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난민 불회부는 '위법', 출입국항 행정 남용에 제동

[광장에 나온 판결] 튀니지 여성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 -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록 2025.10.23 16:30수정 2025.10.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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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를 이유로 난민을 신청한 튀니지 여성에게 심사 기회조차 주지 않은 출입국항의 '불회부 결정'. 대법원은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행정 편의로 난민 심사를 가로막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출입국항 난민심사 불회부 제도의 법적 기준을 처음으로 명확히 세운 의미 있는 판결로, 난민의 인권 보호가 행정 재량보다 우선해야 함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가정폭력 등 젠더 기반 폭력(GBV)을 '난민 요건을 구성할 수 있는 박해 사유'로 인정함으로써, 여성과 취약계층의 보호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이는 난민 심사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인권 보장의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결정입니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출입국항 난민심사 불회부 남용에 제동을 걸고, 향후 행정 관행의 근본적 개선을 이끌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기자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권우성

대법원 엄상필(재판장), 오경미, 권영준, 박영재 대법관 2025.6.26. 선고 2024두64000

최근 대법원은 가정폭력 피해를 이유로 난민을 신청한 튀니지 여성에 대한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은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출입국항 난민 회부 심사 절차 운영에 대한 법리적 기준을 최초로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는 행정 편의주의적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난민 신청자의 심사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젠더 기반 폭력(GBV, Gender Based Violence) 피해자의 난민 보호 가능성을 확대한 선례로 평가된다.

구조적 문제 : 난민 심사 불회부 남용과 인권 침해 현실

난민법은 국경에서 난민으로서 보호를 구하는 외국인에게 폭넓은 난민인정 신청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출입국항 난민인정신청 절차를 도입했다. 그러나 그간 이 제도는 행정 당국에 의해 자의적으로 운영돼 심각한 인권침해 현실을 일으켰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출입국항 난민신청자 288명 중 고작 67명만이 정식 심사로 회부되는 등 대다수의 신청자가 심사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

정식 심사 기회를 박탈당한 신청자들은 불회부 결정 직후 신속한 강제 송환 위협에 시달렸다. 또한 유일한 구제 수단인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장기간 출입국항에 구금되는 등 열악한 처우에 놓였다.

이러한 관행은 난민 신청자의 신체의 자유와 심사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해 난민법 제3조가 규정한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인권 침해 현실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회부 심사의 기준을 제시하며, 난민의 인권적 보호가 출입국 행정 운영의 재량에 우선돼야 함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의 핵심 법리 : 출입국항 난민신청자의 난민심사기회 보장과 강제송환 금지원칙의 준수

대법원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등(이하 '행정청')이 튀니지 여성의 가정폭력 피해 주장을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으로 보아 불회부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난민법 시행령 제5조의 불회부 사유에 대한 행정 재량을 축소하고 모든 증명 책임을 행정청에 부과하는 엄격한 해석 기준을 확립했다.


첫째,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의 실질적 보호 기준 강화이다. 대법원은 이 사유(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유국이 난민 제도를 보유했다는 형식적인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행정청은 ▲경유국 재입국 보장 ▲공정한 심사와 불복 기회 보장 ▲강제송환 금지 ▲국제 기준에 상응하는 지위와 처우 보장 등 네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됐음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로써 행정청은 단순히 경유국이 난민 협약 가입국이라는 점을 넘어 경유국에서 실질적인 난민 보호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높은 장벽에 직면하게 됐다.


[참고]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4호
난민법 시행령 제5조(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에 대한 난민인정 심사 회부)

제1항 법무부장관은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을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4호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둘째,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의 판단 기준 축소다. 난민법 시행령은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 등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를 불회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그 범위를 극도로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제7호)은 "그 신청의 내용 자체에서 법리상 받아들여질 수 없음이 외견상 명백한 이유를 들고 있는 경우, 또는 난민요건의 주요사실에 관한 주장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배치되는 등 난민인정신청의 이유 없음이 명백히 드러날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한정되며, 사실조사가 필요한 사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는 출입국항의 단기 심사(7일 이내)만으로는 규명할 수 없는 복잡한 난민 주장을 행정청이 임의로 배제하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와 같은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에 의한 박해 주장은 출신국 정부의 보호 능력 및 의사 등 심층적인 사실 조사가 필수적이므로, '명백히 이유 없다'라고 단정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젠더적 관점과 난민보호의 확장

이번 판결은 가정폭력 등 젠더 기반 폭력(GBV) 피해 주장을 난민 요건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 복잡하고 심층적인 사안으로 인정함으로써 젠더적 관점의 난민 보호를 확장했다. 행정청이 GBV 피해 여성의 난민 신청 동기를 단순한 '개인적 사유'나 '경제적 이유'로 치부해 임의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전 남편에 의한 폭력이라고 해도, 그 폭력이 전통적·문화적·종교적 이유를 토대로 제도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야기·조장·방치되는 등으로써 여성에 대해 심각한 고통을 수반하는 직접적인 위해를 가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면,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출신국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난민 인정 가능성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가정폭력 피해 여성은 출입국항에서 심사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지 않고 정식 심사를 받을 실질적인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법무부도 지난 10월 20일 2025년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중 조국혁신당 박은정 위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가정폭력 등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난민심사에 회부하여 정식 심사를 받도록" 행정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행정관행의 개선을 촉구하며

출입국 당국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심사 불회부 결정을 남용해 심사 기회를 박탈했던 관행을 즉각 중단하라. 대법원이 확립한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며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한 모든 난민 신청자에게 정식의 심사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행정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난민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러한 행정 관행의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를 이어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입니다.
#판결비평 #참여연대 #난민법 #출입국항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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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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