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댄싱 공연 시티오브드림의 상설 공연 워터 댄싱은 매회 공연 때마다 2000석 좌석이 매진될 만큼 인기가 높다. 마카오 정부는 도박 도시에서 복합 문화관광도시로 변화를 위해 관련 법을 강화하고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임병식
마카오의 정체성은 '도박 도시'다. 이미 2007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1위 도박 도시로 올라섰다. 이후, 마카오 경제는 카지노와 운명을 같이했다. 2023년 카지노 매출은 약 40조 원으로, GDP의 절반에 가깝다. 코타이(Cotai) 지구 내 베네시안, 런더너 코트, 시티오브드림 같은 대형 리조트는 카지노 경제의 핵심이다. 리조트 단지는 관광과 숙박, 공연을 결합한 거대한 소비 공간으로 돈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다. 이번 연휴 동안 도박과 쇼핑,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카지노 리조트 단지는 불야성을 이뤘다.
화려한 이면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아른댄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본토와 국경이 봉쇄되자 카지노 매출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마카오 정부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카지노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이다.
그래서 2023년 10년짜리 카지노 운영권 계약을 갱신하며 사업자들에게 '비(非)카지노 분야 투자'를 의무화했다. 6개 운영사는 총 1200억 파타카(한화 2조 1360억 원) 이상을 공연, 컨벤션, 스포츠, 의료 관광 등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마카오는 '도박 도시 1.0'에서 '복합 관광 도시 2.0'으로 변신 중이다.
현지에서 변화를 실감했다. 한 리조트에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House of Dancing Water)'를 관람했다. 13만원~50만원대 티켓 가격에도 관람석 2000석은 꽉 찼다. 화,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2회 공연이 만석이라니 대단했다. 물을 무대 장치로 활용한 공연은 이야기와 시각 효과, 기술까지 3박자가 어우러져 1시간 30분이 훌쩍 흘렀다. 공연은 마카오 관광객을 유인하고 카지노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젊은 층을 겨냥한 e스포츠 대회와 한류 콘서트도 잇따라 열려 가족 단위 관광객과 여성 고객이 늘었다. 마카오에서 카지노는 여전히 핵심 경제이지만, 새로운 성장축을 찾으려는 시도는 진지했다.
성스러움과 세속 사이에서

▲바울성당 화재로 불에 타 앞면만 남은 바울 성당에 오르려면 좁은 골목 길을 통과해야 한다. 육포 골목으로 유명한 이곳은 인심이 푸짐하다.
임병식
카지노 리조트 지구와 달리 구도심은 정겹다. 구도심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세나도 광장과 주변 골목,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바울 성당이다. 세련된 세나도 광장 주변은 남유럽풍 정취를 느끼려는 이들로 넘쳤다. 불에 타 앞면만 남은 바울 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울 성당이 있는 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인파로 물결쳤다.
좁은 골목은 육포 냄새로 진동했고, 시식용 육포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나는 혼잡한 골목에서 젊은 날 올랐던 예루살렘 골고다 언덕을 떠올렸다. 골고다 언덕 또한 시장 골목을 지나야 한다. 시장은 가장 낮은 자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치열한 현장이다. 어쩌면 예수와 바울은 낮은 곳에서 이들과 함께했다. 골목을 지나 언덕에 오르는 행렬, 성스러움과 세속이 동시에 존재하는 마카오는 그런 도시였다.

▲세나도 광장2 마카오 구도심은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포르투갈 식민지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세나도 광장과 주변 골목은 유럽 정취를 느끼려는 이들로 넘친다.
임병식
밤이 되자 카지노 단지는 한층 빛났다.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서 사람들은 슬롯머신을 두드렸고, 옆 홀에서는 고액 도박판이 벌어졌다. 중국 본토에서는 불법인 도박이 마카오에서는 합법이라 본토 관광객의 열기는 한층 뜨거웠다. 홍콩과 마카오 거리를 걷노라면 특이하게 금은방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팔뚝 크기 금팔찌는 전시용인지 판매용인지 궁금했다.
여행자로서 나는 다른 장면에 눈길이 갔다. 본토에서 온 젊은 연인들은 카지노 대신 미슐랭 레스토랑과 미술관을 찾고, 유럽풍 골목에서 인생 사진을 찍었다. 성당과 사원에서 기도하는 노년층도 눈에 띄었다. 도박의 도시라는 선입견 속에서 마카오가 보여주는 다른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마카오는 변함없는 세계 최대 도박 도시다. 동시에 도박 너머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곳이다. 마카오를 떠나며 카지노 수익으로 세운 문화 시설과 공연, 복합 관광 전략은 성공할지 생각했다. '식민의 그림자'와 '도박의 빛' 사이에서, 마카오는 또 한 번의 정체성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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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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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도시'의 색다른 얼굴, 마카오가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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