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프랜차이즈 피해 토론회 9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사 프랜차이즈' 형태의 사업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토론회가 열렸다.
권성훈
2024년 9월 국회에서 열린 '유사 프랜차이즈 피해 사례 토론회'는 이 문제를 드러냈다. 모 공유 킥보드 업체 피해자들이 대표적이다. 본사는 로열티를 받고 영업 정책을 통제했으며, 점주는 프로모션 비용까지 떠안았다고 한다. 그 결과 '정산금 0원'이라는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가맹사업의 모든 조건이 충족됐지만, 공정위는 '앱 중개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을 거부했다.
백화점 입점 모 외식 브랜드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사는 '투자약정서'를 맺었고, 당연히 정보공개서는 제공하지 않았다. 점주들은 본사의 매출 예측이 실제의 절반도 안 된다며 허위 광고를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가맹사업이 아닌 '투자 형태의 사업'이라며 외면했다.
'OO계란 할인점' 사건도 동일하다. 가맹 모집 광고를 내고 본사 브랜드를 사용했지만, 계약서는 '물품공급계약'이었다. 점주들은 본사가 전용 공급처를 강제하고 가격을 통제하여 점주들에 심각한 금전적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제3자 공급구조"라며 또다시 외면했다.
이쯤 되면 '법 자체보다는 법을 해석하는 기관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입증책임 구조에 있다. 공정위는 실질 판단을 강조하면서도, 그 실질을 점주가 입증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본사의 영업 매뉴얼, 교육 지침, 내부 통제 문건은 본사만이 보유한다.
점주가 이를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필자가 과거 가맹점주로서 본사와 분쟁을 겪었을 때 절절히 경험했던 현실이다. 결국 "객관적 증거 부족"이라는 이유로 사건 대부분은 '심사 불개시'로 끝난다.
입증책임이 약자에게 전가된 순간, '증거를 가진 강자'가 정의를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정교함이 만든 회색지대
한국의 유통 생태계는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하도급법이 교차하는 복합 구조다. 세계적으로도 일본 이외는 거의 없는 구조라고 한다. 이런 세밀한 구분은 제도의 완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0과 1 사이에 무한한 소수가 존재하듯, 동시에 회색지대를 만들어낸다. 브랜드를 사용하되 본사가 재고를 소유하거나, 초기 비용을 '투자금'으로 설정하는 구조는 가맹도 대리점도 아닌 중간 형태가 되어버린다.
공정위는 이런 사례를 "가맹사업 요건 미충족, 대리점법 적용도 불명확"이라며 판단을 유보한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어느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남는다. 법이 정교할수록 오히려 회피의 틈이 생기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은 공정위가 다루는 갑을 관계법 중 규제가 가장 강력해 적용을 신중히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너무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겠다"라는 말로 원칙론을 유지하면서도 현장 비판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법이 강력할수록 행정은 더 조심스러워지고, 그 보수성이 의도치 않게 불공정을 방치하는 구조로 이어짐을 보여준 것이다. 본래 '본사의 영향력 남용'을 막기 위한 통제 요건이, 이제는 "본사의 통제를 완벽히 입증하지 못한 가맹점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벽으로 변했다.
아디다스코리아 사건의 상징성
이 모순은 작년 국정감사에까지 오른 아디다스코리아 분쟁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아디다스는 2022년 '퓨처 파트너 정책'을 내세워 120여 개 판매점 중 80곳의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 점주들은 "일방적 계약 해지와 인기 상품 독점 공급은 가맹사업법·대리점법 위반"이라며 신고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가맹사업이 아니다"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질타 장면이 방송과 SNS를 타고 확산하고 여론이 들끓자, 그제야 공정위와 기업이 한발씩 물러서며 '상생 합의'가 도출됐다. 표면적으로는 해피엔딩이다. 그런데도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이 결과는 공명정대한 법 집행의 성과가 아니라, 정치적 압력과 여론의 힘으로 간신히 얻어낸 타협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법의 정교함이 기업의 회피 기술에 쉽게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고통받는 약자들을 지켜 달라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씨의 취임사는 필자를 비롯한 종속적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습니다. (중략)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상당히 다릅니다. '경쟁자, 특히 경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법의 부재가 아니라 법 해석의 소극성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법보다는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부 기관의 해석 용기다.
따라서 공정위는 '형식이 아닌 실질'이라는 법의 대원칙을 실무에서 살아 있는 규범으로 구현해야 한다. 법이 아무리 정교해도, 그 해석이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법이 약자의 편에 설 때, 그 법의 정교함은 비로소 품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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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조인도 배우러 오는 '이 법', 해석의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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