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보고싶어" 달콤한 고백, 요즘 제일 무섭습니다

SNS 연인 매칭·동네 친구 매칭 이용한 젊은 층 겨냥 로맨스 스캠 기승... 함부로 '클릭' 하면 안 돼

등록 2025.10.27 13:59수정 2025.10.27 13:5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형님, 아내가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무섭다며, 어제 폰을 새로 개통해 버렸는데 지금 신고해도 괜찮을까요?"

지난 17일 밤, 사회에서 알게 된 후배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문장은 짧았지만, 긴박감이 묻어 있었다. 나는 황급히 전화했다. 후배의 아내에게 며칠 전 신청한 기억이 없는 신용카드가 도착했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고 했다. 문자에 적혀 있던 상담 전화로 전화했더니 이름과 집 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착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라 통화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통화가 끝난 후 보내주는 문자의 링크를 직접 클릭해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번호를 차단하고 링크는 클릭하지 않았다.

범죄자들이 노리는 순간

보이스피싱 문자 내가 직접 받았던 문자들을 정리했던 내용 중 일부다.
▲보이스피싱 문자 내가 직접 받았던 문자들을 정리했던 내용 중 일부다. 박승일

다행이었다. 만약 링크를 클릭해 개인정보를 입력하거나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면,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던 연락처, 문자 내역, 사진 등 사적인 정보가 그대로 범죄자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그 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이후 더 정교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후배의 아내는 직접적인 손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불안과 공포 때문에 휴대전화를 교체했으니 이미 피해를 본 것이다. 피해의 범위는 눈에 보이는 손실보다 훨씬 넓다. 이런 피해는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 특히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상당 수의 범죄자가 검거됐다.


'그럼 이제 보이스피싱 범죄는 우리 주변에서 완전히 없어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범죄자들은 지금을 노리고 있다. 사람들이 방심하고 있는 순간. 그때를 범죄자는 노린다. 그래서 방심하면 안 된다.


빈번히 보도되고 있는 뉴스가 범죄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사망을 피해 잠적한 이들은 또 다른 기회를 찾고 있다. 사람들이 방심하는 틈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범죄자는 언제든 새로운 수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그 수법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로맨스 스캠'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로맨스 스캠은 온라인에서 호감을 가장해 신뢰를 쌓은 뒤 금전을 요구하는 신용 사기 수법이다. 즉각적이고 노골적인 금전 요구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신뢰 구축을 만든 뒤에 피해를 만들어 낸다.

도용한 사진이나 AI를 활용해 프로필을 만들고 장기간 정서적으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요구한다. 직접 만나고 싶다며 항공권을 요구하기도 하고, 큰 병에 걸렸다거나 운전 중에 다쳤다며 치료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충분히 관계가 형성됐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미끼로 거금의 송금을 받기도 한다.

'왜 그런 데 속을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범죄자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경계심이 약한 사람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인간적인 외로움이나 인정에 취약해질 수 있는 순간이 있다. 범죄자는 바로 그 순간을 노린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안부를 물어본다.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척하며, 소소한 관심을 보이는 방식으로 감정적 결속을 만들어 간다. 우리 문화는 타인의 안부와 소통을 중시하고 그것이 때로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오늘 회사에서 상사가 괴롭히지는 않았어?, 나는 오늘 직장에서 부당한 지시가 있어서 울었어."
"..."

"어제 잠은 잘 잤어? 서울은 지금 날씨가 어때? 여기는 아직도 더워."
"..."

"오늘 길을 걷다 갑자기 당신이 생각났어요.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

실제 대화는 아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친구가 된 사람이 매일 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저렇게 친근감 있게 안부를 묻고 자신과의 일상을 공유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응원하면서, 힘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SNS로 커피 쿠폰을 선물로 보내준다면 말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개월을 그렇게 한다면 어떨까.

보이스피싱 문자 보이스피싱 문자내가 직접 받았던 문자들을 정리했던 내용 중 일부다.
▲보이스피싱 문자 보이스피싱 문자내가 직접 받았던 문자들을 정리했던 내용 중 일부다. 박승일

특히 로맨스 스캠 피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과 수시로 안부를 묻고 고민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정이 많은 문화 때문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범죄 조직의 중간책으로 직접 가담하고 있다.

요즘은 젊은 층을 겨냥한 로맨스 스캠도 늘고 있다. SNS '동네 친구 매칭'이나 '연인 매칭'까지 이용된다. 국내에서 체류 중이라거나 교환 학생으로 국내에 체류 중이라며 속이고 접근한다. 그렇게 관계를 맺은 다음에는 관련된 정보를 해외에 있는 범죄 조직에 넘겨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그렇게 수개월 동안 접근한 뒤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범죄 수법은 진화할 것이다. 지금도 범죄 조직은 새로운 수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법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다른 범죄 조직에 돈을 받고 판매까지 하고 있다. 범죄의 산업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범죄 수법이 진화하는 만큼, 새로운 수법에 대해서는 예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을 때는 신원을 적극적으로 검증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이디의 생성된 계정이나 활동 내용 등도 참고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를 보내면서 클릭해 보라고 유도한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한번 잘못 클릭하면 흔히 말하는 '좀비폰', '깡통폰'이 된다. 그렇게 얻은 휴대전화의 정보를 이용해서 더욱 친밀감 있게 범죄자는 접근한다. 마치 상대의 고민을 다 알고 이해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친분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해외에서 배송했다는 말에도 주의해야 한다. 그때 얻은 개인정보는 다른 범죄 조직에 판매까지 된다.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는 이후에 어떤 방법으로 범죄에 악용될지 모른다.

얼마 전에는 국내 유명 연예인을 사칭하는 스캠 사건까지 있었다. 딥페이크 방법을 활용해 가짜 신분증을 보내주기도 하고 팬 미팅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로맨스 스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맺은 관계는 천천히 쌓인 신뢰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친절과 선물은 경계의 신호다. 의심이 들면 즉시 멈추고 금융기관이나 수사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로맨스 스캠은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범죄다. 작은 생활 습관이 범죄의 덫을 미리 끊어내는 가장 확실한 힘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박승일의 경찰관이 바라본세상에서) 금요일 연재에도 실립니다.다음주에는 보이스피싱 수법 중, '주식 리딩방'에 대한 피해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박승일 #경찰 #보이스피싱 #서울경찰청 #송파경찰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익산역 앞 원도심에서 저녁마다 벌어지는 일...모두 놀랍니다 익산역 앞 원도심에서 저녁마다 벌어지는 일...모두 놀랍니다
  2. 2 '국민배당금제'가 사회주의라는 궤변 '국민배당금제'가 사회주의라는 궤변
  3. 3 [전문]'국민배당금' 꺼낸 정책실장...'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 [전문]'국민배당금' 꺼낸 정책실장...'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
  4. 4 동네 모든 버스가 공짜가 되자 벌어진 일 동네 모든 버스가 공짜가 되자 벌어진 일
  5. 5 미 의회가 한국에 '군수정비' 맡기려는 진짜 이유 미 의회가 한국에 '군수정비' 맡기려는 진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