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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1084카드...'김현지'가 본질인가

[取중眞담] '수원지검 연어 술파티' 덮으려는 교묘한 물타기...이재명 표적 수사와 검찰 회유·압박 의혹이 핵심

등록 2025.10.17 06:47수정 2025.10.17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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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수원지검 전경.
수원지검 전경. 김종훈

2023년 5월 17일 오후 6시 37분 수원지방검찰청 바로 앞 편의점에서 '1084'로 끝나는 쌍방울 법인카드로 1만2100원과 1800원이 3분 간격으로 결제됐다. 1800원은 당시 소주 한 병 가격과 정확히 일치했다. (관련기사 : '연어 술파티' 그날, 쌍방울 법카 수원지검앞 1800원 결제... 대체 무얼 샀을까
https://omn.kr/2fkmg)

지난달 11일 법무부는 1800원이 결제된 그때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이 검사와 연어회덮밥 및 연어초밥으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마신 정황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1800원 결제가 소주로 확인되기만 해도, 진술 세미나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고등검찰청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해당 사안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만약 수원지검의 진술 회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북송금 사건의 기초가 된 김성태 전 회장 등 핵심 인물들의 증언 역시 '진술세미나에 따른 위증'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은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껏 대북송금 사건에서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던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김현지 언급한 이유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대북송금 사건 진술세미나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검사를 증인석에 세운 채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2023년 6월 9일, 쌍방울의 대북 관련 비용 대납을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자백했는데, 불과 3일 뒤인 6월 12일 설주완 변호사가 돌연 사임했다. 이 과정에 이재명 당시 대표의 최측근인 김현지 실장이 개입했다고 들었다."

이에 박 검사는 주 의원의 말에 호응하듯 "설주완 변호사가 조사에 불응했고, 사유를 묻자 '민주당 김현지로부터 질책을 많이 받아 조사에 나올 수 없다'고 들었다"라고 답했다. 결국 김현지 실장이 설주완 변호사의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사임에 개입하고, 나아가 이 대통령과 관련된 검찰 기소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는 주장이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가 발언대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가 발언대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설 변호사가 김 실장에게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조짐'을 보고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김 실장이 이재명(대통령)의 공범 사건까지 총괄했던 컨트롤타워라는 유력 증거"라며 "애지중지현지 별명이 왜 붙었는지 알 것 같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설 변호사 본인은 "스스로 사임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설 변호사는 "김현지와의 통화는 있었지만 사임은 본인의 판단"이라고 해명했고, 전화 질책과 사임 사이의 직접 인과관계는 증명된 바 없다.


시기도 들어맞지 않는다. 2023년 6월 9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했다는 주 의원 주장과는 달리, 그날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바뀌지 않았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2023년 6월 9일 조서 내용이다. 이날 조사에는 설주완 변호사가 입회했다.

검사 – 피의자는 도지사(이재명)에게 중국 출장을 가 쌍방울 그룹 김성태 회장 등을 만난 사실에 대해 보고하였나요?

이화영 – 아니요.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이 사건의 본질이 마치 김현지인 양 공세를 펴고 있다.

연어초밥과 소주 그리고 진술세미나

대북송금 사건이 터진 후 이 전 부지사가 반복적으로 제기한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진술 세미나' 의혹이다. 검찰이 피의자들을 특정 시기와 장소에 함께 불러 모아 진술 방향을 조율하거나, 회유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해 4월 4일 법정에서 밝힌 말이다.

"(수원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출정했을 때) 쌍방울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 구치소 내에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회덮밥도 있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 절차에 따라 조사했다"는 입장을 반복해왔지만, 법무부 조사 및 언론보도 등을 통해 2023년 5월 17일 연어초밥과 연어회덮밥 제공 정황이 확인돼 의혹은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쌍방울 법인카드(끝자리 1084)의 결제내역 2023년 5월 17일 오후 6시 34분과 6시 37분,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각각 1만 2100원과 1800원이 결제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쌍방울 법인카드(끝자리 1084)의 결제내역 2023년 5월 17일 오후 6시 34분과 6시 37분,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각각 1만 2100원과 1800원이 결제됐다. 오마이뉴스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확인된 같은 날 오후 6시 37분,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결제된 1800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결제 내역은 술 제공 의혹과 조서 내용의 변화, 김성태·이화영의 진술 번복 흐름과 맞물리며 수사방식의 정당성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물증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른바 '1084카드'는 '연어 술파티'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로도 거론된 바 있다. 쌍방울 관계자는 해당 카드를 들고 2023년 5월 29일 오후, 수원지검 앞 'OO연어 광교점'에서 4만 9100원을 결제했다. 이날도 이화영·김성태·방용철 세 사람은 수원지검에 나와 오후 2시부터 9시 10분까지 조사받은 뒤 함께 복귀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 카드의 결제 패턴은 이화영·김성태·방용철 세 사람이 하루 7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동시 출정한 날과 상당 부분 겹친다. 주된 사용처는 햄버거집, 수제비전문점, 연어식당, 육회식당, 쌈밥집, 남도음식전문점, 카페, 주차장 등 다양하다. 해당 카드는 김 전 회장 등이 수원구치소로 되돌아가면 서울 용산 쌍방울 본사 부근에서 다시 사용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대북송금 사건의 본질

이 사건은 검찰의 이재명 대통령 기소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대북 접촉을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김성태 진술이 주요한 근거였다.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6월 중순부터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라고 진술을 번복했는데, 2023년 7월 25일 배우자 백정화씨가 법정에서 '정신 차려라'는 발언을 한 이후 양심에 가책을 느껴 자신의 진술 번복은 검찰의 회유·압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 과정에서 김현지라는 이름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본질은 김현지가 아니다. 정치인 이재명 표적 수사 논란 속에서 수원지검이 조직적으로 진술 회유를 위해 피의자들에게 편의가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각종 음식과 소주를 제공했는지 여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끝자리 1084 쌍방울 법인카드는 김성태의 수감 기간 내내 그를 따라 움직였고, 법무부가 '음식과 술이 들어갔다'고 특정한 날에도 그 카드는 수원지검 앞에서 결제됐다.

무엇이 이 사건의 진짜 본질인가.
#이화영 #대북송금 #김현지 #주진우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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