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1차 합격, 속으로는 나 역시 다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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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편에게는 이제 그 핑계가 없어졌다. 출근하지 않는다. 당연히 시간이 많아졌고, 다른 데 체력을 쓸 일이 줄었으니, 시험 공부에 매진할 수도 있다.
"밥 먹고 공부만 하면 되는데, 떨어지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한껏 놀려먹기에 신이 난 내가 우스갯소리를 했을 때 남편의 얼굴은, 학교 다닐 때 엄마에게 같은 잔소리를 듣던 내 얼굴을 생각나게 해서 웃음이 나오게 했다. 그래도 내 말이 부담되었는지, 아니면 정말 밥 먹고 공부만 하면 되는 환경 덕이었는지 남편은 2개 자격증 모두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최종 합격 못 하면 어차피 다 무용지물 아니냐."
나는 이런 말로 남편을 놀렸는데, 막상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짜 뿌듯한 얼굴이었다. 사실 말로는 남편을 놀렸지만, 속으로는 나 역시 다행스러웠다. 그랬다. 다행스러웠다.
남편이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지금 어딘가로 취직하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남편도 나도 이제 안다. 우리 나이는 직장에서 나올 나이이지, 다시 들어갈 나이가 아닌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남편에게 자격증은 목표이고, 자신을 시험하는 계기였을 것이다. 물론 퇴직과 동시에 집에만 있지 않을 핑계가 필요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면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은 진짜 퇴직 이후의 삶으로 가는 적응 기간일 수도 있다.
오는 11월부터 2차 시험이 줄줄이 있다. 2차 시험은 1차와는 달리 서술형 시험이며 각 2회씩 봐야 하니 두 가지 자격증을 준비하려면 11월 한 달간 총 4회의 시험을 봐야만 하는 것이다. 이제 보름도 남지 않은 시험 준비를 하며 남편은 자정까지 책상에 앉아 있다. 물론 종일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고시 공부하듯 시험 준비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늦은 시간까지 문제집을 들여다보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문득 시험이 끝난 후의 남편을 생각한다.
남편은 지난 7월 퇴직 후 바로 시험 준비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달에 시험이 끝나고 나면, 더 이상 도서관에서 공부하지 않는 하루가 온다면, 남편은 이제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슬쩍 떠보듯이 물어봤다.
"다음 달에 시험 끝나고 나면 뭘 해볼 생각이야?"
남편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아직은 생각해 보지 않았어" 한다. 전에 비하면 퇴직한 남편과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다행인 건 아직 사이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어떨 땐 제법 죽이 잘 맞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의 하루를 내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내가 시험 이후의 남편을 걱정하는 이유다. 정말 남편이 시험 이후를 생각해 보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어떤 시간을 궁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어떤 모습이든, 시험이 끝난 후엔 남편의 진짜 퇴직 이후의 삶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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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여행을 하며, 글을 씁니다. 나름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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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은 남편의 시험, 퇴직 후 그가 집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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