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축제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며, 언젠가 내 책도 이런 자리에서 함께 할 날을 상상해 본다. 출간 자체가 이미 나에게는 하나의 축제다.
이효진
사실 글을 완성하면 곧 책이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한 권의 동화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글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글 작가가 이야기를 쓰면, 그 이야기는 그림 작가의 붓으로 옮겨지고, 편집자의 손에서 형태를 다듬고, 디자이너의 감각이 옷을 입힌다. 그렇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은 릴레이 경기처럼 서로에게 바통을 건네며 이어진다.
출판사에서 보낸 메일에는 "그림 샘플이 완성되는 대로 보내드리겠다"는 문장도 있었다. 그 한 줄이 주는 설렘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이제는 내가 그린 문장들이 누군가의 그림으로 살아 움직이게 된다. 그림을 직접 그리진 않지만, 내 머릿속에 있던 장면들이 누군가의 손끝에서 현실이 된다는 건 작가에게 큰 기쁨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원고를 완성하고, 심사를 기다리고, 계약 소식을 기다리고, 이제는 출간 과정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기다림의 시간도 결국 '창작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다. 책이 만들어지는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배움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작가의 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 그림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교정자… 그들의 손길이 모여야 비로소 한 권의 책이 된다. 그 사실을 새삼 체감하니, 이제 출간을 기다리는 일도 마냥 초조하지 않다.
이제 나는 출판사로부터 그림 샘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내 글 속 인물들이 진짜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다. 동화 속 주인공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내가 상상한 장면과 얼마나 닮았을까, 그런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아직도 몇 단계가 남았다. 그림, 편집, 교정, 디자인, 인쇄…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과정이 마치 함께 달리는 동료들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글로 시작된 이야기가 그림으로 이어지고, 편집자의 손에서 완성되어 세상이라는 독자에게 전달되는 일.
아동문학 작가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지금 '기다림'을 배우고 있다. 글을 쓰는 일은 결국 '기다리는 일'이다. 문장이 완성되기를, 독자가 만나주기를, 그리고 책이 세상에 나와주기를. 그 기다림 속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동안 나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내 인생의 새로운 한 챕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또 다른 창작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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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 이효진'을 통해 초·중등생들의 교육 콘텐츠와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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