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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해결 촉구하더니, 이제는 "범죄자 구해왔다"는 국힘 의원들

[주장] 캄보디아 구금 국민 전세기 송환에 '범죄자 구출' 프레임으로 비난... 사태 해결할 의지는 있나

등록 2025.10.21 16:49수정 2025.10.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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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순서대로 박수영·주진우·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위는 순서대로 박수영·주진우·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수영, 주진우, 김재섭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선량한 국민 구해오랬더니 뭔 놈의 야쿠자 문신한 범죄자 조폭을 구해오고 폼 잡냐? 걔들은 걍 캄보디아 감옥에서 콩밥 먹고 있어도 될 자들이고, 감금됐던 우리 국민 구해오라고."

"캄보디아에서 납치된 피해 국민을 구출하라 했더니, 범죄로 구금됐던 64명을 무더기 송환했다. 문신을 보고 국민이 놀랐다."

"피해자를 구하랬지 누가 범죄자를 구해오라 했나. 국민의 혈세로 움직이는 전세기까지 동원해 범죄자들을 '모셔'오는 건 전과자 대통령의 범죄자 우대 정책인가."

위는 순서대로 박수영·주진우·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발언들로, 지난 18일 정부가 전세기를 투입해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 단속 과정에서 검거된 한국인 피의자 64명을 송환한 것을 비판하는 취지로 보인다.

이는 범죄 구조의 실체나 구출의 맥락은 외면한 채, '범죄자를 왜 구해왔느냐'는 질문이나 다름없다. 그 말은 곧 '그렇다면 그들을 버려두었어야 했느냐'는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청년들, 송환 말고 손 놓고 있어야 했나

캄보디아 현지의 범죄 단지는 단순한 범죄 장소가 아니다. 인신매매, 감금, 폭력, 강제노동이 결합된 복합 범죄의 거대한 현장이다. 수많은 한국인 청년들이 고수익 일자리 제안을 믿고 입국했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폭행당하며, 사이버 사기 행위를 강요당했다. 일부는 협박에 굴복했고, 일부는 탈출을 시도하다 실종됐거나 심지어 살해당하기도 했다.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직접 캄보디아 현지를 찾아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년들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을 현지에 남겨두고, 캄보디아 사법당국의 손에만 맡겨두는 것이 과연 정답이었을까.


만약 그렇게 했다면 이 사태는 지지부진하게 끌렸을 것이다. 현지 수사 능력은 제한적이고, 부패와 폭력이 뒤엉킨 현지 치안 구조 속에서 이들의 생명을 보장할 방법은 없었다. 그 사이 또 다른 피해자가 늘어나고, 더 많은 청년들이 불법 조직에 갇혔을 것이다.

설령 송환자들 모두가 완전한 가해자라고 할지언정, 상식적으로 범죄 행위를 저지른 범인을 체포해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야말로 사태 해결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현지 사법당국의 협조 아래에서만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을 그냥 두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직무유기다.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조사받는 것이 피해자 구제와 사태 해결을 위한 길이다.

또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구금시설은 기본적인 위생조차 보장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임이 드러났다. 그런 환경 속에 자국민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스스로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자, 명백한 반인권적 처사다.

즉, 정부가 전세기를 띄워 이들 64명을 한꺼번에 송환한 것은 범죄자를 향한 특혜가 아니라 최소한의 국가적 조치였다. 수십 명을 분산 이송하면 시간이 지연되고 비용·호송·경호 부담이 커진다. 이번 전세기 송환은 이러한 부담을 낮추고 신속히 수사를 개시해 피해 회복을 앞당기는 현실적 수단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혈세 낭비라는 식으로 비난하고 범죄자를 모셔온다고 헐뜯는 건, 사건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처럼 읽힌ㅇ다. 게다가 송환 이전에는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비판하던 이들이 이제는 수사를 위해 피의자들을 신속히 송환한 것을 비난하니,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일이다.

정작 필요한 재발 방지 목소리는 어디로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날 송환에는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투입됐다. 2025.10.18 [공동취재]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날 송환에는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투입됐다. 2025.10.18 [공동취재] 연합뉴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왜 범죄자들을 데려왔느냐"가 아니라,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느냐"에 대한 구조적 질문과 실질적 해결 방안에 대한 모색이다.

해외에서 청년들이 범죄 조직에 포섭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불법 인력송출 브로커를 수사하며, 외교·사법 공조를 강화해 재발을 막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 사태를 계기로 경제 취약층 청년과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범죄자 구출'이라는 자극적 비난에 묻혀 들리지 않는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청년 불안정 사회의 그늘이자 정부 대응의 한계를 드러낸 일로, 청년들의 고용 불안과 이를 악용한 디지털 범죄 산업의 확장이 결합해 젊은 세대를 해외의 어두운 범죄 노동시장으로 밀어 넣은 사건이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제2, 제3의 피해는 반드시 반복된다.

국가는 범죄를 저지른 국민의 죄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 국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치인은 설령 범죄자일지언정 국민을 낙인찍는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범죄자로 전락하지 않을 제도를 바꾸는 일을 우선시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디 이를 깨닫길 바란다.
#박수영 #주진우 #김재섭 #국민의힘 #캄보디아납치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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