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걸이와 목걸이 ‘우리 집엔 팔 금이 없나?’ 예전에 자주 하고 다니던 금목걸이와 귀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효진
"이걸 팔면 얼마쯤 나올까…"
조심스레 가방에 넣고 지난 17일, 금은방으로 향했다. 사장님은 저울 위에 올리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59만 9천 원 정도 나옵니다."
"생각보다 적네요?"
"요즘은 그래도 많이 오르긴 했어요."
사장님이 덧붙였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남들은 금 팔아서 백만 원 넘게 받았다던데…'
팔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그냥 돌아섰다.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그리 급하지 않아. 금값은 더 오를 테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남편이 말했다.
"이번 달은 돈이 좀 급하게 필요해. 지금 가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과일을 사다 팔아야 할 것 같아. 뭐라도 해야지. 그냥 있으면 아무것도 안 돼!"
돌반지 팔고 아이에게 들은 말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다시 빚을 지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래, 이제 금을 팔 때가 됐구나.' 며칠 전 망설였던 금목걸이와 귀걸이를 챙겨 다시 금은방으로 갔다. 21일의 일이다. 그런데 가격을 듣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어, 금값이 내렸네요?"
"네, 월요일부터 조금씩 빠지고 있어요."
그때 팔 걸... 그때가 최고가였는데.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때 나는 문득 물었다.
"요즘 돌반지는 얼마쯤 해요?"
"종류마다 다른데요, 85만 원부터요."
"아, 아니요. 파는 가격이요."
"파시려는 거예요? 그럼 76만 원 정도 해요."
순간, 아이의 돌반지가 떠올랐다. 결혼 초 시어머니께서 손수 해주신 금반지였다. 그때는 솔직히 이렇게 생각했다. '현금으로 주시지, 돌반지가 뭐야?' 주변에서도 웃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돌반지를 해? 촌스럽게~ 현금이 최고지!" 그 말에 나도 그냥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 '촌스러운 선물'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서랍을 열고 작은 상자 안의 반지를 조심스레 꺼냈다. '이걸 팔면 해결할 수 있겠지.' 그렇게 금은방으로 다시 향했다. 사장님이 반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용띠 아이네요? 귀하죠."
"네, 맞아요."
열세 살, 중1인 우리 아이의 흑룡띠 돌반지였다. 그 시절, 흑룡띠 아이들은 복덩이라 난리였고, 나 역시 그 복을 품었다. 돌반지를 저울 위에 올렸다. 나는 사장님께 말했다.
"잠시만요. 사진 좀 찍을게요."
"사진이요? 이미 팔 건데요? 빠이빠이 인사하고 보내주세요."

▲돌반지 "요즘 세상에 누가 돌반지를 해? 촌스럽게~ 현금이 최고지!"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 ‘촌스러운 선물’이 가장 큰 힘이 될 줄은 몰랐다.
이효진
사장님이 웃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금은 떠나 보내지만 마음은 사진 속에 담길 테니까. 찰칵하고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이랑 며칠 전 나눈 이야기가 생각나서다. 반지를 팔 생각을 하고 아이에게 물었다.
"이거 팔면 우리 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겠니?"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엄마, 괜찮아요. 금은 없어져도 우리가 있잖아요."
그 한 마디에 위로가 되었다. 그래, 괜찮다. 금은 사라져도 마음은 여전히 반짝인다. 진짜 금은 반지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믿음이었다.
평소에 잘 꺼내보지도 않던 돌반지. 금은방에 보내고 난 뒤부터는 그때 찍어두었던 사진을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어제도, 오늘도 사진 속 반짝이는 돌반지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그건 아쉬움의 눈빛이 아니었다. 고마움의 인사였다.
우리도 다시 반짝이겠지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28일 결국 결혼 반지까지 팔았다. "이건 제일 값이 나가겠지" 했는데 뜻밖에도 아니었다. "좀 더 일찍 팔 걸 그랬나…" 순간 아쉬웠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결혼 반지 “결혼 반지도 팔았어.” “괜찮아. 다시 반짝일 날이 올 거야.”
이효진
'그래도 이걸로 한 달은 버틸 수 있잖아.'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러 다시 무인가게로 향했다. 지금은 매출이 적자지만, 언제가 이 가게가 우리 가족에게 반짝임을 선물해 주길. 목걸이, 귀걸이, 반지… 금은방에 보내고 돌아온 손은 비었지만, 그 손으로 오늘도 가게 매장의 먼지를 털고, 테이블을 닦고, 반짝 반짝 정리된 진열대를 바라본다. 그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혼 반지도 팔았어."
"괜찮아. 다시 반짝일 날이 올 거야."
금은 사라졌지만,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반짝였다. 그 반짝임은 금속의 빛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믿음과 마음의 빛이었다. 그 빛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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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 이효진'을 통해 초·중등생들의 교육 콘텐츠와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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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시세 꺾였는데... 흑룡띠 아이 돌반지도, 결혼반지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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