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0.22 13:45수정 2025.10.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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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공기가 깊어지던 지난 21일, 늘 걷던 길이 아닌 새로운 공원 산책길을 택했다. 공원 안에는 한국의 주말 농장 형태를 갖춘 커뮤니티 가든이 있었다. 농장 안에는 저마다의 개성과 특성이 묻어 있는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어느 농장에는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산책하던 중 그 모습을 보고 발걸음이 자연스레 농장에 있는 허수아비 쪽으로 향했다.
캐나다에 온 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이렇게 허수아비를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가을이면 늘 논이나 밭마다 익숙하게 서 있던 허수아비가, 이곳에서는 어쩐지 낯설고도 반가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그 반가움은 아마도 멀리서도 잊히지 않는 고향의 가을 풍경이 겹기 때문일 것이다.
놀라웠던 건, 허수아비의 모습이었다. 우리가 흔히 보던 '모자 쓴 아저씨' 허수아비가 아니었다. 분홍색 머리에 앞치마를 두른 허수아비였다. 얼굴에는 눈과 코가 없고 앞뒤가 구분되지 않아, 그저 앞치마가 있는 쪽이 '앞'이라는 걸로만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어딘가 익살스러워 보였다.

▲ 캐나다 커뮤니티 가든의 허수아비, 앞치마를 두르고 선 여자 허수아비. 낯선 땅에서 한국의 정서를 떠올리게 했다
김종섭
궁금하던 차에 캐나다에서 허수아비의 뜻을 찾아보니 'Scarecrow'라고 부른다고 한다. 'Scare'(겁주다)와 'Crow'(까마귀)의 합성어로, 새나 동물을 쫓아내기 위한 뜻이 있다고 한다.
내 마음속에 스민 고향 들판
한국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서는 언제나 사람 냄새와 정겨움이 느껴졌다. 농부의 손때가 묻은 허수아비는 그 자체로 노동과 계절의 상징이자, 어린 시절 마음속에 남은 가을의 한 장면이었다.
그래서일까. 캐나다의 허수아비를 보는 순간, 내 마음속에도 고향의 들판이 스며들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벼이삭, 그 위로 떨어지는 붉은 단풍잎, 논두렁을 따라 걸으며 들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 모든 기억이 낯선 캐나다의 하늘 아래에서 다시 피어나는 듯했다.
캐나다의 가을도 아름답다. '단풍의 나라'라는 이름답게 붉고 노란 잎들이 도시를 물들인다. 하지만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단풍의 절정을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산에는 늘 푸른 침엽수들이 자리하고 있어 한국처럼 온 산이 물드는 장관은 드물다.
대신, 이렇게 문득 한국의 정서를 닮은 한 장면을 만날 때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마음이 닿는 순간, 그것이 바로 '고향'이 되는 듯하다.
이날 본 허수아비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었다. 멀리 떨어진 고향의 가을을 떠올리게 한 추억의 흔적이었다.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허수아비의 모습 속에서 오래된 한국의 들판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계절을 다시 떠올렸다.
이날은 허수아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을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 부부의 그리움과, 고향의 풍요로움이 함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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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머리에 꽃무늬 앞치마, 허수아비 패션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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