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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혐오가 아니라고 우기는 국힘, '조선일보' 말이라도 들어라

[取중眞담] 당 위기 때마다 '혐중' 꺼내든 유구한 역사... 선전·선동은 쉽고, 팩트체크와 반박은 어렵다

등록 2025.10.21 13:48수정 2025.10.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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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혐오를 하면서 본인이 '나는 ~을 혐오한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개는 '본인의 혐오는 혐오가 아니라,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정당화한다. 그렇게 '혐오가 아닌 척' 하는 혐오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차고 넘친다. 말끝마다 '충'을 붙이는 벌레의 나라답게, 온갖 계층이 온갖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

정치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공당조차도 당당하게 '혐오'를 전시하며 선전·선동에 이용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혐오'라는 비판을 들어도,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정정하기는커녕 '혐오가 아니다'라고 악을 쓰는 모양새이다.

"불공정을 바로잡자고 하면 민주당은 당장 '괴담'이라고 외친다. 왜 우리 세금으로 중국인을 지켜주는가. 또 '내가 낸 보험료가 중국인에게 간다니 허탈하다'라는 국민의 목소리는 민주당의 혐오 메들리에 묻혀 버린다." -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건강보험 상호주의는 국민을 보호하자는 목적이다. 우리가 외국인을 지원할 테니, 당신 국가도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혐오가 있는가." - 김미애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지난 17일,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쏟아진 발언들이다. 정통 보수 정당을 표방하는 제1야당은 '상호주의'를 전가의 보도 삼아 '혐중'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국민의힘, '혐중'의 유구한 역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혐중'은 그 역사가 무구하다. '상호주의'를 빌미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투표권 제한부터 중국인 관광객 입국 제한까지 다양하게 언급해 왔다. 선거와 같은 민감한 국면을 앞에 두거나, 당 지지율 등 전반적인 상황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반복한 레퍼토리이다.

가까이는 '일간베스트' 등 극단적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부터 시작해 퍼지게 된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를 그대로 본인의 SNS에 올렸던 박수영 국회의원의 사례가 있다. 멀게는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김은혜 당시 후보가 똑같이 '중국인 투표권 제한'을 꺼내 들었다. 계파도 가리지 않는다. '상호주의'라는 명분을 활용해 중국을 겨냥한 것은 '친한계'의 수장인 한동훈 전 대표나, '친윤계'의 지원을 받았다가 물갈이 된 김기현 전 대표나 마찬가지였다.

선전·선동은 쉽고, 팩트체크와 반박은 어렵다. 지방선거에 한해 조건을 갖춘 외국인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이유가 무엇인지, 투표권을 획득한 외국인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그 외국인 중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그래서 중국인들이 국내 선거에 개입해서 민주당에 투표한다는 '괴담'이 왜 사실이 아닌지 증명하는 것은 지난하다(관련 기사: "김동연 당선은 '조선족' 투표 때문에?" <머투> 기사 왜 삭제됐나).


하지만 국민의힘은 '중국인이 부정선거를 주도한다' '중국인이 민주당을 찍는다'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여론에 편승한다(관련 기사: '중국인 선거권 안된다'는 김은혜, 제시하지 않은 팩트).

윤석열 정부 때 추진됐던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두고서도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관련 기사: "중국인 무비자,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 민주당 주장 '사실'). 침체되어 있는 상권에서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기대하며 영업 준비를 하는 동안, '경제는 보수'라는 정당은 중국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중국인 범죄율이 내국인 보다 낮고, 강력범죄 역시 중국인이 저지르는 비율이 내국인 강력범죄율보다 낮다는 사실을 보여줘도 모르쇠이다. 그저 자극적인 중국인 범죄 사건을 일반화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면 그만이다.


"유리한 통계만 발라낸" 국민의힘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도 마찬가지이다. 건강보험이라는 제도 자체를 떠받들고 있는 이념과 정신이 무엇인지, 보편적 인권이란 무엇인지 같은 숭고하고 고차원적인 이야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문제는 현실과 숫자마저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는 매년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수지를 지탱해주고 있다.

