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상록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 직무대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서울과 지방 시민들 사이에 문화 접근권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도 당연히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국립예술단체를 단순히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가 해소되고 지역 예술이 꽃피우는 게 아니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인식은 결국 문화예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탁상공론식 발상이다.
지방 시민들의 무대 접근권이 떨어지는 이유는, 당연히 여러 작품들이 서울에서만 주로 공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제작사들이 지방 공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다. 수익성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객석을 가득 채우는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지방 공연에서의 객석 점유율을 담보할 수 없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원정 가는 관객이 오히려 자리를 채워주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여러 무대장치와 시설이 필요한 공연의 경우 애초에 지방에 적합한 극장이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당초 지방 공연을 기획했다가도, 티켓 판매가 여의치 않아 취소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지역 시민들이 더 자주 문화예술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정책이다. 국립예술단체들에게 '지방 공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라는 주문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는 서울에 있는 예술단체를 지역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문화예술 공연이 가능한 지역 인프라의 확보다.
공공 극장 확충·지역 예술인 지원... 현장에 필요한 일은 많다
또 지방에 더 많은 공연을 유치하고 싶다면, 제작사들이 지방 공연을 더 열심히 돌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공연의 경우에는 민간 제작사라도 예산을 지원 받아 티켓값을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게 하거나, 그 지역에 소외된 계층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여해 단체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다. 유료 객석 점유율과 관계 없이 지방 공연 회차당 얼마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주거나 아예 '통 대관' 형태로 공공이 나설 수도 있다.
'지방 이전'에 들 예산을 다른 아이디어로 치환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서울예술단이나 국립오페라단에게 왜 지방에서는 공연을 하지 않느냐고 윽박질러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광주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은 좋은 무대가 있다. 그 공간을 훌륭한 자생 콘텐츠로 채우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아시아 전체를 대표할 만한'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는 게 우선이다. 그걸 콘텐츠화 해서 공연 작품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러 열악한 환경 속에 이미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서울예술단이 지금의 위상과 능력을 갖게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서울'이라는 지역적 특색이 작용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극장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로로 상징되는 인프라와 인적·물적 교류가 있었던 덕에 국내 관객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향한 독특한 콘텐츠 생산이 가능했던 것이다. 예컨대, 서울예술단의 인기 레퍼토리 공연 중 하나인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이기에 당시 '경성'이라는 시대적 공간을 훌륭하게 무대화할 수 있었던 성과이다.
그렇다면 서울예술단을 광주로 옮겨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탈바꿈할 게 아니라, 새 국립예술단을 광주에 신설하는 방향이 맞다. 그래서 광주 지역 예술인들과 청년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예산과 기회를 주는 게 순서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단체를 갑자기 옮기면, 오히려 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화적 토양을 일궈온 이들을 배제하고 고사시키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당초 이들이 해오던 예술적 '레거시'의 단절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만 높아진다.
여러 '도립' 혹은 '시립' 예술단이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민간에서 지역 특유의 창작 예술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 역시, 매번 공공 지원 사업 하나에 선정되고 안 되고에 생계를 의탁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공공 지원에 목말라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 지방으로 단체를 이전하는 데 예산을 집중 투입하며 '지방 문화 인프라를 살리겠다'라는 건 형용모순이다.
민 의원이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을 압박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광주를 포함해 지역의 극장 인프라가 어떤지 점검해보고, 필요하다면 공공 극장 신설을 위해 노력하시라. 서울예술단을 포함한 국립예술단체들이 지방 공연을 더 장기간, 여러 번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시라. 이번에 새 레퍼토리 공연이 올라오는 서울예술단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는 것도 추천한다. 이를 통해 서울이라는 지역 특색을 가지고 활동해온 단체의 지방 이전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보실 것을 제안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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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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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표 서울예술단 이전' 강행하라는 민형배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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