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써니 김 공연 후 많은 관객들이 로비에서 써니 김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김은경스텔라
영연방 스포츠대회(커먼웰스 게임), 코비드 등으로 개최되지 않았던 해가 몇 번 있었으나 꾸준히 발전해 오며 재즈 음악의 큰 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올해도 해리 코닉(Harry Connick), 히로미(Hiromi), 이브라힘 마알로프(Ibrahim Maalouf) 등 재즈 팬들에게 익숙한 유명 재즈 아티스트들이 페스티벌을 빛냈다.
한편, 이번 재즈 축제가 이곳 멜버른의 한인들에게 특히 관심을 끈 이유는 호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한인 즉흥 연주가 써니 김씨가 새로운 형태의 재즈 공연을 실험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멜버른대학교 강사 채용 프로그램의 엄선 과정을 거쳐 초청을 받아 멜버른으로 이주해 온 써니 김 교수는 그 후 줄곧 멜버른대학교에서 재즈 및 즉흥 연주를 가르쳐 왔다.
"제가 처음 재즈를 들은 건 열네 살 때였어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가족이 모두 말레이시아로 이주를 했는데요, 그곳에서 재즈를 정말 사랑하시는 두 분의 음악 선생님을 만난 것이 재즈라는 음악 세계로 들어 가게 된 계기가 된 거죠."
그렇게 알게 된 재즈를 전공까지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덴버 대학교에서 4년 전액 장학생으로 학사 과정을 마치고 이후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New England Consevatory)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뒤 뉴욕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을 하게 됐다. 그렇게 써니 김의 영혼 속에 있던 재즈가 세상 밖으로 나와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단독 또는 협연으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계속 해 왔는데 이번 2025 멜버른 인터내셔널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대단히 실험적인 즉흥 연주로 함께 했다. 폴란드의 재즈토패드(Jazztopad) 페스티벌의 공동 위촉을 받아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요안나 두다(Joanna Duda)와 호주인 베이시스트 헬렌 스보보다(Helen Svoboda)와 함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작품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 23일 호주 멜버른 프란(Prahran)에 위치한 채플오프채플(Chapel off chapel) 콘서트 홀에서 열린 이 공연은 그야말로 '즉흥 연주'였다.
"즉흥 연주란 이미 정해진 형식을 따르기 보다, 순간의 감각과 상호작용 속에서 음악을 만들어 가는 예술 이예요. 즉흥 연주자들은 자신만의 음악적 언어를 개발하고, 그 소리의 세계를 확장 해 나가죠. 그것으로 다른 음악가, 협연 예술가 그리고 청중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거예요."
그래서 리허설을 먼저 해 본다 해도 실제 공연 때는 전혀 다른 소리, 다른 내용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써니 김씨는 설명한다.
"이 과정이 인간의 창의성과 존재감을 가장 생생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날 공연 초반에 갑작스레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대통령 윤석열 파면'의 주문 전문이 문 재판관의 목소리 그대로 무대에서 객석으로 전해졌다. 어떤 부분을 따 온 것도 아니고 전문이 다 낭독이 된 것이다. 이 역시 즉흥 연주라는 장르와 더불어 써니 김씨가 시도하는 다른 형태의 재즈일까?
"변화의 순간을 음악으로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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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멜버른의 공연장에 울려 퍼진 대통령 파면 주문 호주의 공연장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주문 전문이 퍼져나갔다. 중요한 내용은 연주가들이 짧은 영어 키워드로 전달했다. ⓒ 김은경스텔라
"이번에 신작 'The Great Reset'(위대한 리셋)을 준비하면서 저희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와 양상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여러가지 토픽이 오갔는데 그 중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탄핵은 한 나라의 역사를 바꾼 중대한 정치적 사건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죠. 게다가 전 세계인들이 '한국의 민주주의' 힘이라 칭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잖아요? 그 변화의 순간을 음악으로 기념하고자 했습니다."
목소리가 악기가 되는 기법으로 마치 퉁소가, 호주 원주민들의 악기인 디둘리듀가 연주 되는 것 같은 신비함 가운데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나 과연 예술에서 어떤 식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일지 자못 조심스러울 수 있는 것을 과감하게 무대에서 객석을 향해 던져 준 것이다.
"저는 음악이 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어요. 단순히 정치적 이슈를 나누는 것이 아니고, 시대의 전환기에 우리가 느낄법한 긴장, 그리고 보다는 희망을 담아 낸 시도였다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몽환적인 분위기, 한국의 전통 타악기 소리, 그런가 하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전자기기 잡음이 들리기도 하는 가운데 그 모든 걸 아우르거나 뚫고 나오는 악기화 된 '목소리'. 게다가 이따금 그 사이를 파고 드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들리기도 한 이 공연은 한 시간 넘는 동안 관객을 꼼짝 못하게 잡아 놓는 무서운 흡인력을 보여줬다.
이 페스티벌을 마치자 마자 팀원들과 함께 폴란드로 날아가 '호주 대표 재즈 디바'로 공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써니 김씨는 '피곤하고 힘들기 보다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연을 보여주고 소리를 들려 줄 생각에 가슴이 설레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 하지 않고,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도록 끝없이 자신을 단련하며 또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는 써니 김씨. 그래서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 될 수밖에 없다. 재즈를 넘어 대중에게 '즉흥 연주자'로서의 탄탄한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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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7 년차. 이제 공식적으로 은퇴 나이이지만 아직도 현장을 뛸 때 최고의 기분을 느낀다.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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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축제서 흘러나온 '문형배 주문', 무슨 일이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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