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1 아이가 길을 걷다 발을 헛디뎌 넘어져 손목을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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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를 하고 약 1시간가량 기다린 후 초진을 보고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2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다른 의사가 왔다. 약 30분이 지나고 드디어 정형외과 의사가 도착했다.
"골절인데 뼈가 비스듬히 부러졌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은 수술을 권하는데 문제는 교수님께서 내일부터 휴가세요."
"그러면 임시 고정을 한 후 추석 연휴 후에 수술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잠시 고민하던 의사는 말을 이었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재생능력이 어른보다 좋아요. 문제는 너무 좋아서 뼈가 아무렇게나 붙는다는 점입니다. 일주일 후의 수술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예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굳이 우리 병원에서 수술하는 선택을 하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전문병원으로 가셔서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하시겠어요?"
예의를 갖춘 정중한 거절이었다. 추석 연휴 하루 전, 국가가 지정한 3차 병원 응급실에서 거절하는 환자라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다른 병원에도 수술할 의사가 없으면 서울에 있는 14곳의 3차 병원을 모두 돌아다니며 찾아야 하는 것일까.
"제가 아는 것이 없어요. 바로 수술이 가능한 전문병원을 추천해 주시면 그리로 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의사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엑스레이를 보신 교수님께서 휴가를 미루고 수술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연휴 기간에는 수술방이 하나만 열리기 때문에 오전 7시부터 대기하셔야 하고, 응급수술이 많을 경우 순서에서 밀리면 내일은 수술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전신마취 부작용으로 술 후 폐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들으며 수술 및 마취동의서에 서명했다. 링거 바늘을 꽂고 필요한 검사들을 마쳤다. 집도의가 와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설명했다. 자정과 오전 5시 무렵에 간호사가 다녀갔다.
오전 7시, 집도의가 찾아왔다. "요즘 대학병원 상황이 썩 좋진 않아요"라는 말을 덧붙이며 공복 상태로 종일 대기해야 할 수도 있고 수술을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고 했다. 다행히 그날은 응급수술이 많지 않았기에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주변에 아이가 수술받았음을 알렸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했어? 우리는 1주일 동안 수술을 못해서 기다려야 했어."
"다행이다. 우리 아이는 손목 골절 수술을 하기 위해 서울에 가야 했어."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못 찾았다면
다치고 바로 수술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인들의 말에 의아함을 느껴 의료진을 검색했다. 수술을 집도한 교수는 병원 소속 정형외과 의사 10명 중 소아 진료를 보는 2명에 속했고, 소아 수부 미세수술이 가능한 1명이었다. 해당 병원 누리집 의료진 소개에 따르면 유일한 수부외과 (팔·손·손목·손가락 등 상지의 질환과 손상을 진단·치료하는 정형외과·성형외과의 세부 분과) 세부전문의이기도 했다.
일반 정형외과 전임의도 수부 관련 진료나 수술을 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수부 관련 사고나 질환의 경우에는 세부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아 수술이 가능한 정형외과 의사는 전국 기준으로 18명에 불과하고, 소아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의 현황은 확인이 어려웠다(출처 보건복지부 2024년 보도자료).
2023년 기준 전국의 면허의료인력은 13만 7,698명, 자격인정 전문의 수는 11만 1,118명이다(출처 보건복지부 <2024 보건복지통계연보>). 2025년 하반기 기준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41명에 불과하며(출처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진료과의 인기여부에 관계없이 세부전공을 '소아'로 선택하는 전공의 역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출처 YTN사이언스, <최근 10년간 줄어든 필수과목 전공의 90%는 소아과>).
지역 격차도 분명했다. 대한수부외과에 따르면 수부외과 세부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전국에 229개다. 이중 58%에 해당하는 133개 병원이 서울·수도권에 분포한다. 전체 세부전문의 305명 중 59%에 해당하는 179명이 서울·수도권에서 일한다.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현황 대한수부외과학회에 따르면 국내의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의 58%가 서울 및 수도권에서 근무 중이다. 별도의 고시에 응시하여 자격을 받을 수 있으며 5년 간격으로 관련 활동을 지속하여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대한수부외과학회
대한소아외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소아외과 전문의 48명 중 24명이 서울·수도권 근무자다.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소아 비뇨의학 전문의의 48%, 소아 흉부외과 67%, 소아외과 56%, 소아 마취과 70%, 소아 정형외과 59%, 소아 안과 68%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는 실정이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기피할 것 같아서 그냥 휴가를 미뤘어요"라고 말하는 집도의에게 감사를 전하며 생각했다. 만약 소아정형외과 의사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소명의식이 약한 의사를 만났다면, 전공의 파업 기간이었다면, 골절이 아닌 절단이었다면 아이는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환자권리장전은 '성별, 연령,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을 떠나 평등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말하지만, 전공을 막론하고 관련 전문의를 만나는 것조차 개인의 운에 따라 갈리는 상황이 안타깝다.
쩨쩨하고 궁핍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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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골절 입은 아이의 빠른 수술에 놀란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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