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LyNhan 보건소 빗물식수화 시설 2019년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가 WHO(세계보건기구) 와 협력하여 설치한 빗물식수화 시설. 지금까지 250톤 정도의 최고급 음용수를 생산하였다. 이 시설은 WHO의 홈페이지에 자세히 보도 되었다. https://www.who.int/vietnam/news/detail/31-08-2019-who-snu-and-vihema-collaborate-to-improve-wash-in-ly-nhan-district-hospital-ha-nam-province
한무영
한국형 ODA는 단순히 물건이나 기술을 "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개발이 아니라 일회성 기부에 불과하다. 한국의 위대한 유산인 세종대왕의 애민(愛民) 정신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세종은 늘 묻고 답했다. '백성들이 겪는 고통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그들이 스스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철학은 훈민정음에도, 측우기에도 담겨 있다. 백성을 위한 언어를 만들고, 농사와 물관리를 위한 기술을 백성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것이 진정한 '기술 이전'이며 '주민 주도'의 시작이다.
한국형 ODA는 이제 이러한 철학을 이어 받아야 한다. 거대한 설비나 복잡한 매뉴얼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이해할 수 있고, 직접 운영하고, 유지관리까지 가능한 기술이어야 한다. 빗물식수화 시스템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자연에서 떨어지는 깨끗한 물을 현장에서 즉시 모아, 간단한 필터와 저장장치를 통해 안전하게 음용수로 만드는 이 기술은, 돈이 없어도, 복잡한 문서가 없어도, 누군가의 허가 없이도 주민 스스로 운영할 수 있다.
심지어 캄보디아나 베트남의 시골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수질과 수량을 측정하고, 시스템을 장식하며, 경쟁까지 벌이며 운영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술이 단순하기 때문이고, 교육과 놀이 요소가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ODA는 이제 "주는 사람 중심"에서 "받는 사람 주도"로 철학이 전환돼야 한다. 세종대왕이 그랬듯이,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디자인, 가장 단순한 기술을 통해 가장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ODA의 길이며, 빗물은 그 길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게임처럼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빗물 관리
최근 우리는 캄보디아에서 빗물 식수화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게임처럼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마시는 물의 수질을 직접 측정하고, 수분 센서를 이용해 땅이 얼마나 촉촉한지 기록한다. 그리고 결과를 앱에 입력해 포인트를 얻는다.
이름하여 'Rain School 챌린지', 학생들 스스로 기후시민이 되어가는 교육 과정이다. 앱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돼 있다.
- 사진을 찍고 인증하면 점수 획득
- pH, 탁도 등 수질 측정기록 업로드
- 비교·분석 퀴즈 참여
- 지역 대항전 방식의 순위 시스템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즐기며 익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은 마을의 빗물 지킴이(BiTS, Rain School Member)가 된다.
물 문제는 단지 '공급'이 아니라 '관리와 주인의식'의 문제다. 우리가 제안하는 빗물식수화 시스템은 단지 하드웨어가 아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 앱으로 교육하고 점검하는 소프트웨어, 학생·여성·의료진이 주체가 되는 운영 체계가 돼야 한다. 이런 방식의 시스템은 적은 예산으로도 유지 가능하며,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 해결자가 될 수 있다.
ODA는 기술 이전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어야 한다. '빗물은 식수가 될 수 없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빗물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깨끗한 식수'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시작은 세종대왕의 철학을 계승한 한국형 ODA, 그리고 게임처럼 재미있고, 앱으로 확인 가능한 빗물 교육 시스템이다. 우리가 진짜 도와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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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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