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전환, 누가 해야 할까?

등록 2025.10.16 16:20수정 2025.10.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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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전국 평균 폭염특보 일수는 17일이었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긴 기간이다. 폭우 피해액은 2조 원을 넘어섰고,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매년 반복된다. 지구 온도가 1.5도를 넘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최근 몇 년간 일상에서 와닿고 있다. 에어컨을 껐다 켜는 손끝, 이전에 없던 벌레떼의 습격, 집 앞 배수구가 감당하지 못하는 빗물 속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위기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전체 전력 중 60% 이상이 아직 석탄과 가스로 만들어진다. 온실가스의 40%는 화력발전에서 나오고, 원전도 안전하지 않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130건이 넘는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보고됐다.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말은 넘치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 에너지 전환의 속도는 아직 더디다.

 2024년 기준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평균) 30%에 비해 한국은 10%로 매우 뒤처져 있다
2024년 기준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평균) 30%에 비해 한국은 10%로 매우 뒤처져 있다 진보당

국민 10명 중 8명,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는 이미 충분하다. 진보정책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실시한 내셔널 어젠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9%가 "화석·원자력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환 주체에 대한 인식도 흥미롭다. '누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58.8%가 '중앙정부'를 꼽았고, '지자체·지역사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응답도 76.3%에 달했다. 특히 지방정부를 주체로 본 이유는 '지역의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47.5%), '수도권 집중 에너지 체제를 바꿀 수 있다'(28.8%)가 주된 이유였다. 즉, 국민은 이미 '재생에너지 전환은 필요하다'는 데서 나아가 '지역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데까지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당국의 의지와 실행 뿐이다.

민간 중심 재생에너지의 그늘


하지만 현실은 국민적 열망과 다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철저히 민간 자본 중심으로 돌아간다. 전체 발전설비의 절반 가까이가 민자발전이며, 특히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하는 해상풍력의 경우 94%가 민자, 그중 절반 이상은 외국계 금융자본이다. 맥쿼리, 블랙록 같은 글로벌 투자회사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다. 이대로 가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 에너지 민영화라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해상풍력의 경우 94%가 민간 자본, 그 중 절반 이상은 외국계 금융자본이다.
해상풍력의 경우 94%가 민간 자본, 그 중 절반 이상은 외국계 금융자본이다. 진보당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이 구축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이재명 정부의 대표 정책인 '에너지 고속도로'다.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10GW인데, 이 중 7GW를 호남지역의 재생에너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호남지역의 재생에너지 개발도 국내 최대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SK E&S가 주도하고 있으며, 그 외 대기업들의 참여가 줄을 이을 예정이다. 대기업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국가가 나서서 송·변전소를 설치하여 대기업 공장으로 보내주는 꼴이다.

공영화의 첫걸음을 뗀 전라남도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전라남도는 2022년 11월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전남은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의 약 40%가 밀집한 지역으로 풍력·태양광 개발 과정에서 주민 갈등과 투기, 환경 훼손이 잇따랐다. 민간 중심 사업의 폐해를 줄이고 지역이 직접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례의 핵심은 시군이나 지방공사 등이 공영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도가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의견 수렴, 이익공유 계획, 환경영향평가 등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며, 이를 심의·조정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영·공존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또한 발전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도록 '지역공존사업'을 명문화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법률 차원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업 인허가권과 송전망·전력판매권은 여전히 중앙정부와 공기업(한전)에 집중돼 있어 실질적 주도권을 가지기 어렵다.

또한 조례는 지방세나 기금 등 안정적인 재원 조항이 없어 도 재정 여건에 따라 지원 규모가 들쭉날쭉하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지역 에너지자립을 총괄하는 법률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조례만으로는 체계적 전환정책을 설계하기 어렵다. '전남형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하려면 조례 수준을 넘어 국가 법률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공공주도, 지역자립, 주민참여의 원칙으로

진보당은 재생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민간에서 공공으로, 중앙집중에서 지역자립으로 옮겨야 한다고 봤다. 누구의 것도 아닌 물과 바람, 햇빛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여기서 나온 이익 역시 모두를 위해 쓰자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전망을 건설해 전기를 보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우선 사용하고, 주민 복지, 산업 유치, 농림어업과의 공존으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주요 내용은 다섯 가지다.

첫째, 에너지 지역 자립의 법제화다. 「에너지법」을 개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생에너지 자립 의무를 명시하고, 각 지역에너지계획에 '자립'과 '공영화' 항목을 포함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 재생에너지 공공화 원칙의 확립이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약칭: 신재생에너지법)에 태양·바람·물·지열 등 '자연력'을 이용한 발전은 국·공유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지방 단위의 재생에너지공사 설립 근거를 마련하도록 제안한다.
셋째, 주민협의 의무화와 지역기금 조성이다. 모든 발전사업자는 사업 과정에서 주민과의 협의를 의무적으로 거치고, '자연력 사용 부담금'을 납부해 그 재원을 지역기후대응기금으로 환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넷째, 정의로운 전환의 제도화다. 석탄·원전 등 기존 발전소가 축소될 때 그 종사자를 공공재생에너지 분야에 우선 고용하고, 노동조건이 후퇴하지 않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기후대응 재정의 분권화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50%를 기후대응기금으로 전입하고, 그중 70%를 지역기후대응기금으로 배분해 지방정부가 재정적으로도 독립적인 기후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가능성을 보여준 구양리

경기도 여주 구양리의 '햇빛두레 발전소'는 이 정책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70여 가구의 작은 농촌 마을이 융자를 포함해 16억 원을 모아 6기의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다.

그리고 발전소의 수익을 개인에게 배당하지 않고, 마을 전체 기금으로 운영한다. 그 돈으로 무료 마을식당을 열고, 조리사와 사무장을 고용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결합해 일자리를 만들고, 마을 행사와 경로잔치 비용도 공동기금에서 충당한다. '행복버스' 한 대를 사서 노인대학이나 병원에 가는 주민을 태워주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태양광 발전은 주민들의 생활도 변화시켰다. 더 이상 쓰레기를 태우지 않고, 전기농기계와 저탄소쌀을 기획하며 기후위기 대응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기후위기는 기술만으로 막을 수 없다. 불평등 구조를 외면한 녹색전환은 극우정치에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 세계가 미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기후 백래시를 목도하고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진보의 대안은 공공이 주도하고, 지역이 자립하며, 주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다.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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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은 촛불혁명의 열기를 바탕으로 2017년 10월 15일 광장에서 출범한 대한민국의 진보정당입니다. 민중의 직접정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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