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산면 한 농민이 생산한 사과대추. 500g 단위로 포장해 출하하고 있다.
주민 제공
"생물이라 그날 못 팔면 버리다시피 한다. 1000원으론 농약값도 못 건진다."
가을 햇살 아래 정성껏 키운 사과대추가 경매장에서 500g에 고작 1000원에 낙찰됐다.
"품값은 커녕 농약·비료·포장재 값도 못 건진다"는 한 귀농 농민의 탄식은 지역 농산물 유통구조의 왜곡과 가격 하락의 민낯을 드러낸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읍내리에 사는 A(75)씨는 귀농 10년 차로, 홍성군 홍북면 내덕리 밭 650평에 사과대추 500주를 가꾼다.
"수확은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이어지고, 전지·제초까지 손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농산물공판장에 세 차례 출하했지만, 수익이 나질 않아 포기했다. "생물이니 그날 안 팔면 버리다시피 하니, 가격이 마음에 안 들어도 맡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체감한 가격 하락은 급격했다. "추석 전엔 2500~3000원까지 형성됐는데, 10월 들어 세 번 냈더니 첫날만 2500원을 쳐주고, 그다음부턴 1000원이 고작이었다"며 "94상자를 내고 수수료를 제하고 9만 원 남짓을 건졌다"고 말했다.
"이 돈으로 농약값, 포장재, 운송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건비는 말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형 유통가에선 같은 품목이 500g에 5000원 안팎에 팔린다고 지적했다. "한 농산물판매장에서 상품성이 떨어져 보이는 사과대추가 5300원에 팔리는 걸 봤다"며 공판장을 떠나 예산상설시장 상인에게 직접 납품을 택했다. "시장에선 맛있다고 추가 주문이 들어온다. 공판장보다 낫다"고 말했다.
한 농협 공판장 관계자는 "사과대추는 크기·색·당도에 따라 등급 차가 크고 수확 시기가 짧아, 일시에 물량이 몰리면 단가가 급락한다"며 "공동선별과 분할출하가 이뤄지면 가격 변동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출하시기 정부 수매 뒤 냉장 보관이나 잼·차 등 가공 연결이 필요하다. 3000원은 받아야 농사지을 만하다"며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 전체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은 흔히 '풍흉'에 좌우되지만, 이번 사과대추 500g 1000원은 단순한 계절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농산물 평균 유통비용률은 49.2%로, 소비자가 1만 원을 내면 절반 가까이가 유통비용으로 빠진다.
aT 관계자는 "소농이 개별 출하하면 운송·포장·수수료 부담이 커 단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군 단위 공동물류망과 직거래 플랫폼 구축이 가격 격차를 줄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A씨는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의 식탁도 안전하지 않다"며 "정부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제값을 만들어주는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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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대추 500g에 1000원... 농민들 '직거래' 선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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