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일이 줄었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해요"

지리산함양 생태학교 유학 프로그램,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 속 배움의 기회 제공

등록 2025.10.27 15:38수정 2025.10.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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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일이 줄었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해요."

아파트·빌딩숲에 갇혀 여러 개의 학원을 전전하던 아이들이 지리산 자락의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 속에 뛰논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컴퓨터 앞에 앉는 대신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친구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의 대상이라는 걸 몸소 배운다.

휴천면 금반초등학교에는 올해 도시에서 시골로 유학 온 학생 12명(유치원 포함)이나 된다. '지리산함양 생태학교 유학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하면서 여섯 가정이 함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오는 12월에는 금반초에 두 가정(학생 3명 + 보호자 4명)이, 마천초에는 1가정(학생 4명 + 보호자 2명)이 지리산함양 생태학교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작은학교 경험하는 배움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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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함양 생태학교 유학 프로그램은 함양 외 타 지역 초등학생이 보호자와 함께 지역에 내려와 살면서 작은학교를 경험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다. 금반초·마천초·유림초에서 유학이 가능한데, 최소 1주일에서 3개월간 체류하는 단기형과 3개월 이상 머무르는 장기형이 있다.

단기유학생은 학적을 바꾸지 않고 교환학습으로 가능하며, 3개월 이상 장기유학할 경우 아예 전학을 결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단기유학을 하면서 지역과 농촌, 작은학교의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유학생과 가족에게는 주거공간이 제공된다. 지리산리조트를 이용하는 펜션형의 경우 단기유학 경비로 주거비 50%를 지원하고, 원룸형과 함양군이 리모델링한 농가주택형, LH임대주택은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장기유학생은 모두 무료다. 단, 각 주거공간의 형태는 가족의 규모와 거주 기간, LH임대 대상 여부에 따라 대상이 다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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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작은학교에 다니면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 커리큘럼을 따라 기존의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한다. 이밖에 주중 저녁에는 함양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함양사랑 인문학 여행이나 지리산 대자연 탐사 등에도 함께 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금반초의 경우 매년 한 학생이 동화책 한 권을 출간하고, 올해에는 에티오피아 세계문화 체험을 진행하는 가운데, 유학 온 학생들도 이 같은 학교 커리큘럼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있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백종필 금반초 교장은 "농촌지역의 작은학교는 교육 과정이 다양하고 강점이 많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지리산의 생태와 함양의 역사·문화를 함께 배우며 진정한 삶의 교육을 체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학생 유치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하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도시민에게 함양을 알리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 벗어나 자연과 함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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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교육과 시골 농촌의 교육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이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끼고 깨닫고 있다. 다양한 원어민 수업이 진행되고 학교마다 특색 있는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도시에 비해 교육의 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외려 경쟁과 점수에 매몰된 교육이 아닌 살아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

시골을 떠나 도시로 전학을 가는 현실 속에서 정반대의 길을 택한 사람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대구에서 온 학부모 김유지씨는 "아이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자주 다녔는데, 함양에 온 뒤로는 훨씬 나아져서 병원에 가는 일이 크게 줄었다"며 "교육 과정도 체계적이고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서 주변 지인에게 추천해 조만간 함께 학교에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학부모 김조희씨 역시 "1학년·4학년 두 아이와 함께 지난 10월 13일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며 "도시에서는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 속에서 아이도, 부모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가기 싫다던 아이들이 이제는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걸 즐거워하고, 가족 간에 대화의 시간도 많아졌다"면서 "여행 온 기분으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종필 교장은 "자연 속에서 배우는 경험은 아이들의 사회성·독립성을 키우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로 이어진다"며 "농촌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과 관계 맺는 경험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지역을 떠난다 할지라도 먼 훗날까지 함양을 따뜻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관계인구'가 되고, 장기적으로 여행·관광 인구 증가와 지역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함양 너무 좋아 살고 싶어졌지만…"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유학 기간이 끝나거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받았던 주거공간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함양에 머물거나 정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유지 씨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함양이 너무 좋아서 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집 문제 때문에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함양군이 빈집을 매입해 저렴하게 장기임대하는 등 주거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계기로 함양을 찾은 사람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한다면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의 인구 유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임아연)에도 실렸습니다.
#“나는 #시골로 #유학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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