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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정말로 안전한 자산일까

[디지털자산과 화폐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 ②] 고양이 수를 늘린다고 쥐가 잘 잡히는 건 아니다

등록 2025.10.27 10:20수정 2025.10.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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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virtual assets)은 블록체인, 분산원장기술, 암호화폐에 기반을 둔 디지털 금융자산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크게 자산연동형과 일반형으로 나뉘는데. 자산연동형이란 원화 또는 외국 통화의 가치와 연동되면서 환불이 보장된 자산을 말하며, 그 이외는 일반형으로 분류된다. 이글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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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growtika on Unsplash

금융 생태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미래 화폐의 거대한 물결. 금융 인프라를 뒤흔드는 혁신. 국제 디지털 화폐 전쟁의 서막....

최근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을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공중파에 가상자산 거래소 광고가 뜨고, 디페깅(de-pegging) 디파이(De-Fi)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로 분주하고, 대형 은행과 정보기술 대기업(Big tech)은 시장 선점을 위한 눈치작전에 돌입한 분위기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업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1세대 디지털자산의 치명적 약점인 가격 변동성을 동일한 가치의 담보물로 보완하면서 '신뢰 기반 거래의 안전한 돈'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인을 소지한 이는 언제든 달러, 엔, 원 같은 법정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누구든 코인을 발행하려면 같거나 더 큰 가치를 지닌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한 화폐 운영체계가 낡고 비효율적이라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payment) 과정을 살펴보자. 지급결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 경로에 카드회사, 부가사업자(VAN), 대행사(PG), 금융결제원 등 다양한 기관들이 촘촘히 얽혀 있다.

이 기관들은 저마다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며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국가 간 결제는 더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주는 이와 받는 이가 단숨에 거래를 성사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졌다.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기존 방식보다 비용도 덜 들고, 속도도 빠르며, 훨씬 안전한 거래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최초의 가상자산이 비트코인(bitcoin)이다. 본래 코인(coin)은 동전이란 뜻인데, 이제는 가상자산의 대명사가 되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희소성' 때문이다. 자산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인 데다가 금처럼 희귀한 자원이니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하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의 탄생 배경


그렇다 한들 코인이 화폐를 능가할 수는 없다. 돈이 되려면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코인 가격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출렁인다. 사람들이 코인을 돈처럼 쓰려면 이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코인 가격을 안정시킬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자산과 코인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탄생한 배경이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은 사과와 배처럼 맛이 다른 과일이다. 가장 큰 차이는 비트코인은 총량이 제한되어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무한대로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지지하는 이들은 법정화폐와 국공채 등 안전한 담보물이 코인을 떠받치고 있으니 걱정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정말로 안전한(stable) 자산일까. 코인 발행업자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발행업자의 금고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코인을 판매한 대가로 받은 법정화폐와 이 돈으로 매입한 국공채를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구매자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들이 투자해서 번 돈은 모두 수익으로 귀속된다. 발행업자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발행량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복수의 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장에서 발행량이 크게 늘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인이 돈처럼 쓰이면, 다시 말해 사람들이 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폐가 되려면 가치척도, 교환 매개, 지불수단의 기능을 겸비해야 한다. 가치척도란 값을 매기는 계산 단위를, 교환 매개란 교환의 불편을 해소하는 기능을, 지불수단이란 구매의 대가로 사용하는 방법을 뜻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쓰지 않고 두어도 구매력이 살아있는 가치 저장 기능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기능을 수행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 가지 남은 과제는 사람들이 코인을 돈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코인을 돈처럼 사용해도 아무 제약이 없다면 법정화폐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돈이 돈인 이유는 사람들이 그 돈을 돈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와 동일한 권능(monetary power)을 획득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발행업자는 법정화폐의 유입이 없이도 아무 제약 없이 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담보물(국공채)을 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단말기에 숫자를 입력하는 것으로 화폐가 창조된다. 발행업자의 컴퓨터가 화수분(貨水盆)인 셈이다. 이 가정이 현실화하면 법정화폐는 불능화할 것이고 나라 경제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이런 전개를 방치할 리 없다. 통화 질서의 교란을 막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의 발에 자물쇠를 채우려 할 것이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의 몫이다. 중앙은행은 공개시장 운영, 지급 준비율 조정, 재할인율 설정 같은 방법을 통해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한다. 현 통화 발행자인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은행 제도 밖에 있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시스템 '밖'에서 점화한 불꽃이 시스템 '안'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행한 '국제 금융 안정 보고서(25.10.14)'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무차별적 확산은 정부의 통화정책 기능을 훼손하고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경계하는 이들은 누구?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가장 경계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은행이다. 한국은행은 코인 시장이 통화 질서가 훼손할 것을 염려하며 대책 마련에 부산하고,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누렸던 특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위험한 돈이니 민간업자에 함부로 넘겨선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방향을 바꿔 발행업자와 손을 잡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물밑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은행들은 신용창조라는 마술로 화폐 발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엄청난 특권을 누려왔고 그 결과 매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은행들이 단말기에서 화폐를 창조할 수 있는 이유는 중앙은행이 이들이 발행한 돈의 상환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민간이 제공한 신용을 법정화폐로 보증하는 방식으로, 이를 '이중 통화제도(dual monetary system)'라고 부른다.

상업은행도 코인 발행업자도 같은 민간 회사다. 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할 권리는 없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 통화 창출 특권을 부여받은 은행들은 쥐를 잘 잡고 있을까.모든 책임을 은행에 돌릴 수는 없지만, 이들이 쥐를 잘 잡고 있다고 믿을만한 증거가 관찰되진 않는다.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민간 부채의 총량은 매년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고, 사람들은 채무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민간 부채가 늘어날수록 은행의 수익은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부채의 증가와 집적은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초래한다. 경기가 나쁘면 돈을 풀어야 하고 그럴수록 부채는 더 늘어나는 악순환의 구조에서, 최종 승자는 신용을 창조하는 은행이다.

주인이 주는 사료를 먹고 사는 살찐 고양이(fat cat)는 쥐를 잡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지금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두고 벌이는 영역 다툼은 쥐를 잡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더 많은 사료를 얻기 위한 고양이들의 쟁투로 비친다. 가상자산 활성화가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시민들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가. 민간 화폐 발행자로서 은행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가 투기 심리를 부채질하고 부채 과잉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일 뿐인가. 이런 화두를 놓고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따라주어야 한다. 고양이 수를 늘린다고 쥐가 잘 잡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문진수 기자는 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가상자산 #스테이블코인 #STABLECOIN #디지털자산 #디지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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