김은혜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감장에서 중국에게 불리한 숫자는 빼고, 중국에 유리한 통계만 발라낸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묻는다"라며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통계 조작을 하더니, 이재명 정부는 건강보험 통계를 조작한다. 궁금하다. 민주당은 조작 없이는 주장을 못 하는가?"라고 일갈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사실상 자아비판이나 다름없다. '유리한 통계'만 활용하는 건 국민의힘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김은혜 "건강보험료 혜택, 중국인이 가로챈다" '대체로 거짓'). 예컨대 "중국인만 5조 타갔다"라는 절대액 제시는 '절반의 진실'이다. 이는 누적된 '총급여액'일 뿐이며,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수입과 지출을 비교해 수지를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2024년 외국인 전체 건강보험 재정은 약 9400억 원 흑자를 기록했고, 중국인 가입자 역시 전체적으로 흑자 전환(55억)했다는 지점이다.

또한 적자액을 부각하기 위해 "중국인 지역가입자 재정만 적자"라고 범위를 좁혔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구분해 '지역가입자'만 따로 부각하는 건, '중국인 먹튀'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용도이다. 지역가입자는 원래부터 고령층·무직자 비중이 높다. 상당수가 결혼이민자 부모 초청·고령자 가족 동반자이다. 심지어 지역가입자로 국한하면 우리 국민으로만 봐도 만성 적자 구조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국인 지역가입자는 건강보험제도 무임승차자'라고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상호주의' 논리도 한계가 뚜렷하다.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는 가입자의 '국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체류 자격과 기간을 기준으로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상호주의'에 입각해 일괄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한다면, 사실상 미국이나 영국 국적의 외국인도 똑같이 '상호주의'에 따라 건강보험제도에서 퇴출해야 한다. 그렇게 다 퇴출하고 나면, 흑자를 유지하던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부분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지'만 가지고 국적을 구분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중국인 건강보험 수지 누적 적자가 크니 중국인을 대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마치 '무역수지 흑자국과만 교역하고, 적자국과는 통상을 단절하겠다'라는 것과 마찬가지 수준이다. 애초에 특정 국적만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평등권'을 말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정신에도, 국제 인권 규약에도 맞지 않는다. 애초에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에 '상호주의'를 도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논문도 있다.

애초에 건강보험은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중국인을 지켜준다"라는 건 문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지만 일단 넘어가자.

<조선일보> 말이라도 들어라

제도의 개선은 필요할 수 있다. 고액 진료를 받고 '의료 쇼핑'을 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6개월 내 1000만 원 이상 진료 후 출국"한 외국인 111명 중 45명의 중국인만 규제하고, 나머지 66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체 외국인 가입자 수십만 명 중 극소수라는 점은 중국인이든 아니든 똑같다. 보험 사기 사례가 있다면 제도 개선·징수 강화로 풀어야지, 특정 국적 전체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조선일보>의 13일 자 사설
<조선일보>의 13일 자 사설 조선일보 갈무리

국민의힘의 수준을 의심할 만한 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 보여주는 낯 뜨거운 언사들은 '수준 ㄹㅇ(리얼)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게 만든다. 당이 위기라면 쇄신하고 혁신하면 된다. 소수 야당이라 원내 보폭에 한계가 있다면 더 나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여론을 등에 업으면 된다. 알량한 혐오 정서에 기대어 몇 장 표에 기대는 건 정치가 아니다.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당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힘이 반중(反中) 정서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법을 개정하면 된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국민 정서를 이용하려 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우리 경제나 안보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이라면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

진보 언론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13일 자 사설이다. 윤석열씨는 '조중동'의 말도 듣지 않아서 망했다. 지금의 국민의힘도 딱 그 모양 그 꼴이다.
#혐중 #혐오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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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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