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내일' 말하는 APEC, 여성주의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내일'은 군사주의와 양립 불가능하다

등록 2025.10.27 15:56수정 2025.10.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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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참여단체인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국제민중행동'은 APEC에 대한 국내외 인사의 목소리를 연재합니다.[기자말]

여성의 배제는 여성이 평화과정에 포함되어서 무엇을 얻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풍부한 경험, 창조성, 지식이 배제될 때 평화과정이 무엇을 잃는지의 문제이다 – 사남 앤더리니

영국 평화활동가 사남 앤더리니의 이 말은 오늘의 국제정세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성의 경험과 지혜가 빠진 평화 담론은 절반의 목소리만을 반영할 뿐이다.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지난 8월 12일, 여성경제회의(WEF, Women and the Economy Forum)가 인천 송도에서 진행됐다. 여성경제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를 논의하고 공동성명문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여성의 역량 강화와 경제 참여 및 지도력(리더십) 확대를 통한 성장, ▲여성 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통한 안전한 사회, ▲양질의 돌봄 체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루어졌다.

「2025 APEC 여성경제회의 부대행사」 8월 13일(수)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급변하는 인구구조 속에서의 성평등 촉진”을 주제로 「2025 APEC 여성경제회의 부대행사」가 개최되었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발레리 프레이 OECD 고용노동사회사무국 사회위험부서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 오성미 여성가족부 APEC 여성경제회의 추진단 행정사무관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 토론이 이루어졌다.
▲「2025 APEC 여성경제회의 부대행사」 8월 13일(수)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급변하는 인구구조 속에서의 성평등 촉진”을 주제로 「2025 APEC 여성경제회의 부대행사」가 개최되었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발레리 프레이 OECD 고용노동사회사무국 사회위험부서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 오성미 여성가족부 APEC 여성경제회의 추진단 행정사무관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 토론이 이루어졌다. 성평등가족부

기업 중심의 APEC, '돌봄'을 자본의 언어로 말하다

APEC은 기업인 중심의 패러다임을 가진 경제체다. 여성경제회의의 민관합동정책대화(PPDWE)에서 돌봄 분야를 주되게 발언한 사람은 '머크 헬스케어'라는 다국적 기업의 분휘 이 부사장과 크리스토퍼 하만 한국머크 헬스케어 대표였다.

크리스토퍼 하만 한국머크 헬스케어 대표는 "특히 한국은 우수한 돌봄 정책이 마련돼 있음에도 양육자들이 마음껏 제도를 쓰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발표했고, 분휘 이 부사장은 "주 4일제를 도입한다 해도 아이가 4일간은 아프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유연 근무제를 기업에 적절히 적용해 양육자들이 육아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봄을 사회가 책임질 영역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하는 여성 노동자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인의 시각, 이것이 APEC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미래'인 것이다.

진정한 '젠더폭력 대응'은 전쟁 중단에서 시작돼야 한다

한편, 여성경제회의는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글로벌 대응 강화도 내걸었다. 지금 이 시기, 글로벌이 함께 대응해야 하는 젠더폭력은 무엇일까? 아시아 국제사회가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한지 만 2년이 지나고 수많은 사람이 몰살당했다. 그동안 아시아 태평양의 국가들은 "서아시아"에 위치한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협정 1단계 합의가 어렵게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탱크포에 몰살당한 가족의 이야기가 들려오고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다루지 않는 APEC 정상회의는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이루어낼 수 없다.

2025 APEC 여성경제회의 APEC 여성경제회의 공동선언문은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글로벌 대응 강화도 내걸었다.
▲2025 APEC 여성경제회의 APEC 여성경제회의 공동선언문은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글로벌 대응 강화도 내걸었다. APEC 2025 KOREA

세상의 모든 전쟁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민간인이고,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는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2025년 3월 8일,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은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의 여성 1만2316명, 어린이는 1만686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100만명에 이르는 피난민이 여성이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여성과 아동의 수는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분쟁 피해자 규모에서 압도적이다.


군사주의가 낳는 여성 폭력의 고리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비극은 이스라엘이 국가를 건국한 1948년, '나크바'(대재앙)으로부터 시작됐다. 팔레스타인 사회 내에서 여성들이 겪던 종교적, 가부장적 질서에서의 젠더폭력과 인권침해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더욱 가속화 되었다. 군사주의는 여성에 대한 폭력, 인권침해, 폭력문화를 동반한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분단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주한미군 위안부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군사주의는 국가주의, 민족주의, 가부장제, 자본주의와 결합해 여성의 몸과 삶을 통제한다. 강간과 성매매, 젠더 위계질서 강화는 군사화된 사회가 낳은 필연적 결과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과 식민지배 종식을 원하는 한국 페미니스트 선언 2024년 5월 23일, 52개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이오전 서울 종로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휴전만이 아니라 76년째 이어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 지배를 종식하라는 내용을 담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과 식민지배 종식을 원하는 한국 페미니스트 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선언에 참가한 페미니스트들은 "서구 백인 중심의 페미니즘이 아닌 피식민자, 유색인종의 입장에 탈식민주의 반제국주의를 지향하며, 가부장적 제국주의, 군사주의에 대한 싸움이 페미니스트의 과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과 식민지배 종식을 원하는 한국 페미니스트 선언 2024년 5월 23일, 52개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이오전 서울 종로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휴전만이 아니라 76년째 이어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 지배를 종식하라는 내용을 담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과 식민지배 종식을 원하는 한국 페미니스트 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선언에 참가한 페미니스트들은 "서구 백인 중심의 페미니즘이 아닌 피식민자, 유색인종의 입장에 탈식민주의 반제국주의를 지향하며, 가부장적 제국주의, 군사주의에 대한 싸움이 페미니스트의 과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정민

