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교제폭력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
손영순
"교제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자 사회적 범죄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가 16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교제폭력, 반복되는 이유를 묻는다"라는 제목으로 '교제폭력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을 열어 이같이 강조했다.
협의회는 "최근 지역사회와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교제폭력·교제살인 사건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하고,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과제를 모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반의사불벌 적용 배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발제를 통해, 지난 5월 발생한 '동탄 납치·살인사건'을 되짚으면서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경찰 조치의 한계와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라며 "9번의 경찰 신고, 고소장 제출, 변호사의 고소이유보충서 제출 등에도 경찰서는 한 달이 넘도록 고소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그대로 방치하여 피해자의 사망을 막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허 입법조사관은 "경찰은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 반납을 요구했고,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는 피해자의 호소에도 '안전조치가 곧 종료된다'는 통보를 했다. 피해자는 지인이 마련해준 주거지에서 숨어 지냈으나 불법업소를 통해 피해자의 거처를 알아낸 가해자에 의해 납치 후 살해당한다"라며 "이 사건은 피해자가 겪은 무자비한 교제폭력의 참상과 고통,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기에 고스란히 녹음되어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과 공분을 자아내었다"라고 밝혔다.
피해자 구호와 관련해 허 조사관은 "피해자 보호에 있어서 '가-피해자 분리'는 핵심적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 체계에서는 피해자의 의사 존중 및 '가정보호' 목적이 강조되어 경찰이 적극적으로 현행범을 체포하거나 강력한 분리조치를 취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라며 "그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가 실패해 2차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폭력이 일어났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을 때 가해자를 반드시 체포하는 제도인 '의무체포제'는 선진국 중 상당수에서 채택해 효과적으로 피-가해자를 분리하고 있다고 소개한 허 조사관은 "미국, 영국 등은 현행범 체포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하지 않거나 특정 친밀관계 범죄에 대해 특례를 둠으로써 사법기관의 적극적 개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의무체포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고, 현행 현행범 체포 요건의 엄격성과 피해자 의사존중,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경찰의 '실질적 분리조치'가 매우 낮게 나타난다"라며 "실제로 '현행범 체포 요건이 되지 않음', '피해자의 처벌불원', '가족 해체 및 가족관계 악화 우려' 등으로 인해 현장 종결이나 소극적 대응이 빈번히 선택되고 있으며, 이는 피해자 보호 실패와 가해자 처벌 미흡으로 이어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강압적 통제가 친밀한 관계 폭력의 본질이자 치명적 위험 요인임을 반영하여, 외국처럼 경찰이 피해자·가해자의 실제적 분리와 안전조치, 가정폭력에 대한 '패턴'과 '종합적 위험성' 인식에 기초한 적극적 개입을 제도적으로 강제할 필요성이 높다"라며 "결국, 강압적 통제에 대한 무지와 이에 기반한 부실 대응은 한국의 피해자 구호 실패, 2차 피해 발생, 나아가 극단적 범죄로의 비화라는 비극적 고리를 끊지 못하게 만드는 핵심 원인임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허 조사관은 "교제폭력도 가정폭력과 동일하게 인식하여 더 넓은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고 적극적인 보호명령 및 분리조치,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 등 전반적 입법·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여론이 높다"라며 "파트너 관계에서의 폭력 역시 신뢰·친밀성에 기초한 권력불균형, 통제와 위협, 반복적 피해 등 '가정폭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특징을 지니므로, 시대 변화와 피해 실태를 반영한 법제 정비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라고 제시했다.

▲ 교제·가정폭력 관련 형사 조치 주요국 비교.
허민숙
또 그는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는 한 가정폭력의 임시조치는 피해자 안전을 위한 핵심적인 보호수단이라 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정·교제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늘 불안에 시달리거나, 신변의 위협을 느껴 숨어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라고 밝혔다.
'경찰교육의 한계'에 대해 그는 "영국 경찰 매뉴얼은 동일 장소의 반복신고를 분명한 위험 신호로 간주하고, 사건의 맥락과 과거 이력을 반드시 종합적으로 파악하도록 명시한다"라며 "우리 역시 모든 현장 경찰관이 범죄 위험 징후를 체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기본 교육과 실무훈련을 전면적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시했다.
다른 나라의 가정폭력 대응을 비교한 허 조사관은 '의무체포 제도 시행', '주공격자 식별 조치', '영구 접근금지 적용과 위반시 엄벌', '위치추적 전자감시(GPS) 도입', '모든 경찰 대상 의무·보수 교육' 등을 제시했다.
교제(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과제로, 허 조사관은 '현행범에 대한 특례 규정 도입', '쌍방폭행 판단기준 마련', '가해자 위치추적 전자감시 제도 도입', '교제관계도 법률 적용 대상에 포섭 ', '모든 경찰 대상 의무교육 시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민숙 조사관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반의사불벌 적용을 배제하고, 가해자를 신속히 식별하여 현행범을 체포한 뒤 접근금지명령과 GPS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통한 실질적인 감시 조치를 연계하는 것은 교제 및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라며 "네덜란드와 캐나다 등 여러 나라가 가정폭력 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스토킹·가정폭력이 사소하다는 오랜 편견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법은 피해자를 지키고 있는가?"
이경하 변호사는 "법은 피해자를 지키고 있는가? 교제폭력 사망사건으로 본 법적 대응 한계"에 대해 발제했다. 이 변호사는 "교제폭력 범죄의 상당수가 형법상 폭행, 협박죄로서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되어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데,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친밀감 혹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처벌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사 존중은 피해자의 선택권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친밀한 관계에 기반한 범죄에서 피해자가 의사결정과정에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가해자의 심리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를 기계적으로 존중하는 것은 결국 가해자 처벌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의사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보복범죄, 2차 피해의 위험이 더욱 커지는 문제점을 초래한다"라고 설명했다.
외국 사례에 대해 이 변호사는 "미국은 여성폭력방지법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체포, 기소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성에 대한 폭력의 범주를 친밀한 관계까지 확대해 포괄하여 교제폭력 피해자 역시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라고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영국은 범죄와 안전법에서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보호명령을 위반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경찰이 영장 없이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은 보호명령 위반 사실을 가능한 한 빨리 피해자에게 알리고, 위험성 평가를 검토하고 보호명령이 발부된 사실을 통보한 유관기관에도 가능한 한 빨리 보호명령 위반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 가해자가 보호명령을 위반하여 체포된 경우 유치장에 구금되며 체포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법원에서 체포의 적법성에 대한 사후 심사를 한다"라고 전했다.
토론회에서는 류변관 경남대 교수, 이인숙 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원, 김혜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 전기풍 경남도의원이 함께 했다.

▲ 16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교제폭력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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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교제-가정폭력 방치는 안 돼... '이런'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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