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구로 열심히 운동 중인 아들과 나 같은 기구로 열심히 운동 중인 아들과 나, 뒷모습이 닮았다
신재호
1시간 동안 근육 운동하고, 이후엔 30분간 러닝머신이나 자전거를 타며 마무리했다. 평소보다 1.5배는 운동이 더 되는 듯했다. 진이 다 빠진 부자는 뭉친 근육을 풀고, 샤워장에서 씻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은 그 어느 때 보다 좋았다.
잔뜩 성이 난 서로의 팔뚝을 잡으며 뿌듯함에 취했다. 아들은 만족스러웠는지 다음 운동시간도 잡자며 재촉했다. 학원 끝나면 밤 10시가 된다는데 그래도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나 역시 회사에서 야근할 예정이라 10시 반쯤 헬스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들은 헬스장 가는 날이면 침대에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가끔 피곤할 땐 약속을 미루기도 했지만 대부분 정해진 시간을 지켰다. 나에게도 변화가 생긴 것이 아들과 운동 약속을 잡으면 지인들이 술 먹자고 유혹하는 손길까지 뿌리쳤다. 우선 순위가 오롯이 운동이 되었다.
아들과 운동하면서 대화가 부쩍 늘었다. 함께 역기를 들면서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요즘 관심거리나 고민 등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다. 회사 일이 바쁘다고 집에 늦게 오고, 방에 있는 아들 얼굴 잠깐 보거나 그마저도 학원 가면 못 본 날도 많았다. 대화가 늘어나니 관계 역시도 좋아졌다. 꼼양거리는 우리 모습을 보곤 아내가 '헬스 브라더스'란 별명도 지어 주었다. 나야 고마운데, 아들은 영 못 마땅한 듯했다. 늙다리 아빠인데 형이라니.
50이 되어 새로운 목표가 생기다

▲아들과 교대로 열심히 운동 중 아들과 헬스기구를 교대로 사용하며 열심히 운동을 함
신재호
함께 운동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들과 다음 운동 시간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각자 유튜브 등을 통해 알게 된 운동법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누는 등 정보 공유도 활발해졌다. 아들은 폭풍 검색 끝에 헬스 보충제를 찾았고, 구입해서 운동 마치고 열심히 섭취 중이다.
탈의실에서 아들 몸을 곁눈질로 바라보니 제법 어깨도 넓어지고, 가슴 근육도 전보다 탄탄해졌다. 덩달아 나 역시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인바디를 했더니 모든 부분에서 수치가 전보다 상승했다. 몸도 좋아지고, 관계도 좋아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았다.
얼마 전에는 아들과 목욕탕도 다녀왔다. 사춘기에 진입하고는 쑥스럽다며 절대 목욕탕을 가지 않더구먼. 슬쩍 한 번 물었더니 단박에 가겠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서로 등도 밀어주며 부자 간의 정을 나눴다. 얼마나 힘이 좋든지 등껍질이 벗겨지는 줄 알았네. 헬스의 순기능이라고 해야 할지 역기능이라고 해야 할지.
아들과 운동을 시작하며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아들과 계속 운동할 수 있도록 건강한 몸을 오래오래 유지하기이다. 아빠가 힘들어해서 같이 운동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이참에 술도 줄이든지 아니면 아예 끊어보면 어떨까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물론 전자로 결정이 났지만.
'헬스 브라더스' 아니 '헬스 부자'의 몸의 대화는 오늘도 자정이 다 되도록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하나! 둘! 셋! 넷!" 쩌렁쩌렁한 구호 소리와 함께.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