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의 삷과 죽음을 다룬 소설
문학동네
<아침 그리고 저녁>은 탄생과 죽음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탄생은 마르타가 늙은 산파 안나에게 의지해 한 아이를 출산하는 장면을 부엌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남편 욜라이의 상념으로 대부분 이어진다. 산고의 고통을 '아 에 이'의 단음으로 한 장을 채워 그 단음을 소리내 읽으면 외딴집 출산의 그 자리에 함께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자신의 경험 보따리를 펼치고 느낌의 실타래도 풀어냈다. 절대 고독과 고통 속에서 한 생명을 맞이했던 출산의 경험을 소환해 나누고 그 경이로웠던 순간을 기억하며 공감했다. 소설 속에서 출산을 기다리는 남편 욜라이는 한 생명의 탄생과 삶을 이렇게 묘사한다.
마르타, 아이의 어머니는 고통으로 비명을 지른다,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 물고기, 집, 그릇, 존재하는 모든 것이, -17쪽
태아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안락하고 편안했으며 따뜻함에 익숙했을 것이다.그 안락함과 따뜻함에서 벗어나 추운 세상으로 나온 아이는 혼자 거칠고 춥고 외로운 여정을 이어가며 또 다른 익숙함에 길들여졌을 것이다. 가정, 아내, 아이들, 친구, 집, 세간 그가 접하는 바다에 이르기까지 숨결을 나눈 익숙함이지만 존재 자체는 혼자일 수 밖에 없다. 누구도, 그 무엇도 자신의 삶과 죽음을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삶과 죽음의 원형을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액자 속에 담아낸다. 아침은 한 아이가 탄생하는 것으로 저녁은 죽음으로.
소설 대부분을 차지하는 죽음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이지만 결코 두렵거나 슬픈 것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늘 이어지던 일상처럼 담배를 말아 피우고, 찻물을 올리고 산책을 하고 먼저 죽은 절친 페테르가 마중나와 함께 먼 바다를 향해 가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제 자네도 죽었다네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오늘 아침 일찍 숨을 거뒀어, 그가 말한다
내가 자네의 제일 친한 친구여서 나를 이리로 보낸 거라네, 자네를 데려오라고 말이야. 그가 말한다
그러면 게망은 뭐하러 걷어올렸나, 요안네스가 묻는다
자네 삶과의 연결을 끊어야 하니 뭔가는 해야 헸지, 페테르가 말한다
그런 거로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130쪽
작가는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을 통해 죽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아픔도, 위험도,
너도 나도 없다며 존재의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131~132쪽
나 또한 익숙한 것들과 결별이 가까워진 시간을 살고 있다. 어쩌면 생은 붙잡아야 할 그 무엇이나 집착을 버리고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준비하며 걸어야 하는지 모른다. 매 순간 자신에게 새로 떠나야 할 그 길에 대해 '좋은가, 그곳은?'이라 물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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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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