'군사안보'에서 '여성안보'로 — 평화를 위한 새로운 시각

기존의 안보 개념은 '군사력'과 '국가주의'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UN과 국제여성운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안보', 즉 군사주의를 넘어선 인간 중심의 안보로 전환을 촉구해왔다. 군사주의 반대 국제여성 네트워크(International Women's Network Against Militarism) 는 군사주의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2004 군사주의 반대 국제여성 네트워크 토론문
▶ 군비 확대로 복지·교육 예산이 줄어든다.
▶ 전쟁 피해자의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 난민의 90%가 여성과 어린이다.
▶ 무기 거래는 특정 세력의 이익 수단이 된다.
▶ 군사주의는 여성폭력과 인권침해를 낳는다.

이들은 대량살상무기 폐기, 군사화 지역 축소, 무기생산 전환, 평화적 분쟁 해결, 재생에너지 개발, 남성성과 군사주의의 분리 등을 여성안보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UNSCR 1325, 여성의 평화참여를 위한 국제적 약속

2000년 10월 31일, 유엔은 역사적인 <안보리 결의안 1325호(UNSCR1325)>를 채택했다. 이는 분쟁예방· 관리· 해결과 평화구축 과정에서 여성 참여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분쟁 및 성폭력의 예방과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평화과정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채택하도록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이다. 한국 역시 2014년부터 국가행동계획(NAP, National Action Plan)을 수립해 이행 중이며, 현재 4기(2024~2027) 계획이 시행되고 있다.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000년 10월 31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다. 여성의 참여는 항구적인 평화의 핵심이고, 장벽을 허물고 여성이 분쟁 예방, 구호, 그리고 복구 활동의 최전선에 설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000년 10월 31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다. 여성의 참여는 항구적인 평화의 핵심이고, 장벽을 허물고 여성이 분쟁 예방, 구호, 그리고 복구 활동의 최전선에 설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EuroMed Feminist Initiati

결의안 1325는 여성들이 분쟁의 희생자를 넘어 분쟁해결의 주체로서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성이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행동계획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정부의 계획을 "직접 만들고 이행하는 주체"로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성의 참여만이 평화와 안보 영역에서 성격차를 해소하고,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양식과 과정, 그리고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유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에서도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달성과 전 세계적인 성평등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안보 framwork에 페미니즘 접근방식을 통합할 것, 그리고 외교활동과 ODA(공적개발원조)에 성평등 약속을 강화할 것 등이다.

여성주의적 패러다임 없이는 '지속가능한 내일'도 없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제노사이드, 환경파괴는 '힘의 논리'를 내세운 군사주의·국가주의·가부장제·약탈적 자본주의가 낳은 결과다. 이들은 살상무기를 사용하여 전세계 인류와 비인간존재를 상대로 한 폭력을 이윤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현재 군산복합자본을 이용해 미국의 '위대한' 부활을 꿈꾸는 트럼프도 역시 그 대열에 서 있다.

여성주의는 살림과 돌봄, 생명· 평화· 상생을 추구한다. 성평등한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여성주의적 패러다임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2025년 APEC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APEC이 허울좋게 표방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내일'은 미 군사패권주의를 내버려두고, 아시아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외면한 채로 절대 불가능하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 평화를 가로막고 있는 전쟁과 폭력, 배제의 논리를 넘어 성평등한 전세계 평화공존을 위한 여성주의적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오직 여성이 완전하고 동등하게 참여할 때만, 우리는 지속가능한 평화와 인권의 토대를 세울 수 있다."
—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참여조직(36개 단체, 10월 25일자)
국제전략센터, 균형사회를여는모임, 금속노조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너머서울,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위원회, 노동당, 녹색당, 다극화포럼, 서대문은평시민연대, 서울여성회,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시민권력직접행동, 시민영화제작소 발언시간, 민주노총 서울본부, 아시아반전평화단체 AWC,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오월달빛동맹, 용산시민연대,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일터와 삶터의 예술공동체 마루,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의당,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체제전환운동조직위원회,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긴급행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플랫폼C, 함께노동, 함께노원, 함께서울, 행동하는지역공동체동서울시민의힘, 국제민중총회(IPA)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의 참가단체인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대표입니다.
#APEC #전쟁반대 #평화 #여성주의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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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시각에서 한반도 분단체제의 문제점과 여성의 삶을 들여다 보고, 성평등한 한반도 평화공존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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