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하철2 홍콩 지하철은 역사마다 다른 색을 칠해 직관적이다. 세련되고 편리한 홍콩 지하철은 홍콩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임병식
이층 버스는 쾌적하고 럭셔리한 관광버스로 착각할 정도였다. 낡은 트램이 느릿느릿 시가지를 누비는 풍광 또한 이색적이다. 우리 돈 550원이면 시내 전역을 오갈 수 있어 관광객들은 행복하다. 이층 트램에서 지갑을 주워 기사에게 건넸다. 중년 여성 기사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긴장된 도시에서 만난 따뜻함이었다.
586세대에게 홍콩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세대는 주윤발과 장국영, 양조위, 성룡, 홍금보, 이연걸, 임청하, 양자경, 장만옥 등이 출연한 홍콩영화를 보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영화 속 명소다. 영화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에스컬레이터 23개가 산비탈을 따라 800m가량 이어진다.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마음에 품고 있던 경찰관 663을 훔쳐 본다. 에스컬레이터는 산비탈 높은 곳에 사는 중산층과 부유층의 출퇴근 패턴을 반영한 것이다. 달동네 서민들을 위한 게 아니다. 출근 시간대는 내려오고, 낮부터 밤까지는 올라간다.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영화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세계 최장으로 총 23개 에스컬레이터가 800m 산비탈을 따라 올라간다.
임병식
두 얼굴을 가진 도시
서구룡 문화지구(WKCD)는 쇼핑 중심 홍콩이 문화 도시로 진화하고 있는 현장이다. 2012년부터 3조 원을 투입해 간척지를 메워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조성했다. 오페라 하우스와 1만 5000석 규모 아레나, M+ 미술관, 홍콩 고궁박물관이 들어섰다. M+는 개관 3년 만에 아시아 현대미술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건물 외벽을 대나무 숲처럼 디자인했는데 8000여 점의 컬렉션은 자랑이다. 명청시대 보물을 소장한 고궁 박물관도 감각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컬렉션을 바탕으로 발길을 끌고 있다.
홍콩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함은 진행형이다. 2021년 이후 영국은 홍콩인의 이주를 돕는 BNO 비자를 발급했다. 지금까지 16만 명 이상 떠났다. 체제와 자유의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홍콩은 금융과 무역의 허브지만, 정치적 자율성이 축소된 채 국제 사회와 얼마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홍콩 시가지 국제 무역과 금융 중심지로서 이름난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한 이후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임병식
여행자로서 홍콩은 두 얼굴을 가진 도시다. 교통과 관광, 문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 이면에는 제도적 경직과 심리적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자유와 안정 사이에서 균형은 늘 흔들리겠지만, 홍콩이 축적해온 자본과 문화적 저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관건은 정치와 제도가 시민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화려한 홍콩섬 빌딩 숲 사이에서 나는 "이념이란 무엇인지, 체제는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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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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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도시, 저력과 불안을 동시에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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