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와 SPC삼립지회가 지난 9월 19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SPC 산업재해 근절! 임금삭감 규탄! 이재명 대통령 직접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SPC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화섬식품노조
문제는 낮은 기본급 때문에 노동자들이 주6일 근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임금 총액이 너무 낮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A씨는 "회사는 내년부터 주5일(40시간) 근무로 전환한다지만, 노동자들은 휴일근로수당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6일 출근할 수밖에 없는데 그(주5일 근무)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SPC 노동자들의 급여에서 각종 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30~40%이며 기본급은 매우 낮다. 올해로 13년 차인 김 지회장의 기본 시급은 1만 1711원으로, 주휴수당이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1만 3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본급 인상률도 낮아 4년 차와 13년 차의 기본급이 월 13만 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SPC의) 임금 체계 자체가 연장근로를 부추기는 구조"라면서 "기본급 인상을 통해 임금을 현실화하고 노동자들이 연장근로나 야간근로를 자발적으로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근무체계 개편 과정에서 SPC가 내놓은 임금 보전 대책은 기본급 인상보다는 수당 확대에 집중됐다. SPC는 지난 8월 SPC삼립·샤니에 ▲ 기본급 2% 인상 ▲ 휴일근로수당 50%→75% 상향을, SPL·비알코리아에 ▲ 특별수당 4만 원 신설 ▲ 야간근로수당 50%→79%로 상향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를 시행 중이다. 조씨는 "기본급 2% 인상이라고 해봤자 100만 원으로 계산하면 2만 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의 대책이 휴일근로수당 중심이라 주6일 일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도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을 극복하지 못해 월급이 기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당에 의존하는 SPC의 급여체계 탓에 위 대책에도 노동자들의 월급이 대폭 줄었다. 김 지회장은 "회사는 (대책을 내놓으며) 임금 보전을 약속했지만 최소 2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까지 급여가 깎였다"라며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돈은 정해져 있는데 월급이 줄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지회장의 급여를 예로 들면, 근무체계 개편 후 기본급은 5만 원 늘어났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은 37만 원 줄어 이전과 비교했을 때 총 32만 원의 월급 차이를 보였다. A씨 또한 기본급은 5만 원 올랐지만 수당이 상당 부분 깎여 전체 급여는 약 50만 원 줄었다. 다른 계열사인 SPL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정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특별수당(4만 원)을 신설하고 야간근로수당을 79%로 가산했는데도 전체적으로 50만 원 정도씩 월급이 깎였다"라고 설명했다.
SPC 계열사인 샤니 공장에서 직접 근무했던 공의정 노무사는 "보편으로 지급받는 고정급을 개선해야 하는데, (SPC는) 근무시간과 연동해 임금을 보전하려는 대책을 내놓으며 장시간 근로만 부추겼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한 사안을 제대로 반영한 건지 의심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보전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건 근로자들에게 책정된 시간당 임금이 정당하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한 얘기"라며 "결국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임금 총액 보장을 위해 회사가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이를 외면한 건 안전에 투자하지 않고, 노동 착취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SPC의 근무제 개편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저임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고 외형상 근로시간 단축에만 급급한 눈속임 조치"라고 비판했다.
오기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자동차 업계에서 2003년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을 때나, 2010년대 초반 주야 맞교대를 주간 연속 2교대로 전환할 때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SPC와 다르게) 산별 교섭을 통해 기본급 기준시간 유지, 유급휴무시간 확대, 정액 보상, 각종 수당 신설 등을 통해 총액 임금을 보전했다"라고 밝혔다.
숙련 노동자 이탈에 "위험 증가" 지적 잇따라

▲ 'SPC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및 근본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지난 6월 2일 낮 12시 30분 서울 서초구 SPC 양재동 본사 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야구팬들이 SPC가 한국프로야구(KBO)와 협업해 '크보빵'을 판매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초하
이러한 상황에서 줄어든 노동시간을 보충할 신규 인력 채용이 잘 이뤄지지 않고 퇴사자 또한 계속 발생하는 추세라고 노동자들은 전했다. 김 지회장은 "30~40명 채용 공고를 내도 뽑히는 건 10명 내외"라며 "그마저도 일이 힘들어서 70%는 뽑자마자 도망간다"라고 말했다. 이어 "충원된 인력도 제대로 된 교육 없이 투입되는데 회사는 머릿수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일하면서 신입도 가르쳐야 하는 경력직은 더 힘들어졌다"라고 전했다.
박씨도 "급여가 줄어 이미 몇몇은 퇴사했고 나가겠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라며 "팀마다 10%의 경력직이 이탈해 남아있는 노동자들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총액임금이 낮아 8시간씩 일하면 일할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임금 하락을 동반한 노동시간 단축은 진정한 의미의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조업 단축에 불과하다"며 "최저임금 노동자에겐 연장수당이 생존권의 문제인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계 보전이 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탈출 러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공 노무사는 "회사의 형식적인 산업재해 교육보다 현장에선 숙련 노동자가 더 도움이 되고 더 전문성을 가진 경우가 많다"라며 "(임금이 줄어) 이들이 이탈했을 때 산업재해의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또한 "임금이 하락하면 임금 감소분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가 부업을 하는 등 실체적인 피로도는 올라갈 수 있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SPC 측은 "근로자들의 안전과 처우를 균형 있게 충족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과 긴밀히 협의해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상호 이해와 양보를 통해 방안을 합의했다"라고 해명했다.
김 지회장은 SPC 측이 말하는 노동조합에 소수 노동조합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소수 노동조합을 포함해 노동자들과 충분한 협의 후 장기적으로 주5일(주40시간) 근무로 개편하더라도 현 수준에 준하는 임금을 보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SPC삼립 시화공장. 2025.10.15.
정초하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0
공유하기
대통령 방문 후 석 달, SPC 공장 가봤더니..."주6일 근무하는데 월급은 줄었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