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철 장마에 '벼 깨씨무늬병' 확산... 농가 수확량 감소 우려

사과·낙과·열과 다량 발생 "작년보다 심해"... 정부, 농업재해 확정 및 지원 방침

등록 2025.10.27 13:41수정 2025.10.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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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을 앞둔 대술면 마전리 한 논의 볏잎이 ‘벼 깨씨무늬병’에 걸렸다.
수확을 앞둔 대술면 마전리 한 논의 볏잎이 ‘벼 깨씨무늬병’에 걸렸다. <무한정보> 황동환

노랗게 익은 볏대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쌀 낟알을 보며 수확의 보람과 기쁨을 누려야 할 농민들이 좀처럼 근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전후해 벼 농가들이 본격적인 추수 계획을 세웠지만 이례적인 가을 장마와 전국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벼 깨씨무늬병' 확산으로 수확량 감소를 우려하며 하늘을 원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8월 이상고온과 9월 잦은 강우로 인해 전국에서 약 3만6000ha(10월 1일 기준)에서 벼 깨씨무늬병이 발생했다. 벼 깨씨무늬병은 초기 잎에 깨씨 모양의 암갈색 병반이 생기고, 심할 경우 벼알에 암갈색 반점이 형성돼 미질저하 등의 피해를 유발한다.

농식품부가 밝힌 시도별 발생 규모는 전남 1만3000㏊로 가장 크고, 뒤이어 충남 7800㏊, 경북 7300㏊, 전북 4400, 기타 3500㏊ 순으로 나타났다.

예산군 관계자에 따르면 신양면 한 벼 농가 벼에 '벼 깨씨무늬병' 감염 사례가 보고되는 등 군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지난 20일, 예산군농어업회의소 관계자가가 일러준 '벼 깨씨무늬병'의 피해를 입은 예산군 대술면 마전리 일원 평야를 찾았다.

마침 콤바인 한 대가 벼 수확 중인 논을 가까이서 보니, 논 바닥은 성인 발목 위까지 빠질 정도로 진흙탕이였다. 콤바인이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최기대 농민은 "겉으로는 풍작으로 보이지만 쭉정이가 많다. 정상적이라면 이 시기엔 논에 물이 없어야 하는데, 벼 건조 시간이 10시간 넘는다"고 말했다.

또 "먼저 찰벼를 수확했는데, 수확량이 너무 안 나온다. 병도 병이지만, 기후가 문제다. 벼가 익는 시기에 비가 오고 구름낀 날씨로 인한 영향이 크다"고 한 숨을 쉬었다.


이어 "수확량은 작년보다 15~20% 줄 것 같다. 수확량 감소 문제는 보험료로 해결이 안될 것 같은데,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추곡 수매가 한창인 점을 감안할 때 논 사이를 분주히 움직이는 콤바인들을 기대했지만, 논 들녘 사이사이 검게 그을린 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부 논은 벼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삼광' 품종으로 심은 논에서 도복 현상이 두드러졌다. 삼광은 도복에 약한 품종인데, 이번 수확기에 비가 계속 오면서 대공이 약해져 올해 도복이 더 심한 상태다.

벼 깨씨무늬병, 고온다습 조건에서 걸리는 곰팡이병

 잦은 강우로 논 바닥이 진흙탕이 되면서, 콤바인이 힘겹게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잦은 강우로 논 바닥이 진흙탕이 되면서, 콤바인이 힘겹게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무한정보> 황동환

예산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벼 깨씨무늬병이 지난해 보다 "확연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등숙 후반기에 많이 발생하면서 농민들은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이 시기엔 약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벼 깨씨무늬병은 곰팡이병이다. 수확기에 비가 많이 와 논이 고온다습해 지면서 곰팡이병이 많이 발생했다"며 "특히 대술 궐곡리 산 아래 필지들의 벼 깨씨무늬병 확산 정도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력 저하가 벼 깨씨무늬병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볏짚이 유기물인데 논에 환원해야하는 볏짚이 수년째 조사료로 반출되고 지력이 약해지면서 매년 '깨씨무늬병'이 증가 추세에 있었다"며 "비료를 주더라도 유기물이 풍부해야 토양이 비료를 잡아 오래 잡아 둘 수 있는데, 땅 속 유기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8월 중순 출수 이후 이삭 거름 한 번 주고 거름을 주지 않아 지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면 된다. 약해진 지력에 올해 9~10월 잦은 강우로 깨씨무늬병 확산속도가 빨랐다"고 분석했다.

밭작물·과수농가도 울상

 잦은 강우로 고덕면의 한 사과농가에서 열과가 발생했다.
잦은 강우로 고덕면의 한 사과농가에서 열과가 발생했다. <무한정보> 황동환

수확철 잦은 강우로 인한 타격은 벼 농가뿐만이 아니다. 고구마·배추·무 등 밭작물 재배 농민들은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농기계를 밭에 들여놓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비에 젖은 밭이 채 마를 틈도 없이 계속되는 가을 장마로 토양이 뻘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수확시기에 맞물려 내린 비와 때때로 몰아친 강풍으로 군내 사과 농가들도 울상이다. 고덕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한덕규 농민은 "미치겠다. 다 떨어졌다. 몇 개 달리지도 않았다"며 "낙과, 열과가 작년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라고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인부 15명을 동원해 낙과들을 모아 썩은 부분을 도려낸 뒤 인근 와인 공장에 납품했지만 반품될 정도로 올해 사과 농사를 망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확기 들어서는 약을 줄 수도 없는 상태에서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나무가 뿌리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잎이 갑자기 수분을 쭉 빨아 올리면서 사과가 터지는 현상(열과)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조량이 부족해 사과가 자연스러운 빛깔이 아니고 우중충한 빛깔을 내고 있다"며 "10월 들어 3~4일 빼고 계속 비가 왔다. 평균 30~40㎜는 된다. 또 가끔 돌풍이 불어 낙과 피해를 입었는데, 문제는 보험회사가 2시간 기준 80㎜는 내려야 호우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우리가 입은 피해는 반영해주지 않는다"며 속상해 했다.

 고덕면 한 사과농가에 다량의 낙과가 수북히 쌓여 있다. 농가 주인은 올해 수확기 잦은 강우와 강풍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고덕면 한 사과농가에 다량의 낙과가 수북히 쌓여 있다. 농가 주인은 올해 수확기 잦은 강우와 강풍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무한정보> 황동환

이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14일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올해 이상고온 등으로 발생한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확정하고 피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예산군은 20일부터 군내 '벼 깨씨무늬병' 피해 농가들을 대상으로 읍면을 통해 신고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 18일 늦은 시간에 충남도를 통해 '벼 깨씨무늬병' 발생현황을 조사하라는 공문이 내려 왔다"며 "20일부터 읍면을 통해 피해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벼 잎사귀 무늬면적의 51% 이상과 한 필지에 30% 이상이 벼 깨씨무늬병으로 인한 피해여야 한다. 또 이 병으로 최근 3년 동안 수확량이 30% 이상으로 감소해야 하는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미 수확을 마친 농가도 RPC(미곡종합처리장) 수매실적 확인을 통해 피해조사 누락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지급 단가는 ha당 농약대 82만원, 대파대 372만원이며, 생계지원금은 2인 가구 120만5000원, 4인 가구 187만2700원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피해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업 정책자금 상환 유예 및 이자 감면, 금리 1.8%의 재해대책경영자금 융자 지원 등도 병행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벼 병해로 큰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을 위해 피해 벼 전량 매입과 복구비 신속 지원 등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 에도 실립니다.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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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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