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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망가뜨린 북한 연구생태계, 다시 복원해야

[주장] 북한 내부 변화 연구할 북한 전문가 양성 절실해

등록 2025.10.20 10:06수정 2025.10.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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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가 9일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가 9일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북한이, 북한은..

최근 개최된 한반도 문제 관련 학술회의나 언론 기사에서 만날 수 있는 주어들이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표현이지만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북한'이란 공간을 '북한'이란 단일 행위자로 이해하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이 기사에서는 북한이란 공간을 암상자에 넣어 이해하는 작금의 현상을 비판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 연구생태계를 복원할 것을 제안한다.

북한을 이해하는 두 개의 날개

북한이란 공간은 베일에 싸여있다. 아마도 외부와 가장 단절된 나라 중 하나가 북한일 것이다. 북한 내부의 모습은 당의 통제 속에 공개된다. 북한은 조선로동당이 모든 방송과 언론, 문화예술 분야를 통제해 왔다. 그들의 허가 없이 단 하나의 기사도, 공연도, 논문도 공개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 내부의 변화는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북한 연구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가려져 있는 북한의 베일을 걷어내며 모자이크를 맞춰가듯 북한의 변화를 추적한다. 북한 당국이 출간한 공간 문헌을 분석해 그들의 정책 의도를 해석하고 탈북자 증언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당정책이 구성원들의 일상생활과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북한 연구는 두 개의 날개로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 왔다. 국제관계의 행위자로서 북한을 단일 행위자로 이해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 시각과 북한 내부의 특성과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북한의 행태를 해석하는 시각, 소위 '북한 연구'가 그것이다. 필자는 이 두 시각이 균형을 이룰 때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균형이 무너졌다. 왜일까?


북한을 암상자에 처박아둔 윤석열 정부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되면서 북한 연구가 '미래가 없는' 학문 분야로 전락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대학에서 북한학과가 사라지고 북한을 전업으로 연구하는 신진연구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을 가장 잘 이해해야 하는 정부 부처이다. 통일부는 북한 연구생태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그들을 통해 북한의 내부 변화를 해석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등장과 함께 통일부는 폐지 논란을 겪으며 변질됐다. 북한 내부의 행위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북한 사회의 변화를 분석하기보다는 대결 정책에 몰두했다.

2023년 7월,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으로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영호 장관이 지명되고 외교부 출신 인사가 차관으로 임명됐다. 이와 함께 북한 연구는 급격히 위축됐다. 통일부마저 북한을 암상자에 처넣고 대북 강경정책에 몰두한 것이다. 다음 해인 2024년, 10년 넘게 지속됐던 북한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이 중단됐고 소위 '북한연구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김정은과 김여정 입에 따라 오락가락

북한은 여전히 억압적인 1인, 1당 정치를 펼치고 있다. 다만 과거 김일성 주석이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뇌수로 전체 사회를 통제하던 시대는 지났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은 이전 시대와 다른 북한이며, 김정은 체제 이후의 북한 역시 김정일 시대와 다른 변화를 겪고 있다. 시장이 국가의 제도와 경쟁하며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았고 그로부터 등장한 자산가 그룹도 무시할 수 없는 행위자가 됐다.

국가의 배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스스로 먹고살아야 하는 북한 주민들 또한 과거와 같이 지도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북한에도 그 사회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을 이해하는 그 창을 닫아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2023년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소위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주장하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당시 정부와 정치권이 혼란에 휩싸였다. 관련하여 필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과 배치되는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북한 내부의 정치적 위기로 비화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관련 기사: "김정은의 '두 국가론', 성급한 판단은 위험하다" https://omn.kr/28kl0). 김정은과 구세대 엘리트들, 이데올로그들의 긴장 관계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때 우리 정부가 북한 내부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2023년 말부터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 사회나 학계에서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관련자료: "양문수, 북한의 2023-24년 국정 가격 및 임금 인상에 대한 해석" www.kdi.re.kr/research/monNorth).

돌아보면, 우리 정부와 언론은 북한 내부의 변화에는 눈을 감고 김정은과 김여정의 입에 따라 장단을 맞추며 '오다가다'를 반복해 왔다. 북한 방송에 김주애가 등장할라치면 소모적인 후계자 논의에 빠져 시간을 낭비해 왔다. 그만큼 북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는 낮아만 졌다. 다시 북한 연구생태계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 연구생태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의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제안했다. 여전히 먼 길이다. 그렇다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 서두르기보다는 무겁게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한다. 우선 암상자에 넣어둔 '북한'을 다시 열어 흩어진 모자이크를 맞춰보면 어떨까? 그냥 '북한'이 아니라 그 안의 다양한 변화를 알아야 새로운 남북관계도 있고 한반도의 미래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4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눈에 띄는 질의가 있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북한 내부의 변화, 특수성을 이해하는데 북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반대로 북한학과가 소멸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재정 의원은 "북한학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음을 강조하고 북한 연구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무너진 북한 연구생태계를 하루아침에 복원할 수는 없다. 국가 정책의 관점에서 북한 연구생태계를 복원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제도적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대학에서 북한 연구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을 전업으로 연구하는 신진연구자들을 양성하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초·중·고 공교육에서 북한 사회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통일교육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라는 사회, 통일의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당위적 통일론에 빠져있는 작금의 통일교육을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 미래세대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공부하고 한반도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
#북한 #연구 #생태계 #통일부 #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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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평양학개론],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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