?"

이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실질적인 청년 정책 부재'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청년 창업 지원 정책 대부분은 일반 창업 정책을 그대로 제시하고, 청년에 해당하는 나이대만 딱 끊어서 '청년 정책'이라는 이름만 붙인 거예요. 육아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대만 청년에 맞게 나누어 제시하고, 그럴싸하게 '청년 정책'이라 한 것이죠."

그는 이러한 접근법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서울에서의 월세 지원과 공주에서의 월세 지원은 완전히 다른 문제예요. 교통비 지원도 마찬가지예요. 인프라가 다르니까요."

청년주택 정책도 지역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지역에서 청년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지만, 이런 건 사회주택 정책으로 가야 해요. 청년 정책이라면 그 이상이어야 하죠. 청년이 그 주택에 살면서 지역과 교류하고,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공공 고시원이 아닌 청년 공유 주택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지역 청년의 현실과 필요

청년센터를 운영하면서 발견한 지역 청년들의 필요는 무엇일까? 이다현 센터장은 청년들이 단순히 취업이나 창업 지원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일단은 '힐링'에 대한 요구가 많아요. 누군가는 이를 보고 '청년이 나약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청년이 나약하다고 말하면서도, 지금의 청년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와 사회적 구조의 책임은 왜 묻지 않을까요?"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청년들에게 10강짜리 연속 강좌보다 원데이 클래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 대부분은 초·중·고·대학 시절 내내 항상 어딘가에 소속돼 있었고, 각 과정을 반드시 수료해야만 자신을 증명하고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압박에 시달려 왔어요. 그래서 긴 호흡을 들여 성공리에 완수해야 하는 틀에 다시 갇힌다는게 부담스러운 거죠."

지역 청년들에게는 다양한 경험과 시야를 넓힐 기회도 부족하다.

"공주만 놓고 봐도, 청년들이 대학과 지역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게 적어요. 취미, 인간관계, 경험 요소 등 모든 면에서 대도시에 비해 매우 취약하죠."

또한 지역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지역 안에서 찾기 어렵다.

"본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지 못해요. 검색해도 안 나오고, 유튜브에서도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뜻밖에도 공주시청년센터를 찾는 청년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은 '취업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청년들이 '여기 오면 취업 이야기 안 해서 좋아요'라고 말해요. 이미 취업 문제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사람들인데, 여기까지 와서 그런 부담을 주는 건 아니라고 봐요."

청년 친화적 지역을 위한 제언

 '공주시청년센터로ON'이란 슬로건은 청년들을 센터로 불러오고자 하는 의미 외에도 청년활동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
'공주시청년센터로ON'이란 슬로건은 청년들을 센터로 불러오고자 하는 의미 외에도 청년활동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 매거진S

지역이 청년 친화적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다현 센터장은 청년 세대의 특성과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지역은 보다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90년대생이 온다', '2000년대생이 온다' 외에도 X세대나 중간관리자급 세대가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겪는 어려움을 다룬 책들이 많아요. 그런데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문제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요?

지역은 청년 세대가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환경 문제나 젠더 문제 등에서 다소 폐쇄적이고 선도적이지 못합니다. 문화적으로 더 개방적이 된다면, 오히려 청년들을 유입시킬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서울에서는 당연하지만, 공주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은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서울에는 없지만 지역에서는 가능한 것들'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청년이 지역에서 산다는 것 -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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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잡지 매거진S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독립잡지 「매거진S」에도 실립니다.
#로컬노믹스 #공주 #제민천 #로컬크리에이터 #원도심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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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식객입니다. 먹고사니즘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담은 독립잡지 <매거진S>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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